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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걸어도 말려 들 필요는 없다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by 최다함


"매니저님 오늘 금요일이지요?"


나는 회사에서 매니저다. 괘도에 오르지 못한 초기 스타트업의 매니저인 나는 이것저것 아무거나 다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와 청소를 하고, 외부에 보낼 문서를 작성하고, 직원이 연차신청서를 보내면 동생에게 전달하고 직원에게 승인되었음을 통보하고, 기타 등등 이것저것 아무거나 다 한다. 디자이너가 퇴사하면 디자인을 하고, 홍보 마케팅 담당자가 퇴사하면 홍보 마케팅을 하고, 주방직원이 퇴사하여 주방에 빈틈이 생기면 주방보조도 한다.


회사에서 가장 정신이 없는 사람은 동생이다. 일은 하면 할수록 새로 생기고, 넘치는 일은 순차적으로 나에게 온다. 나 외에 그런 일을 할 다른 직원은 없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직원이 없는 것은 아니고, 그런 일을 '할' 직원이 없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여러 사업을 한다. 그중 하나가 레스토랑이다. 원래 나는 레스토랑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조리사 두 명이 있었다. 두 명의 조리사가 있을 때도, 한 명의 조리사가 쉬는 날에는 내가 주방보조를 했다. 조리사 두 명이 퇴사하고 새 조리사 한 명이 오면서 매일 오전부터 피크타임이 끝날 때까지 주방보조를 하게 되었다.


새로 온 조리사는 일도 잘하고 사람도 좋다. 월급이 많다. 많은 월급 중 상당수는 초과 근무수당 야간 근무수당 명목이다. 식당 직원은 다른 직원과 달리 하루 8시간 주 5일이 아니다. 식당 영업시간은 회사 근무시간과 다르고, 토요일과 국경일에도 일을 한다. 우리 회사 레스토랑은 일요일은 쉰다. 새로 온 일 잘하고 사람 좋은 조리사가 오늘의 요일을 묻는다.


'내일 아내랑 아들이랑 남이섬 가요. 단풍구경 하러요. 얼마 전에 중고차를 샀거든요. 쉐보레 올란도로요. 그동안은 차 없이 살았는데, 아들이 돌이 지나니까 병원도 데리고 가고 어디 좋은데도 데리고 가고 하려면 차가 필요하더라고요.'


TMI(too much information)가 목구멍을 빠져나오려는 것을 막았다. 회사 직원과 일과 관련 없는 사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말을 하면서 일을 하면 크고 작은 미스들이 난다. 옆에서 일 잘하는 사람이 말을 건다고 해서 나도 같이 말을 할 필요는 없다. 음악을 들으며 공부와 일을 하듯이 동료의 수다를 귀로 즐겁게 들으며 일을 하는 게 좋다.


나는 오래전 운전면허를 땄지만,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지나 아들이 생겨 돌이 지나고 운전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 운전면허는 있지만 사실 무면허나 마찬가지였다.


29만 원을 내고 자차로 10시간의 도로연수를 받았다. 남자 강사에게 3시간 연수를 받고 강사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해서, 다른 여자 강사로 갈아타 7시간 연수를 받았다. 도로연수에 자신이 없어서 도로연수 전 도로연수를 위해 아버지와 아버지 차로 한가한 논산 시골길에서 미리 연습을 했다. 결과적으로 도로연수를 받은 업체와 강사에 대해 불만족스러웠다.


운전연수를 받을 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옆에 운전강사가 말을 건다고, 거기에 장단 맞추어 대답을 하고 대화를 하는 것이다. 처음 운전을 할 때 옆에서 말을 걸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야 한다. 거기에 말려 들면, 소정의 연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추가 비용을 내고 운전연수를 더 해야 한다.


운전연수가 끝날 때까지 운전에 필요한 온전한 기능을 습득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운전연수를 마치고 나는 운전을 시작했다. 기본기를 습득하면 차라리 혼자 연습을 하는 게 낫다. 옆에서 누가 조언을 해도 내가 그것을 다 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실수한다고 해도 옆에서 잔소리를 한다 해도 내가 그것을 당장 고쳐 완벽해질 수 없다. 내가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다. 온전한 운전을 하기 위한 수많은 프로세스를 동시에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저 시간이 필요하다.


놀 때는 말이 필요하다. 관계할 때는 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을 할 때는 일이 익어 자동적으로 되기 전에는 말을 안 하는 게 좋다. 옆에서 잔소리를 하면 소화할 수 있는 말만 듣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좋다. 어차피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그것을 내가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다. 다만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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