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이면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을 발표한다. 이미 수상자에게는 연락이 갔을 것이고, 출판 계약을 했을 것이고, 비밀유지 조약에 따라 깃털처럼 가벼워진 입을 닫고 묵언수행 중일 것이다.
응모를 후 수상 결과에 영향을 끼칠까 봐서 응모작에 대하여 퇴고의 손길을 데지 않았다. 올해는 물 먹었구나 확신이 드는 때가 되어서야, 내 응모작이 올해는 당선될 수 없는 명확한 이유들이 그제야 보였다. 이미 내 무의식은 알고 있었으나, 내 의식은 출판사와 에디터가 나의 작품의 다이아몬드 원석으로서의 가치를 읽어주지 않을까 하며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올해는 땡이구나 하는 확신이 든 후에야 다시 퇴고를 시작했다. 물론, 퇴고로 끝날 수 없는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가 있다. 차후에 다시 쓰더라도, 일단은 응모한 브런치북 구조의 큰 변화 없이, 초고로서 구독과 라이킷과 완독을 부를 수 있을 경지를 목표로 퇴고해 보고자 한다.
이번 브런치 공모전 낙방이 확정되는 시기에 브런치 앱 개편 이벤트 당첨 안내 알림이 떴다.
브런치 앱 개편 이벤트가 있었다. 브런치 앱을 업데이트하고 새 브런치 앱을 통해 영감 받은 작가를 구독하고 응원 댓글을 남기는 이벤트였다.추첨을 통해 200명을 선정하여 선물을 준다 했는데, 해당 글의 댓글이 250명이고 그중 항의성 민원의 댓글도 있으니, 내 댓글이 명문이었던 것도, 추첨 운이 좋았던 것도 아니고, 사실상 참가상의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두 개의 다이어리 중 하나를 랜덤으로 준다는데, 아내를 줄까, 내년 초 네팔에 들어가면 아내 지인에게 줄까, 아주 잠깐 고민을 때리다가, 내가 가지기로 했다.
처음부터 탐나기도 했고, 괜찮은 선물을 해도 안 쓰는 경우가 많더라. 나에게만 탐나는 물건이지, 소중한 인연에게 양보의 토스를 했더니 안 쓰더라.
작가로서 나는 지금은 디지털 공간에 글을 쓴다. 내가 현재 글을 쓰는 아날로그 공간은 전혀 없다. 글을 꾸준히 쓰다 보니, 나는 디지털 공간에 글 쓰는 작가이지만, 아날로그 다이어리 하나 정도는 필요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