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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Oct 31. 2020

첫 번째 브런치북 발행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다.


첫 번째 브런치북 다함스토리를 발행하였다. 직업으로서의 작가를 꿈꾸며 쓴 첫 번째 책의 초고이다. 시간을 두고 잘 다듬어 발행한 브런치북은 아니다. 금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코 앞에 두고 초치기로 써서, 마감일 하루 앞두고 발행하여 제출하였다.


아주 짧은 시간 한 호흡으로 쓴 글과 책이 때로는 오래 쓴 책 보다 일관성과 통일성과 완전성이 있어 더 좋을 수도 있다. 이번 내 브런치북의 한계는, 오랜 시간 다듬어 완결성이 있는 책을 쓴 것도 아니고, 한 호흡으로 단숨에 써 내려가 군살이 없는 하나의 이야기의 책도 아니었다.


오랫동안 책을 써서 출간하려는 마음이 있었고, 블로그 등에 계속 글을 써 왔다. 아직 브런치 작가가 되기 이전이었지만, 작가의 서랍에 브런치 작가 승인 신청을 하기 위해 썼던 글들이 쌓여 있었다. 언젠가 첫 번째 책으로 나의 자전적 사랑 에세이 다함스토리를 쓰려고는 했지만, 책의 초고를 쓰기 위한 플랫폼은 브런치라고 생각했었다. 브런치 작가 승인 전이더라도, 블로그에 책으로 출판할 양과 질과 구조와 목차로 글을 쓰거나, 아니면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책으로 묶기 위한 목적의 글들을 쌓아 두었어야 했다. 고지식한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된 후에야 브런치 매거진과 브런치북으로 출간 목적으로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책을 출간하려는 방식이, 브런치 같은 글쓰기 플랫폼에 디지털 퍼스트로 글을 쓰고, 출판 제안이 들어오면 출판사와 에디터와 협력하여 에디팅과 마케팅을 잘하여 좋은 책을 만들어 대중과 독자들과 나의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었다. 브런치 작가 승인 이전이라도 똑같은 목적과 양식과 구조로, 블로그나 작가의 서랍에 쌓아 두었으면 되었다. 그런데 내가 그것이 안 되었다. 수많은 글을 블로그 등에 써오기는 했지만, 각각 따로 노는 첫 책의 주제와 제목으로 묶이지 않는 글들이었다. 블로그 포스팅 글로는 괜찮아도, 책의 구성요소로서의 글로써는 함량 미달이었다. 블로그에다가 책 쓰기를 위한 글을 쓰면 되었는데, 책 쓰기를 위한 플랫폼으로 브런치로 마음에 정해둔 나는 고지식해서, 브런치 작가가 된 후에야 본격적인 첫 책 쓰기에 들어갈 수 있었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마감일 이전에 브런치 작가가 되면, 금년 프로젝트에 지원하여 대상 10명 중 하나로 당선되어 프로젝트 참여 출판사와 브런치를 통하여 첫 책을 출간하고 싶었다.


11월 1일 프로젝트 마감날인데, 10월 5일에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축하의 통보 이메일을 받았다. 그런데다가 10월 한 달은 귀농하신 부모님의 농장에서 왕대추 수확을 도와드리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오전에 왕대추를 따고, 오후에 선별하여 박스에 담고 우체국에 들고 가서 택배로 배송하고, 저녁에는 상품성이 없는 왕대추를 잘라서 말려야 했다. 우선적으로 왕대추 수확 일을 도와드리며, 쉬는 여유시간에는 글쓰기에만 매진했다. 왕대추 수확이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가 되어, 2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에는 아내와 강릉과 춘천에 다녀온 것 외에는 글쓰기에 몰두했다.


