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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Dec 20. 2021

넷플릭스 솔로지옥 천국도 파라다이스시티

아내의 파라다이스는 파라다이스시티가 아닌 네팔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10시 출근 7시 퇴근이다. 우리 회사는 야근이 없는 회사이지만, 내가 하는 일이 일이 많을 때는 몰려오고, 일이 없을 때는 할 일이 없고, 그렇지만 퇴근시간을 넘겨도 마무리 지어야 하는 일이 매일은 아니지만 언제든 생길 수 있는 일이라, 하던 일을 마무리 짓고 회사를 박차고 나오니 7시 40분이 되었다. 똥을 끊고 화장실에서 나올 수 없지 않은가? 내 일이란 게 그렇다.


늦은 퇴근 후 퇴근길 넷플릭스 앱을 열었다. 낮에는 회사에 가고, 밤과 주말에는 아내 에미마와 아들 요한이와 놀고, 틈틈이 글을 써서, 언젠가 하루빨리 아내와 아들이 있는 집에서 글 쓰며 사는 작가가 되는 것이, 나의 공식적인 캐릭터 설정인 나는, 넷플릭스 앱 보다 브런치 앱을 먼저 열어야 하는데, 회사에서 하루 종일 탈탈 털리다 보면, 출근길에는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VIBE 앱으로 음악을 들으며 모자란 수면을 취하고, 퇴근길에는 넷플릭스를 보며 멘털과 소울의 휴식을 취한다.



넷플릭스 앱을 켰는데, 솔로지옥이라는 프로그램의 썸네일이 나의 흥미를 끌었다. 넷플릭스로 주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나는 당연히 드라마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드라마 영화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 예능이었다. 예전에 TV에서 방영했던 <짝>과 같은 데이팅 예능이었다.


잠깐 보다가 음악 앱 VIBE를 틀어놓고 브런치 앱으로 글을 쓰는 것처럼, 넷플릭스를 백그라운드 재생으로 음악 듣듯 틀어놓고 브런치 앱으로 글을 쓴다.



솔로지옥은 남녀가 커플이 되면 천국도에 가고, 커플이 되지 않은 남녀는 지옥도에 남아있는다.


여기가 지옥도다.


여기가 천국도 PARADISE 파라다이스다. 천국도와 PARADISE라는 자막을 보고 품었다. 천국도 파라다이스 촬영지가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이다. 아내 에미마와 호캉스를 갔던지라, 딱 보자마자 알았다. 돈 내고 간 것은 아니다. 밀리의서재 이벤트에 당선되어 숙박권을 경품으로 받아서 갔다. 내 돈 내고 가기 어려운 호텔이다. 진짜 여기가 파라다이스라는 생각이 들만큼 호화스러운 경험이었다.


물론 누가 초대해주면 몰라도 그 돈을 내고 거기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파라다이스시티 호텔방보다 아내와 요한이 그리고 나 세 식구가 사는 우리 부모님 소유의 아파트가 훨씬 넓고 좋다. 부모님은 논산 시골집으로 귀농하셔서 왕대추농장을 하시며 노후를 보내고 계시다.



아내 에미마도 너무 행복해했다. 물론 아내 에미마도 누가 초청해주면 몰라도, 그 돈을 우리 돈을 주고 요한이랑 셋이서 갈 생각은 없을 것이다. 아내 에미마에게는 아내의 모국 네팔이 가고 싶은 파라다이스지,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가 파라다이스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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