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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Nov 27. 2021

구독제 또는 부분 유료화의 시대

미래 시대는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닌 머니토피아다

토요일이다. 아기는 낮에 자고 밤에 놀다가 늦게 잠이 들어, 아기와 아내는 잠을 자고 있고, 나는 먼저 일어나 침대에 앉아 오래간만에 스마트폰 게임을 했다. 나는 원래 게임을 잘하지 않는데, 최근에 문득 오델로라도 불리는 리버시 게임이 생각이 나서 깔아서 하고 있다. 리버시 게임을 하다 보면, 한 판이 끝날 때마다 다른 게임 광고가 나와서, 눈에 들어오는 다른 게임도 다운로드하여 해 본다.

워터 소트 퍼즐이라는 게임인데, 같은 색깔의 물끼리 모으는 것이다. 이 게임을 하다 보니 요한이 생각이 났다. 아직은 요한이 나이가, 스마트폰이나 TV를 보여줄 나이는 아니지만, 나중에 조금 커서 같이 게임을 할 나이가 되면, 요한이에게 재미있으면서도 아동 발달에 도움이 되는 교육적인 게임을 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유아 게임을 검색해 보았다.

2, 3, 4 세 유아를 위한 베이비 게임이다. 노란 오리는 노란 욕조에, 퍼플 오리는 퍼플 욕조에, 오렌지 오리는 오렌지 오리에 넣어 주는 게임이다. 작은 개는 작은 개집에, 큰 개는 큰 개집에 넣어주는 게임이다. 뭐 이런 식으로 단계 별로 유아에게 흥미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부분 유료로 보인다. 어느 단계까지는 유료이고, 그다음부터는 2일이 지나서 할 수 있거나 결제를 하여 바로 할 수 있고, 그 이후 단계부터는 결제를 해야 게임을 할 수 있다.




2003년으로 기억한다. 그때 나는 1년 간 숭실대 전산원에 다녔었다. 2000년 군대에서 조울증에 걸리고, 조울증으로 방황하다가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부모님께서는 내가 춘천의 강원대 영어교육과를 잘 다니지 못할 수도 있고, 집에서 젊은 청춘을 놀릴 수도 없으니, 숭실대 전산원에 보내셨다. 평생교육원인데 학점인증제로 학점도 따서 대학 졸업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었다. 물론 나는 강원대 영어교육과 적을 가지고 있었고, 포기하기는 아까워서, 강원대 적을 가지고 전산원에 다녔기 때문에, 강원대 학적을 포기하기 전까지는 전산원 학점을 인정받을 수는 없었다.


2003년 1년 동안 숭실대 전산원을 재미있게 다니며, 정신을 차리고 이듬해 강원대 영어교육과로 돌아가 복학했다. 숭실대 전산원 다닐 때, 전산원 교육과정을 통해 '유비쿼터스'라는 개념을 배웠다. 그때 '유비쿼터스'라는 개념이 한창 대세였기도 했고, 내가 따르고 나를 아끼셨던 교수님 한 분이 '유비쿼터스' 전도사셨다.


'유비쿼터스'라는 단어의 어원은 신이 편재한다는 뜻이다. 신이 세상에 편재하듯 인터넷 환경이 모든 영역에서 인간을 돌보는 파라다이스를 만든다는 개념이다. 이에 반대되는 개념은 파놉티콘 원형감옥이다. 인터넷과 IT 과학기술이 인간을 언제나 감시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지금 와서 돌아보면, 파라다이스 유비쿼터스도, 디스토피아 파놉티콘도 아니다. 모든 사물에 스마트 태그가 붙어서, 인간을 이롭게 하는 천국도, 인간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지옥도 아니다.


지금은 유비쿼터스라는 말은 거의 쓰지 않고, 사물인터넷이라는 말을 쓰는데, 사물에 인터넷 태그 또는 스마트 태그가 붙는다. 그러나 모든 사물에 붙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물에만 붙는다. 돈이 되는 곳에만 붙는다. IT 기술은 천국이나 지옥을 위해 사용되지 않는다. 다만, 돈을 위해 사용될 뿐이다.




지금은 구독 또는 부분 유료화의 시대이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100만 원 내고 영구히 소유하는 게 아니라, 매달 만 원씩 내고 구독한다. 그런데 한 달에 만 원씩 내고 구독해야 할 서비스가 한 두 개가 아닌 것이다. 모든 서비스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또한 부분 유료화이다. 기본은 무료이고, 그 이후에 부가적인 서비스는 유료로 간다. 기본을 아주 매력적으로 만든 후에, 거기에 더 매력적인 추가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한다. 기본은 좋기는 한데 뭔가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완전한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서는 유료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정도 이상의 부를 이루던지, 아니면 내가 꼭 필요한 서비스만 유료 서비스로 이용하고, 그렇지 않은 서비스에 대해서는 맛만 보는 것에 적응해야 한다.




나는 넷플릭스를 보고 있다. 통신사 요금제 중 넷플릭스가 포함되어 있는 넷플릭스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가 얼마 전에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어떤 서비스인지 궁금해서 한 달만 구독해 보려고, 결제를 하고 바로 끊었다. 결제를 한 한 달 동안은 사용할 수 있다.


나는 마블과 디즈니 마니아가 아니기 때문에, 디즈니 콘텐츠에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당연히 넷플릭스를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넷플릭스를 보는 사람도 뭔가 부족하고, 디즈니 플러스를 보는 사람도 뭔가 부족하다. 경제적 여력이 되면 둘 다 볼 수 있으면 더 좋다. 또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에 빠지는 콘텐츠도 있다. 웨이브나 왓챠 티빙 등 국내 OTT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 그런데 그 모든 서비스를 전부 이용할 수는 없다. 전부 이용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부를 이르던지, 아니면 나의 욕구를 어느 정도 조절하고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의 구독제 또는 부분 유료화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나 프로바이더나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AI 인공지능은, 한쪽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지도, 한쪽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지도, 양쪽 중 하나도 아닐 것이다.


그냥 상업성이 있는 모든 사물에 스마트 태그가 붙어, 우리의 욕구와 목마름을 불러일으킬 만큼의 기본 서비스를 제공하고, 매월 구독제나 부분 유료화로 유혹할 것이다.


그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구독제로 또는 부분 유료로 누릴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부를 쌓던지, 아니면 내가 가진 기본으로 자족하고 만족할 수 있는 가난한 마음을 소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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