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함 Aug 09. 2021

회사에 다니고, 넷플릭스 보고, 시간 남으면 글쓰기

1월 말 본의 아니게 취직을 하게 되었다. 한동안은 낮에는 회사에 다니고, 밤에는 글을 썼다. 그러다 균형이 깨졌다. 밤에 글을 쓰기 위해, 빨리 회사를 탈출하여 작가로서 온전히 살아가기 위해, 낮에 일을 했다. 그러다 내 멘탈이 깨졌다. 회사를 털어 버리고 싶었지만, 이미 내가 오랫동안 잃어버리고 살았던 월급의 위대함을 깨달았다. 회사를 안 다니려던 것이 아니라, 21살 때 시작된 조울증이 수차례 재발하면서, 13년 반 만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비정규직이었지만 나에게 업무환경이 좋았던 직장도 그만두고 경력이 단절되어 다시 직장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회사를 안 다니고 싶어서, 돈을 안 벌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내가 나의 일을 시작하려고 했을 때, 동생이 자기 회사에 나를 취직시켜주어서 다니게 되었다.


처음에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글을 썼다. 그다음엔 밤에는 글을 썼고, 밤에 글을 쓰기 위해 낮을 회사에서 버텼다. 그 후에는 내 안에 일어난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고, 선의를 오해하기도 했다. 물론 내가 오해할 이유는 있었다. 전적으로 나의 오해였지만 말이다.


그 이후에 지금까진 낮에는 회사에 다닌다. 오가는 출퇴근 길에는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며 놀았다. 글을 써야지 써야지 생각은 했으나, 글을 쓸 힘이 솟아나지 않는다. 작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글이 안 써지는 날에도 엉덩이로 글을 써야 한다. 그렇지만, 아직 나는 그 정도 내공까지 이르지 않았다. 어떤 시기에는 일하고 밥 먹는 시간 외에 모든 시간은 글 쓰는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모든 시간에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끼고 있을 때가 있다.


지금은 그렇다. 나의 꿈은 작가이다. 그러나 나의 현실은 회사원이다. 일단 현실에 충실해야, 꿈에 닿을 수 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작가가 되었을 때이다. 지금은 회사원으로 돈을 벌면서, 남는 시간을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쉬는 대신, 그 시간에 글을 써서 작가가 되는 시간을 당겨 오느냐이다.



오늘 퇴근길에 오래 오래간만에 네이버 블로그를 썼다.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네이버 블로그를 놓은 것은 아닌데, 블로그에 힘을 빠졌다. 브런치는 브런치 대로, 블로그는 블로그 대로 각각의 성격대로 써야 하겠다는 생각만 했을 뿐, 어떻게 두 플랫폼을 사용할지에 대해 결론이 나지 않았었다. 블로그도 계속 써 왔으나, 브런치 작가가 된 후에 공회전해 왔다.


간단히 생각하기로 했다. 브런치에는 출간 작가가 되기 위한 출판 목적의 글을 쓰고, 네이버 블로그에는 애드포스트 광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글을 쓰기로 했다. 그렇다고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고, 내 관심사와 개성이 묻어 나오면서도 네이버 검색이 잘 되는 블로그 포스팅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블로그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글쓰기이고, 브런치는 소수를 위한 글쓰기이다. 물론 나의 브런치도 많은 분들이 보아주셨으면 하지만, 일단 나와 내 글을 사랑하는 한 명의 출판사 대표 에디터만 보면 된다. 또 나의 브런치 글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한 명의 심사위원의 마음에만 들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작가로 만들 1인 출판사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