이전에 써 놓았던 글들을 가져다 에디팅 해서 발행하고, 아직 쓰지 못한 주제의 글들을 시간과 주제의 순서대로 써 나갔다. 글을 쓰는 것도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했지만, 산별적으로 써 온 글들을, 일관성 있는 문체와 구성으로 에디팅 하는 데에도 시간이 더 많이 들었다. 열심히 쓰면 간신히 데드라인은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내일이 마감인데 오늘 오전을 꽉 채워서 완성하여 브런치북으로 발행하고 출판 프로젝트 공모전에 제출하였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각각의 글들을 별도로 써왔다가 하나의 주제와 구성으로 조합한 것이라서 글들이 다루는 이야기들이 동어반복이 되고 같은 내용이 계속 나와서 충돌이 되는 것이었다. 긴 시간을 두고 충분히 에디팅을 하던지, 아니면 단숨에 일필휘지로 써 내려갔어야 했는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편집하고 교정할 시간도 없었고, 처음부터 다시 한번에 써 내려갈 시간도 없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새롭게 쓴 글도 내가 오랫동안 다져온 생각 안에서 써 내려간 것이어서 새로 쓴 글임에도 예전에 써 놓았던 글들과 단순히 주제와 내용 스토리만 겹치는 것이 아니라, 사용된 단어와 표현까지 반복하고 충돌되었다. 오랫동안 블로그 글을 써 왔기 때문에, 오늘 새롭게 쓴 글인데도 예전에 내가 써 놓았던 글과 판박이였던 것이었다.


데드라인이 있어서 글의 질이 떨어진 것 많은 아니다. 데드라인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비록 완성본이 아니라 초고의 형태라도 한 권의 책을 써 내려갈 수 있을까?



브런치북 발행을 하면서 아주 중대한 결정적인 실수 하나를 했다. 에필로그 전에 마지막으로 심혈을 다해 쓴 마지막 글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에필로그 전 본문의 마지막 글 전에 모든 글은 어제 과거의 이야기였다. 내가 빼트린 그 글 하나만 오늘과 내일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하였다.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과거의 이야기를 돌아보기 위해 애초에 기획한 사랑 에세이 인생 에세이였지만, 의도적으로 마지막 글은 정성을 다해 현재와 미래에 대한 글을 썼다. 실수로 빼트렸는데 한 번 만든 브런치북은 그 구성의 수정이 불가능하고, 지웠다가 다시 새롭게 올려야 한다.


내가 의도한 대로 되지 않았고 큰 실수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잘 되었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에필로그를 썼기는 했지만, 그것은 본문이 아니라 끝인사 소감과 같은 글이어서, 사실상 첫 에세이의 마지막으로 결론을 맺기 위해 작정하고 쓴 글이 빠졌다.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이 또한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에필로그 전에 마지막 글로 작정하고 쓴 글을 실수로 빠트려 완성된 느낌이 들지 않기도 하지만, 실수로 인하여 첫 번째 브런치북이 과장되지 않고 오버하지 않고 끝을 맺은 것 같아 받아들이기로 했다.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는 두 번째 책 이후에서 다루고, 과거의 이야기로 첫 번째 책을 마무리한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다함스토리 매거진은 동명의 브런치북을 만든 이후에 삭제했다. 프로젝트 당선과 상관없이 첫 브런치북은 완성본이 아니라 초고이기 때문에, 어차피 출간을 위해서는 이를 베이스로 처음부터 다시 쓰는 것처럼 써야 하는데, 브런치 상에서 쓰지 않고 문서 프로그램으로 써 나가 완성시키기로 했다. 브런치북 다함스토리는 완성이 되었다. 더 이상 보태지 않기로 했다. 초고의 완성은 브런치가 아닌 출간될 책에서 하기로 했다.


다함스토리 매거진을 삭제하고, 네팔 아내 한국남편이라는 새 매거진을 만들었다. 나의 두 번째 책이다. 다함스토리가 아내를 만나기 되기까지 나의 이야기라면, 네팔 아내 한국남편 매거진은 현재 나와 에미마가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어제 과거의 이야기도 아니고, 내일 미래의 이야기도 아니다. 오늘 현재의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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