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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May 13. 2022

새끼 고양이 네 마리 중 노란 고양이 한 마리는 죽었다


어버이날 귀농하셔서 왕대추농장을 하고 계시는 부모님을 찾아뵙고자 논산 시골집에 갔다. 대문 철문 오른편에 예전에 퇴비장으로 쓰던 빈 공간에 종이 박스 하나가 있었고, 그 안에 고양이 4마리가 있었다. 길고양이가 우리 집에 새끼를 낳고 간 것이었다. 어미 고양이가 원래 그곳에 새끼를 놓은 것은 아니고, 마당 옆 창고의 선반 위에 종이 박스에 넣어놓았는데, 아버지께서 그 종이 박스를 마당에 놓으셨다.


처음에는 어미 고양이가 사람 없을 때 몰래 와서 젖은 먹이고 가는 것 같았다. 처음 하루 이틀 그랬던 것 같았고, 그 이후로는 어미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다. 새끼 고양이들이 무서운 줄 모르고 돌아다니고 집 앞 논에 떨어져 가지고 아버지께서 건져주셨다.


눈에 고름이 있어서 어머니께서 짜주고 약을 발라 주셨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미가 젖을 주나 했는데, 점점 고양이가 기운이 없어져 가서, 어머니께서는 인터넷 검색을 하셔서 새끼 고양이를 위한 우유를 사다 먹이셨다.


그런데 어미 고양이가 젖을 주는지 알고, 처음부터 먹을 것을 챙겨주지는 않고, 위험하지 않도록 보살펴 주기만 했는지라, 처음 먹을거리를 주는 시기가 조금 늦었나 보다. 네 마리 중 한 마리, 노란 고양이가 죽었다. 어머니께서 우유를 주셨을 때는, 노란 고양이는 이미 기운을 잃고 난 이후였다. 그 노란 고양이가, 네 마리 중 유독 활동적으로 움직이던 고양이였다. 내 생각에는 노란 고양이가 너무 활동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에너지 보충이 안 된 상태에서 에너지를 가장 일찍 상실하여, 제일 먼저 세상을 떠난 것 같다. 어머니는 그 노란 고양이를, 밭에다 묻어주셨다.


평소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으시는 싫어하시는 어머니께서, 고양이 우유를 찾아 주시고, 보살펴 주시고, 그리고 한 마리를 손수 밭에 가져다 묻어주셨다. 아버지께서 그 시간에 집에 계셨으면 아버지께서 하셨을 텐데, 아버지께서 밭에 계시던 때라, 어머니께서 평소라면 생각도 못할 일을 하셨다.


네 마리 중 다른 한 마리는 일찌감치 집을 나갔다. 아마도 우리 집을 찾지 못해서, 다시 돌아오지 못한 것 같다. 어미 고양이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두 마리 만이 우리 집에 나와있다. 지금은 어머니를 엄마처럼 졸졸 따라다닌다고 한다. 세상을 조금 알았는지, 위험한 밖에는 잘 나가지 않고, 집 마당에서 논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키우실 생각은 아니고, 남은 고양이 두 마리가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떠날 때까지만 보살펴 주시려 한다.


나도 시골집 고양이 생각이 많이 났다. 시골에 다녀온 이후로 아침저녁으로 어머니께 전화해서 고양이 안부를 물었다.


동물의 세계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 겠지만, 동물이 본능적으로 모성애가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고양이 어미도 새끼 낳아놓고 하루 이틀은 와서 젖을 먹이고 가더니,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고양이는 새끼 낳아놓고 멀리서 지켜본다는데, 실제로 우리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어미 고양이는 이미 새끼를 잊고 자기 인생을 찾아간 것 같다. 그게 고양이의 세계와 동물의 세계로 일반화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우리 집에 새끼 친 고양이의 케이스는 그렇다.


대신 우리 어머니가 고양이 새끼들이 자기 길 찾아가는 동안까지 엄마가 되어주시기로 하셨다. 한 마리는 우리 집을 잃어버렸는지 어디론가 떠났고, 제일 활동적이었던 한 마리는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았는지 기운을 잃고 죽었고, 두 마리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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