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작은 아버지 부부와 유럽 여행을 떠나셨다. 나의 사촌 동생이자 작은 아버지 딸이 외교관으로 유럽에 어느 나라에 있다. 유럽의 어느 나라로 여행 가신다고 딱 집어 이야기하면, 사촌 동생의 신원이 원하지 않게 노출될 수 있기에,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어머니께서 유럽의 어느 나라로 여행 가신다고만 하겠다. 물론, 그 나라 한 곳만 여행하시는 것은 아니다. 마침 지금이 사촌 동생의 휴가기간이라, 한국에서 가져간 사촌 동생의 차를 타고 유럽 몇 개국을 여행하시기로 했다.
어머니는 아버지 없이 혼자 여행 가는 게 무슨 재미냐고 아버지에게 같이 가자고 하셨지만, 아버지께서는 올 가을에 수확하는 왕대추를 돌보셔야 하고, 봄 여름 가을 아르바이트하시는 수리 감시원 일을 하셔야 한다.
"아버지, 혼자 계시면 안 외로우세요? 어머니는 혼자 여행 가셔서 무슨 재미냐고 하시는데요. 아버지도 같이 가시죠?"
"나도 가고야 싶은데. 그러면 왕대추는 누가 키우냐?"
"올해는 그냥 두면 안 되나요?"
"요한이에게 왕대추 열매 보여 주어야지. 수리 감시원 일도 해야 하고."
"수리 감시원 잠깐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안 되나요?"
"내가 안 하면 누가 하냐? 또, 그거 돈 벌어서 너네 차 사는데 보테야지."
어머니 혼자 짐만 이렇게. 내가 함께 택시를 타고 리무진 버스 정류장까지 가서 실어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는 출발 하루 전 수원 집에 오셨다. 당일 논산 근처 익산에서 출발하실까 하다가, 익산에서 출발하는 리무진 버스가 제시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 하루 전 수원 집에 올라오셨다. 어머니는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리무진 버스를 탈 수 있는 서수원 버스터미널로 가는 택시에 짐만 실어달라고 하셨다. 어머니의 짐이 실어드리고 혼자 보내드리기에는 큰 캐리어와 작은 캐리어와 백팩은 개수가 많고 무거웠다. 어머니 리무진 버스에 짐까지 실어드리려고 나도 택시에 같이 탔다. 택시 운전사도 당연히 아들이 같이 가야지, 자신이 못 내려 준다고 하셨다. 짐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리무진 트렁크에는 리무진 버스 기사가 올린다고 하여도, 버스터미널 앞에서 버스 타는데 까지, 어머니 혼자서 짐을 끌고 가실 수 없었다.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리무진 버스 타시는 터미널까지 함께 택시를 타고 모셔다 드리고 짐 실어드리고,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 에미마랑 우리 부부가 어머니 여행 잘 다녀오시라고 두 번에 나누어 50만 원을 드렸다. 어머니께서는 우리의 마음이 너무 고맙다고, 인천공항에 가시며 동생 부부와 평창 리조트로 놀러 갈 때 요한이 수영복 사서 입으라고 10만 원을 보내주셨다. 나는 어머니의 마음을 받자고 했고, 아내는 돌려드리자고 했다. 이런 의견의 다름은 둘 중 누가 틀린 것이 아닌데, 착한 천사 아내가 고집을 부릴 때 나는 천사를 이길 수 없다.
"어머니, 공항에 도착하셨어요? 돈 어떻게 보내주셨어요? 여행하시는데 많이 드실 텐데요."
"요한이 수영복 사주라고."
"어머니.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마음 받을게요. 그리고 어머니랑 작은 아버지 어머니 식사하시라고 10만 원 보내드릴 테니까, 공항에서 식사하시고 커피 드세요. 아껴 쓰면 우리도 돈 있어서, 우리 돈으로 요한이 수영복 살 수 있고요. 나중에 다음 월급 타기 전에 혹시 모자라면 부탁드릴게요."
돌려보내자는 아내의 제안을, 나는 어머니의 마음은 형식적으로 받는 것으로 하고, 우리는 같은 액수로 마음을 돌려드리자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