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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Apr 05. 2022

브런치 제안이 도착했고, 하루 고민 끝에 답을 보냈다

아직, 어떻게 진행이 될지는 모른다. 가봐야 안다.


어젯밤 카카오톡 '톡비서 죠르디'로 브런치 제안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왔다. '톡비서 죠르디'는 카카오톡 채팅방으로 카카오톡 캘린더 일정이나 콘텐츠 등의 알림을 해주는 서비스다. 나는 카카오메일도 쓰는데, 카카오메일로 이메일이 오면 카톡의 '톡비서 죠르디' 채팅방으로 알림이 온다. 카카오메일은 이제는 PC 웹에서도 볼 수 있지만, 주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이메일이다. 브런치 제안하기로 제안이 오면 브런치에 설정한 이메일로 오는데, 나는 카카오메일로 온다.


나에게 온 두 번째 제안이다. 첫 번째 제안은, 제안 목적이 '기타'로 되어있었는데, 제안이라기보다 도움 요청이었다. 브런치에 3번 정도 도전하고 떨어지신 중년 여성 분께서,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브런치 작가가 된 나의 글을 보시고 '브런치 제안하기'로 도움을 청하셨다. 브런치는 DM이나 채팅 기능이 없기 때문에, 출판 강연 등 각종 제안뿐 아니라 브런치 작가에게 개인적인 연락도 제안하기로 오는 것 같다.


이번에 온 '브런치 제안'의 제안 목적은 '강연·섭외'로 되어 있었다. 일반 강연은 아니고 유튜브에 나의 조울증 극복 스토리를 소개하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제안하신 분의 브런치를 찾아가 보니, 아직 브런치 작가가 되신 분은 아니었다. 그분이 나에게 보낸 이메일과 그분의 브런치 소개에 쓰여 있는 유튜브의 제목을 검색해 들어가 보니, 인터뷰 유튜브였다.


브런치 작가로서 언젠가 유튜브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조울증 극복 이야기를 유튜브를 통하여 언젠가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망설여졌다. 사실, 나의 조울증을 공개하는 게 망설여졌던 것은 아니다. 제안 온 유튜브에 들어가 보니, 얼굴을 공개하는 인터뷰이도 있었고, 얼굴을 모자이크 하는 인터뷰이도 있었다. 사실, 나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얼굴을 공개하고 인터뷰를 하고 싶다. 나는, 내가 조울증을 극복했다고 공개하며 글을 쓰는 브런치 작가이고, 일상에서는 조울증 이력을 공개하면서 살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굳이 조울증 이력에 대해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고, 굳이 숨길 필요도 없지만 공개할 필요도 없어서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다른 직원들에게 공개한 바 없지만, 나는 조울증 이력에 대해 공개하면서 사는 전략을 취했다. 조울증으로 인생에서 2030 청춘의 길게는 20년을 잃어버리고 살아왔기 때문에, 조울증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인생이 설명되지가 않는다. 내가 43 나이에 이 정도 성취밖에 이르지 못한 것에 대한 훌륭한 변명이 조울증 병력이 되기도 하고,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람답게 살도록 회복되었다는 것이 훌륭한 이력이 되기도 한다.


사실, 이번 유튜브 제안이 망설여졌던 것은, 나에게 섭외 제안이 온 유튜브를 보고서였다. 유튜브의 제목 주제 형식 등은 괜찮았다. 지금까지 촬영되어 공개된 인터뷰 영상도 괜찮아 보였다. 문제는 그 유튜브의 현재 구독자 수가 6명이었다. 업로드된 동영상 수는 9개고 말이다. 유튜브 기획 의도는 괜찮아 보이고, 나의 조울증 극복 스토리가 그 유튜브 주제와도 맞아 보이는데, 현재 구독자 수가 6명이었다. 동영상의 조회 수도 최고 조회수를 기록한 동영상의 조회수가 48회였다. 내가 아내 에미마와 비정기적으로 아직은 본격적이지 않게 베타 버전에 가깝게 어쩌다 한 편씩 제작하여 업로드하는 유튜브도, 현재 구독자가 365명이고, 채널 현재 조회수는 8390회이고, 최고 인기 동영상의 조회수는 758회였다.


물론, 내 개인 채널로 시작했지만, 유튜브 한다고만 했지 실적이 없는 것을 본 답답한 아내 에미마가 본인이 주도하여 새로운 콘셉트로 영상을 만들고, 본인 친구들을 초청하여 지인들로만 365명의 유튜브로 만들었지만 말이다. 360명 대의 지인들로 형성된 구독자 수에 이르고는 구독자 수가 그대로이다. ±1 정도의 변동만 있을 뿐이다. 재미없을 때는 구독자 수가 하나 빠지고, 재미있을 때는 구독자 수가 하나 들어온다. 물론, 우리 채널과 그 채널의 첫 동영상 업로드의 시기가 크게 다르기는 하다. 우리 채널의 첫 영상은 2020년 1월 23일에 시작하고, 나에게 제안이 온 채널은 첫 영상은 2022년 3월 8일에 시작한다.


편집 능력보다 기획 능력이 돋보이는 유튜브이기는 하다. 편집 능력이 부실하다라기 보다도, 그 정도의 편집은 나도 할 수 있는데, 나처럼 되는 데로 만드는 유튜브보다는, 기획인 된 유튜브라는 생각은 든다. 


하루 24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고민을 하고 답변을 주었다. 사실, 조회 수가 너무 적은 유튜브라 안 하려고 했는데, 일단 작은 유튜브라도 뭐라도 시작하면, 작은 점들이 연결되어 작가로서 큰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답변 이메일에는, 원래 조회수가 적어서 안 하려고 했는데, 작은 기회가 나중에 큰 기회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해서 응한다는, 구질구질한 답은 하지 않았다.


아주 짧게 간결하게 답변했다. 어젯밤 보내주신 제안 확인하고 고민해 보았다. 나의 조울증 극복 스토리를 유튜브로 나누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스케줄이 정해지만 연락 달라. 이렇게, 속내는 숨기고 원론적이고 아름다운 답변을 남겼다. 사실, 그 답변이 내가 응한 명분이기도 하다.


그쪽에서 온 제안에는, 긍정적인 검토를 부탁한다고 했지만, 내가 그 유튜브에 출연에 적극적으로 응한다고 해서, 어떻게 진행될지 어떤 결론이 날지 그것은 아직 잘 모른다. 중간에 엎어질 수도 있고, 아직 어떤 진행 사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주 작은 기회지만, 이 작은 기회들이 이어져, 진짜 작가가 되는 길로 가는 과정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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