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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Apr 02. 2022

싸이월드 부활은 아마도 어려울 듯하다


싸이월드가 드디어 오늘 서비스 재개를 했다. 4월 2일 오후 4시 42분에 서비스 재개를 한다고 광고를 했는데, 실제로 이보다 더 빨리 기습적으로 서비스를 재개했다. 지금 이 시대에 싸이월드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나 호기심이 있었던 나는, 서비스 재개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계획된 시간보다 일정을 몇 시간 앞당겨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아이디를 찾고, 비밀번호를 재설정하고, 돌아온 싸이월드를 탐색해 보았다. 현재 싸이월드 PC 홈페이지는 랜딩 페이지로서의 역할만 하고, 싸이월드는 현재 스마트폰 앱에서만 작동이 된다.


기존의 싸이월드를 모바일 앱으로 옮긴 것은 같은데,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어, 실제로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기존의 데이터가 바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일정 시간의 복구 시간 후에 돌아온다고 한다.


예전에 내가 맺었던 일촌들의 이름만 볼 수 있었다. 싸이월드 앱을 깔고 아이디를 찾으면서 처음에 공개로 설정을 했는데, 일촌들의 이름을 보고 당장 비공개로 돌렸다. 싸이월드 일촌은 대부분 과거에는 나와 연이 있었으나, 이제는 시간이 지나 인연이 끊겨 다시 볼 일 없는 손절된 사람들이었다. 아마도, 내가 일촌 하나하나에 대하여 어떤 카테고리로 묶어 놓았고, 그 카테고리는 내가 당시 그 일촌에 대해 생각하던 일종의 설명을 하고 있는데, 아주 가관이고 오글거렸다. 당장, 기존의 일촌 다 지워버리고 싶은데, 아직은 데이터가 돌아오지 않아서 지울 수가 없다.


싸이월드의 옛 추억을 그대로 살렸는지, 현시대에 맞추어 새로운 변화가 있었는지, 뭐 이런 것과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현재 싸이월드 앱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껍데기만 있고, 속 데이터가 없다.


조금 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오늘 내가 느낀 것은 실망감이었다. 데이터가 돌아오면, 예전에 내가 남겼던 추억을 보관하는 목적 외에는, 내게는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아마도, 과거에 내가 쓴 글 가운데도, 내가 도저히 볼 수 없는 오글거리는 글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고, 나는 아마 그 데이터들을 지울 것이다.


내 개인적인 편견과 오판일 수도 있지만, 싸이월드의 부활은 아마도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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