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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Apr 01. 2022

Can you speak English?

"Can you speak English?"

우체국에서 우편을 붙이기 위해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는데, 외국인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와 영어로 내가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묻는다. 나는 회사에서 매일 오후 5시경 우체국에 간다. 우리 회사에서 주차 관련 앱을 서비스하는데, 주차 스티커를 고객에게 발송하기 위해 매일 우체국에 간다.


수능 때 외국어 영역에서 듣기 평가 한 문제 틀리고 다 맞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영어에 소질과 관심이 있는 줄 알았다. 98학년도 입시에서는 총신대 영어교육과에 추가합격했는데 가지 않았고, 재수를 하고 99학년도 입시에 강원대 영어교육과에 합격하여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물론, 그때 나는 영어교육과에 가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포항의 한동대에 가고 싶었는데, 재수를 했지만 성적이 조금 못 미쳐서 강원대 영어교육과에 갔다.


수능 영어에서 듣기 평가 한 문제 틀려서, 나는 내가 영어를 어느 정도는 잘하고 관심이 있는 줄 착각했다. 대학 내내 나는 한국사람이 왜 영어를 공부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게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는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한국사람이 미국 사람 같은 영어 발음을 가지지 않아도, 한국 사람 같은 영어 발음을 가져도,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잘 표현하면, 외국 사람에게는 영어 잘한다는 평가를 듣지만, 영어 전공자로서 영어교육 전공자로서 발음도 네이티브 아메리칸에 가까운 발음을 해야 한다. 우리는 수업 시간에 이론과 실제로 영어 발음에 대해서도 배우기 때문에, 대학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학습에 의해서 스트라이크 존 안에 들어가는 제대로 된 영어 발음을 구사하는 게 당연해야 하는 것이다. 영어 전공자가 한국 사람이 왜 영어를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전공을 살려 밥 먹고 살기 힘들다.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를 못한 것은 아니지만, 영어로 밥 먹고 살기에는, 좀 부족했다. 힘들었다. 초등학교에서 1년 반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영어회화전문강사를 하면서, 영어를 했기 때문에 영어가 좀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학교 영어강사를 그만두게 되고, 조울증이 재발하게 되어, 다시 학교의 영어교사로 돌아가지 못했지만, 그 기간을 통하여 영어 사용이 편해진 것 같다.


지금 토익 시험을 보면 점수가 잘 나올지 모르지만, 지금은 영어로 자신감 있게 소통을 할 수 있다. TV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인터넷을 보거나, 영어로 된 미디어를 글과 영상으로 보아도, 이제는 무슨 말인지 어느 정도 아는 것처럼 느껴진다. 느낌적인 느낌인지, 실제인지, 그거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영어가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아내 에미마랑 결혼한 이후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다. 아내가 한국말을 제법 잘해, 한국말로 대화를 하지만, 조금 심도 깊은 의사소통을 할 때, 아내 에미마가 한국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을 말할 때, 우리는 영어로 소통을 한다. 아내와 영어로 소통을 하다 보니, 영어로 대화하는 게 이제는 어렵지는 않다. 물론,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기에 필요한 어휘 수준이 딸리기는 하다. 


나에게 영어를 할 수 있냐고 묻는 외국인에게, 무엇이 필요하냐고 영어로 물어보았다. 그 남자는 A4 프린트물을 몇 장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외국으로 우편으로 보내고 싶었다. 그 외국인 남자는 내가 들고 있는 우편봉투를 가리키며 이 봉투 어디서 구하냐고 물었다. 내가 들고 있는 봉투는 우리 회사에서 자체 제작한 봉투다. 외국인 남자에게 회사 봉투라고 말했다. 우체국에서 파니까 사면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 순서를 기다려 회사 우편을 보내고, 그 외국인 남자의 순서가 올 때까지 옆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우체국 직원에게 이 외국인 남자가 우편봉투를 원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우체국 직원이 나보다 영어를 잘했다. 나보다 잘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유창하게 영어를 잘했다. 모든 우체국 직원이 영어를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지점이 대학가라서 외국인이 수시로 찾는 지점이라서 그런지 두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작은 우체국 점포이지만, 젊은 직원은 영어를 유창하게 잘했다. 사실, 내가 외국인 남자에게 설명해 줄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냥 우체국 여직원에게 바로 물어보는 게 나았다.


물론, 영어를 정확하고 유창하게 잘한다고 하여, 외국인가 바로 소통이 즉각 즉각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영어는 기술이 아니고 언어이기 때문이다. 영어를 잘하는데, 외국인의 말을 잘 못 알아듣고, 여러 번 다시 물어보고 그런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언어라는 것은 평소에 사용해야 편하게 나온다.


지금 영어를 어느 정도 하니, 여기서 영어를 좀 더 공부해서 영어로 먹고 살 생각이 지금은 없다. 조금 더 배워서 영어를 좀 더 잘할 에너지가 지금 내겐 없다. 그냥 지금 가진 능력으로 필요한 경우에 활용하는 정도에 그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들 요한이가 영어를 공부할 때, 곁에서 선생이 아니라 멘토가 되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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