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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Mar 29. 2022

황망한 비보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중에서


어제 가족 카톡으로 요양원에 계시는 할아버지께서 코로나에 걸리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요양원의 면회가 제한된 지 오래인데, 어떠한 경로로 코로나에 걸리신 줄은 모르겠다. 요양원 원장님께서 떨리는 목소리로 할아버지 코로나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하셨다는데, 할아버지께서는 목이 쉬신 것 외에는 쌩쌩하시며, 본인께서 코로나에 걸리신 것을 아직 모르고 계시나 보다.  할아버지께서는 올해로 96살이시다.


어제저녁 갑작스럽게 황망한 비보를 전해 들었다. 부모님께서 논산 시골집으로 귀농하셔서 다니시는 동네 교회 목사님께서 돌아가셨다.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아 보이셨는데, 평소 심장이 좋지 않으셨고, 코로나에 걸리셨는데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나 보다. 2019년 여름과 가을 아내 에미마와 함께 논산에서 왕대추 농사를 할 때, 목사님 내외 분을 자주 뵈었다. 목사님 내외 분과 부모님과 우리 부부가 종종 식사를 하기도 했다. 어제 돌아가신 목사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버지 어머니께는 목사님 내외 분이 친구 같은 존재였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정년퇴직하셨지만, 백석대 신학대학원에서 야간으로 신학을 하시고, 개척교회 목회를 하셨다. 목사님 정년은 교단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70인데, 아버지께서는 조금 일찍 교회에서도 퇴임을 하시고 어머니와 시골로 내려가셨다. 목사님 퇴임하시고 평신도로 동네 교회로 가셨지만, 은퇴하셔도 목사님은 목사님이었다. 은퇴를 하시고, 교단이 달라, 공식적으로 그 교회 목사님은 아니셨지만, 목사님은 목사님이셨다.


논산 시골집 동네 교회 목사님 내외 분도 적적하셨을 것이다. 목회자와 평신도 사이에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다. 아버지 어머니와 목사님 부부는 친구처럼 지내셨다. 연세도 두 부부가 비슷한 연배셨다.


좋은 분이 가셨다. 나도 잘 알던 분이라,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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