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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Oct 24. 2021

작가를 꿈꾼다

작가가 되기로 했다. 기왕이면 글로벌 작가가 되기로 했다. 내가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만한 자질을 갖추었다고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스물한 살 때 조울증의 과대망상의 늪에 여전히 빠져 있는 것도 아니다. 나의 이야기를 전 세계 글로벌 독자와 나누고 싶다. 글쓰기와 책 쓰기로 글로벌 대중의 사랑을 받아, 글로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이, 날고 기는 작가들과 무한 경쟁하는 올림픽 스포츠 종목도 아니고 말이다. 내 처지를 모르고 작가로서의 나의 재능과 필력을 과장되이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독자층만 상대로 국내 작가로 사는 것보다, 세계인을 독자로 두는 글로벌 작가로 사는 것이, 전업작가로 살아가는 현실적인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이상한 계산법이다.


책의 인세 수입으로 살아가는 좁은 의미로서의 전통적인 작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브런치와 블로그와 SNS에 글을 쓰고, 작가로서 나를 사랑하는 출판사와 에디터와 플랫폼과 함께 책을 발간하고, YouTube를 하고, 온오프라인 강연을 하고, TV에 출연하고, 종이책뿐 아니라 eBook과 오디오북도 내고, 밀리의서재와 윌라로도 내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출간한 책을 들고 다니며 가능한 모든 활동을 하는 넓은 의미로서의 작가를 의미한다. 어쩌다 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로서 나를 사랑하는 출판사와 에디터와 플랫폼과 뜻을 모아서, 내 삶의 이야기와 기획과 마케팅의 힘으로, 애초에 초대형 글로벌 베스트셀러 도서상품의 사이즈로 기획 출판하는 것이다. 날 세계적인 글로벌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 나 혼자 잘 살려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팀 모두가 같이 잘 살아보자는 뜻이다.


위축된 도서시장에서 국내 시장에서만 작가로서 생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도서시장에서 팔리는 세계적인 글로벌 작가를 꿈꾸는 것이다. 어쩌다 외국 출판사의 눈에 띄어 해외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글로벌 진출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한국어로만 된 책보다도, 영어로도 네팔어로도 중국어로도 일본어로도 프랑스어로도, 세계 주요 언어로 출간되는 책이, 비교할 수 없는 독자 수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4차 산업사회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국내 오피스에 앉아서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살지는 못할 것이고, 선도적인 소수가 그렇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2020년 11월 1일 일요일 마감일,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했다. 하루 전 10월 31일 토요일 오전에 글쓰기를 마무리 지어, 그동안 매거진에 연재해 두었던 글들을 나의 첫 번째 브런치북으로 발행했다. 다른 브런치 작가들이 쓴 작품들도 읽어 보았는데, 역시 준비된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들도 많이 있었다. 처음부터 나는 완성된 작품으로 쓴 것은 아니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퇴고하여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마감일 날 겨우 완성하여 응모한 작품이기 때문에 미흡하지만, 황금 손을 가진 출판사와 소속 에디터가 원석으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다소 거칠게 느껴질 수 있지만, 초고이자 원석으로서의 가능성이 느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애초에 글을 썼다.


이전에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선정된 작품들과 작가들을 보니 나와 같은 작가는 없었다. 거의 모든 작가들이 기성작가는 아니었지만, 각자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들이었고, 자기 전문영역에 대한 글을 써온 작가들이었다. 나처럼 생백수는 없었다. 물론 내가 생백수를 하고 싶어 그런 것도 아니고, 살다 보니 상사병과 조울증으로 아프고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다지만, 어찌하였든 기존에 당선된 작가 중 나와 같은 작가는 기존에 없었다. 그게 절망할 이유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그 이유로 기대를 해 보았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뿐 아니라, 실패한 사람의 이야기도 인간극장 10 편 중 하나 정도로는 괜찮지 않나 싶었다. 이긴 자의 인간승리도 아름답지만, 패배한 자의 실패 이야기도 때로는 사람을 감동하게 한다.


글로벌 작가로서의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글로벌 작가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그 꿈을 꾸면서 나아가다 보면, 그 꿈을 이루어질 수 있는, 나를 글로벌 작가로서 만들 수 있는, 마이더스의 손 같은 출판사와 에디터와 플랫폼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믿어 보기로 했다.


2020년 국비지원 직업상담과 직업훈련을 받고, 구직활동을 했다. 인터넷으로 이력서를 뿌렸지만, 1차 면접을 보러 오라는 회사도 없었다. 잘 되었다 싶었다. 어차피 안 될 구직 포기하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서, 내 책을 내줄 출판사가 없으면, 내가 내 책을 내는 1인 출판사를 집에 차려 내 책을 출간하기로 했다. 내가 받은 직업훈련이 출판편집디자인 과정으로서, 북디자이너로서 경쟁자를 이기고 취업할 만큼의 역량은 되지 못했지만, 내 출판사에서 내 책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책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마루로 출근하여 하루 종일 글을 썼다. 밤 10시에 아내가 있는 방으로 퇴근했다. 나의 첫 책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기 위해서 모든 힘을 다했다. 응모 마감일이 지난 후에도, 원래는 응모한 초고를 퇴고하여 완성도 있게 만드려 했다. 당선이 되지 않으면 나의 책을 출간해 줄 출판사를 알아보거나, 나의 책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1인 출판사를 만들 생각이었다. 정작 응모를 하고 나니, 더 이상 글을 쓸 에너지를 상실했다.


2020년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이어, 2021년에도 '밀리의서재 X 브런치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와 '윌라 X 브런치 오디오북 출판 프로젝트'에도 응모했다. 지금은 2021년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책 한 권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생 책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는 작가가 되기 위한 첫 스타트를 위해서이다.


어떤 날은 글이 왕성하게 써질 때가 있고, 어떤 날은 노트북 키보드로 한창 타이핑을 했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는 날이 있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이지만, 글쓰기도 장기적으로 보면 의자에 얼마나 엉덩이를 붙이고 있나 하는 엉덩이 싸움이다.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어떤 일이라도 집중해서 얼마 동안의 시간을 투자하면 마스터할 수 있다고 한다. 글쓰기 또한 그렇지 싶다.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자유롭게 일하며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많은 돈을 벌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집에서 아내 에미마와 아들 요한이와 함께 지내며, 아내와 아들과 사랑하며 사랑하는 이야기를 글로 쓰는 작가의 삶이, 직업이요 직장이 되고 싶다.


여전히 글로벌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은, 국내 독자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것보다, 글로벌 독자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것이, 시장규모가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가로서 대성해서 돈을 많이 벌면 그것도 좋겠지만, 일단 아내와 아들과 단란한 가정생활이 되는 수준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집에서 글을 쓰며 아내와 아기와 함께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 그 자체가 직업이요 직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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