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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Apr 05. 2022

이빨 금 인레이가 빠졌다


"에미마! 오빠 밥을 먹는데, 금색 딱딱한 게 나오는 거야. 처음에는 밥에서 나왔나 했는데, 혀랑 손가락으로 왼쪽 이빨을 만져 보니, 예전에 금 골드 Gold로 박았던 게 없는 거야."


아내 에미마가 재미있는지 깔깔 웃는다.


"네팔 엄마도 밥 먹다가 이빨이 나온 적 있어."


우리 회사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그중에 하나가 레스토랑 카페이다. 돈가스 레스토랑인데, 배달이 많이 나가고, 홀이 크지는 않은데 손님이 제법 있다. 돈가스가 맛있는 이 지역 나름 맛집이다. 맛은 있는데, 매일 점심 돈가스를 먹는다. 우동을 시켜도 되는데, 점심식사를 우동으로 먹기에는 부실하기 때문이다. 돈가스를 시키면, 돈가스에 밥과 국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밥을 먹는데 딱딱한 게 씹혔다. 꺼내보니 금색 금속이었다. 처음에는 밥에서 나온 줄 알았지만, 우리 회사이기 때문에, 주방 직원들과 관계도 있기 때문에, 그냥 모른 채 넘어가야 하나 잠깐 고민했다. 아니면, 이게 우리 회사 장사와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말을 해야 하나도 생각을 했다. 그런데, 왠지 어딘가 허전함이 느껴져서, 혀랑 손가락으로 입 속 깊이 이빨을 만져보았는데, 왼쪽 깊숙이 빈 허전함이 느껴졌다. 치과에 가서 확이을 해 보아야 하겠지만, 내 이빨에서 빠진 것 같았다.


쉬는 토요일까지 기다리기는 그렇고, 처음에는 내일 월차를 내고 다녀올까 했다. 그런데, 제수씨가 수술을 마치고 병원에 입원해 있어, 아내와 어린 아들을 돌보느라, 회사 대표인 동생이 회사를 비우는 상황이라, 내가 회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오늘 잠시 시간을 내어, 회사 근처에 치과에 다녀왔다.


치과에 들어가니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인기척에 안에 있다 데스크로 나온 간호사는 졸려 보였다. 지금 졸리다는 느낌보다, 이미지가 원래 졸린 사람 같았다. 이 치과에 처음 방문이라 문진표를 작성했는데, A4 용지 한 장 분량의 불필요해 보이는 여러 질문까지 답변을 해야 했다. 문진표를 제출하면서 치료 전에 양치를 할 수 있는지 물었다. 당연히 치과에서 양치를 할 수 있었다. 이빨에서 빠진 금속을 처리하고, 스케일링도 하기로 했다. 


진료 전에 X-ray를 찍었다. 요즘에는 정신과를 제외한 거의 모든 치료에는, 치료 전 X-ray 등 촬영을 한다. 눈으로 보고, 청진기 대보고, 그렇게 진료를 시작하지 않는다. 일단, 찍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는 예전에 사랑니를 전부 다 뽑았다. 그리고 썩은 이를 다 금속으로 때웠다. 그래서 그때 충치치료 이후로는 외부로 나타나는 충치는 없었다. 그런데, 그게 너무 오래돼서 금속이 빠진 것이다. 그리고 오래되서인지 빠지는 과정에서 변형되었는지 금속이 우그러져서, 빠진 금속을 다시 박아 넣을 수는 없었다. 


졸린 간호사에 어울리게 치과 의사 선생님은 차분했다. 이빨에 박아 넣은 금속이 빠진 것과, 빠진 부분에 검게 뭐가 있는 것과, 등등 현재 내 이빨의 상황을 설명해 주셨다. 이 병원에서 해야 하는 것처럼 세일즈를 하지도 않았다. 원래 다니던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하던, 내가 선택하라고 했다. 기존 치과에 안 간지 이미 오래되었고, 집 근처에 있는 치과이기는 하지만, 나한테 그렇게 이미지가 좋은 치과는 아니었다.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오늘 끝나는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 근처가 낫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하겠다고 하고, 견적을 받아보기로 했다.


견적을 위해 간호사가 나를 상담실로 데려갔다. 한 명뿐인 간호사가 간호사인지 치위생사인지 코디네이터인지 잘 모르겠지만, 의사 선생님이 하는 것 외에는 혼자 모든 것을 다 했다. 치아색 30만 원 금 40만 원이라고 했다. 치아색은 질코니아로서 단단하기는 한데 딱딱한 음식을 먹으면 깨질 수 있다고 했다. 금 인레이는 깨지지는 않는데, 오늘처럼 빠지고 우그러질 수 있고, 금니는 안 빠지는데 옆에 이빨들이 깨질 수 있다고 했다. 어떤 게 좋은지에 대해 이 병원에서는 유도하지 않았다. 기계적으로 중립적인 자세로 나에게 선택하라는 스탠스이다. 이게 더 어렵다. 돈은 내 돈으로 내지만, 이런 거는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서, 어머니에게 전화에서 여쭈어 보았다. 30만 원 치아색 질코니아로 하기로 했다.


스케일링은 오늘 당장 할 수 있는데, 치아에 치아색 질코니아를 박아 넣는 것은 바로 되는 게 아닌가 보다. 본을 떠서 만들어 가져와서 박아야 하나보다. 이빨을 갈고, 본을 떴다.


입을 크게 벌려야 하는데, 나는 치과에서 입을 벌리는 것을 잘 못한다. 그래서 지난번 치과에서는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타박을 들었다. 오늘 치과 선생님은 입을 크게 벌리고 코로 숨을 쉬라고 하지만, 그렇게 잘 못하고 안 되는 나에 대하여 아무 말하지 않았다. 턱이 잘 안 열리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마음에 들었다.


스케일링을 하는데, 스케일링 한지 얼마 된 지 물었고, 치석이 많다고 하셨다. 내가 칫솔질이 잘 안 되는 데다가, 스케일링을 한지가 까마득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러할 것이다. 오늘 여기 치과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칫솔질이 안 된다고 타박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치석이 많아서 스케일링 후에 처음에는 빈 곳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부정적인 게 아니라, 나중에 부기가 빠지는 과정에서 괜찮아지는 것이고 긍정적인 의미라고 설명해 주셨다. 치석이 많으니 이빨 잘 닦으라는 것은 아니고, 스케일링 후 이빨 사이 빈 공간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우니까 알고 있으라는 의미였다.


치아색 질코니아 30만 원에, 스케일링 + X-ray는 보험 적용되어 2만 4백 원 이렇게 나왔다. 이빨 본 치료는 토요일 날 하기로 했다. 토요일 날 11시로 스케줄을 잡았는데, 토요일 날 아내와 지인 결혼식에 가야 할 일이 생겨, 어떻게 해야 하나 했다. 다행히 결혼식 일정을 체크해 보니 오후 4시 10분이다. 치과 치료 마친 후 집에 갔다 같이 가도 되고, 아니면 나는 치과 치료 마치고 카페에 있다가 바로 예식장으로 가면 되고, 아내는 부모님과 요한이와 함께 예식장에 오면 된다. 참고로 우리 가족은 이미 코로나가 걸려서 면역이 되어, 코로나 걱정은 들 해도 된다. 거리두기가 많이 완화되기도 했고 말이다. 아주 가까운 분의 자제의 결혼이라 꼭 아내와 나도 꼭 가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고 말이다. 아내 에미마에게 신부는 절친한 동생이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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