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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Oct 31. 2022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슬픔 마음 있는 사람들과 함께 슬픔을

"님, 기독교에서는 할로윈 어떻게 생각해요?"


할로윈을 앞둔 지난주 금요일 10월 28일이었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돈가스 레스토랑의 주방 인력이 아직 충원되지 않아, 오전부터 피크타임까지 내가 주방보조를 보고 있다. 새로 온 실력 있고 사람 좋은 조리사는 나와 회사 대표님이 형제 사이인 것과, 우리가 기독교라는 것을 안다. 기독교에 관심이 있는지 교회에 대해 가끔 물어본다.

그는 나의 직책인 매니저를 줄여 매님이라 부르고, 나는 조리사님이라고 부르기도 그래서 그를 그냥 매니저님이라 부른다.

 

"글쎄요. 할로윈을 이교도 문화로 부정적으로 보는 기독교인도 있고, 분장하고 사탕 주는 문화와 장난으로 보는 기독교인도 있겠지요. 다만, 교회에서는 할로윈 행사는 안 해요. 저희 집이 기독교잖아요? 어렸을 때 할로윈을 나쁜 문화라고 들었다기보다, 할로윈 이벤트 자체가 주변에 없었던 것 같아요. 할로윈을 모르고 자랐던 것 같아요."


내가 기독교를 대표할 수 있는 믿음의 분량의 신자도 아니다. 모태신앙으로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가, 세상이 요지경인 이유는 신이 부재하는 증거라는 무신론자였다가, 부모님 생전에 믿는  하고 교회만 다니기로 했다가, 지금은 아내랑 아들과 교회 다니는 '선데이 크리스천'이자 '교회 다니는 세속인'이다. 다시 교회로 돌아와 하나님과 교회를 존중하고 사랑하지만, 내 인생의 주인은 예수님이 아니라 나이다. 예수님은 내 삶의 귀한 손님이고, 내 삶의 중요한 멘토이다. 다만,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이다. 그러므로, 내 생각이 기독교인을 대표하는 생각은 아니다. 다만, 기독교 문화권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한국 교회와 교인들의 문화와 생각은 어떠한지 보고 듣고 느낄 뿐이다.


"매님, 이태원 할로윈 들으셨어요?"

"매니저님은 이태원에 안 가셨어요?"

"이태원 가려다가 홍대에 갔어요. 이태원 간 줄 알고 전화가 많이 왔어요. 매님 빼고요."

"매니저님 걱정은 했는데, 매니저님 폰 번호가 있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네이버랑 구글에 매니저님 이름 검색은 해 봤어요."

"진짜? 감동인데요."


이태원 할로윈 축제로 150여 명이 사망하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참사가 일어났다. 적어도 지금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좁은 공간에 감당할 수 없는 수많은 인파가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십 대 중반의 딸을 잃고, "우리 애기 어디 갔니?"하고 오열하는 어머니를 기사로 읽었다. 스무 살이 넘어도 그녀의 어머니에게는 '우리 애기'인 것이다.


이제 돌 막 지난 아들 요한이를 보는 내 마음과, 스무 살을 훌쩍 넘긴 딸을 보는 그녀의 어머니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가 할 수 있는 것은 슬픈 마음 있는 사람들과 그 슬픔을 함께하는 것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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