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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Dec 14. 2022

The Next Episode


방배역으로 출근하는 날이라 버스를 탔다. 격일로 하루는 방배역으로 하루는 이대역으로 출근하여 회사에서 운영하는 음악연습실을 돌아보고 신촌역 회사로 향한다.



버스에 올라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고 사카모토 류이치를 듣는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키 구라모토는 알아도 사카모토 류이치는 몰랐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아는 뮤지션과 음악은 알고 모르는 뮤지션과 음악은 모른다. 공교롭게도 내가 사카모토 류이치를 알고 그의 음악을 듣기 시작한 것은 유희열의 표절 논란 때문이었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Merry Christmas Mr. Lawrence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 중 하나가 되었다.


- 매님, 어떤 음악 좋아해요?

- 윤종신요. 신승훈이나.


회사 레스토랑 조리사는 회사에서 매니저인 나를 매니저님 대신 매님이라 부른다. 조리사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의 장르를 물어본 것일 텐데 나는 윤종신 신승훈으로 답했다. 나에게 윤종신 신승훈은 장르다. 나는 유튜브 뮤직으로 음악을 듣는다. 윤종신을 셔플로 돌린다. 한참 듣다 지루해지면 신승훈을 셔플로 돌린다.


- 아이유도 좋아해요.

- 아이유요?

- 아이유 말고 아이유 노래요.


내가 좋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아이유가 아니라, 아이유의 노래다.


윤종신을 셔플로 듣다 심심해지면 신승훈을 셔플로 돌리고, 신승훈을 셔플로 돌리다 피곤해지면 아이유를 셔플로 돌린다.


- 저도 윤종신 신승훈 세대는 아니거든요. 중고등학교 때는 동요 찬송가만 들었어요. CCM이라고 찬송가를 현대음악으로 밴드에 맞춰 부르는 거 있잖아요.

- CCM 저도 알아요. 소향 맞지요? 저도 CCM 좋아해요.

- 대학 입학해서 자취하면서 라디오로 윤종신 신승훈을 들었어요.


버스에 올라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을 귀에 꽂고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니 종점 사당역이다. 사당역에서 전철로 갈아타고 한 정거장 방배역에서 내린다. 사당역에서 방배역 사이가 딱 한 정거장이지만, 매일 아침 출근길 사당역에서 방배역을 향하는 전철은 지옥철이다. 그 시간에는 날이면 날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찌부된다.


오늘은 30분 일찍 도착했다. 방배역이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 가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스마트폰의 브런치 앱을 켜놓고 어떤 글을 써야 빨리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빨리 직업으로서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무슨 주제로 오늘의 글을 쓸까 고민하며 유튜브를 본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배꼽 잡는 최용수라는 쇼트 영상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나를 사로잡은 것은 최용수가 아니라 쇼트 영상의 배경음악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궁금했던 노래였다. 클럽에서 들을 수 있는 클럽 음악이었다. 유튜브 쇼트에서 삽입한 배경음악이라 음원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외로움에 아주 몸부림칠 때였다. 학교 근처 클럽에 혼자 갔다. 보통 나이트클럽이나 강남이나 홍대의 클럽과는 결과 장르가 다른 클럽이었다. 흑인 갱스터 음악이 흐르고 조명이 많이 어두운 그런 클럽이었다. 거기서 처음 들었던 노래다.


The Next Episode


오랫동안 이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궁금했던 노래의 정보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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