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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Jul 10. 2022

어머니는 작은 아버지 어머니와 유럽 여행 가시고

어머니께서 작은 아버지 부부와 유럽 여행을 떠나셨다. 나의 사촌 동생이자 작은 아버지 딸이 외교관으로 유럽에 어느 나라에 있다. 유럽의 어느 나라로 여행 가신다고 딱 집어 이야기하면, 사촌 동생의 신원이 원하지 않게 노출될 수 있기에,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어머니께서 유럽의 어느 나라로 여행 가신다고만 하겠다. 물론, 그 나라 한 곳만 여행하시는 것은 아니다. 마침 지금이 사촌 동생의 휴가기간이라, 한국에서 가져간 사촌 동생의 차를 타고 유럽 몇 개국을 여행하시기로 했다.


어머니는 아버지 없이 혼자 여행 가는 게 무슨 재미냐고 아버지에게 같이 가자고 하셨지만, 아버지께서는 올 가을에 수확하는 왕대추를 돌보셔야 하고, 봄 여름 가을 아르바이트하시는 수리 감시원 일을 하셔야 한다.


"아버지, 혼자 계시면 안 외로우세요? 어머니는 혼자 여행 가셔서 무슨 재미냐고 하시는데요. 아버지도 같이 가시죠?"

"나도 가고야 싶은데. 그러면 왕대추는 누가 키우냐?"

"올해는 그냥 두면 안 되나요?"

"요한이에게 왕대추 열매 보여 주어야지. 수리 감시원 일도 해야 하고."

"수리 감시원 잠깐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안 되나요?"

"내가 안 하면 누가 하냐? 또, 그거 돈 벌어서 너네 차 사는데 보테야지."


어머니 혼자 짐만 이렇게. 내가 함께 택시를 타고 리무진 버스 정류장까지 가서 실어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는 출발 하루 전 수원 집에 오셨다. 당일 논산 근처 익산에서 출발하실까 하다가, 익산에서 출발하는 리무진 버스가 제시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 하루 전 수원 집에 올라오셨다. 어머니는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리무진 버스를 탈 수 있는 서수원 버스터미널로 가는 택시에 짐만 실어달라고 하셨다. 어머니의 짐이 실어드리고 혼자 보내드리기에는 큰 캐리어와 작은 캐리어와 백팩은 개수가 많고 무거웠다. 어머니 리무진 버스에 짐까지 실어드리려고 나도 택시에 같이 탔다. 택시 운전사도 당연히 아들이 같이 가야지, 자신이 못 내려 준다고 하셨다. 짐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리무진 트렁크에는 리무진 버스 기사가 올린다고 하여도, 버스터미널 앞에서 버스 타는데 까지, 어머니 혼자서 짐을 끌고 가실 수 없었다.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리무진 버스 타시는 터미널까지 함께 택시를 타고 모셔다 드리고 짐 실어드리고,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 에미마랑 우리 부부가 어머니 여행 잘 다녀오시라고 두 번에 나누어 50만 원을 드렸다. 어머니께서는 우리의 마음이 너무 고맙다고, 인천공항에 가시며 동생 부부와 평창 리조트로 놀러 갈 때 요한이 수영복 사서 입으라고 10만 원을 보내주셨다. 나는 어머니의 마음을 받자고 했고, 아내는 돌려드리자고 했다. 이런 의견의 다름은 둘 중 누가 틀린 것이 아닌데, 착한 천사 아내가 고집을 부릴 때 나는 천사를 이길 수 없다.



"어머니, 공항에 도착하셨어요? 돈 어떻게 보내주셨어요? 여행하시는데 많이 드실 텐데요."

"요한이 수영복 사주라고."


"어머니.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마음 받을게요. 그리고 어머니랑 작은 아버지 어머니 식사하시라고 10만 원 보내드릴 테니까, 공항에서 식사하시고 커피 드세요. 아껴 쓰면 우리도 돈 있어서, 우리 돈으로 요한이 수영복 살 수 있고요. 나중에 다음 월급 타기 전에 혹시 모자라면 부탁드릴게요."


돌려보내자는 아내의 제안을, 나는 어머니의 마음은 형식적으로 받는 것으로 하고, 우리는 같은 액수로 마음을 돌려드리자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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