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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Dec 24. 2022

일기가 어떻게 에세이가 될 것이냐를 넘어서

정보 재미 감동을 스토리에 얹어 의지로 민다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에 대한 담론이 있다. 대개 이런 담론은 어떻게 하면 내가 쓰는 글이 일기가 아닌 에세이가 될 것이냐 하방법론에 대한 고민이다.


일기와 에세이의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내가 읽기 위해 쓰는 글이 일기 남에게 읽히기 위해 쓰는 글이 에세이다. 일기와 에세이 사이의 벽이 갈수록 무너져 간다. 지금 우리는 더 이상 나만이 볼 수 있는 일기장이나 노트에 사사로운 글을 쓰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브런치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클라우드에 글을 쓰고 전체 또는 부분 공개를 한다.


지금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부분적인 관종이다. 클라우드에 글을 쓰는 우리는 관종지수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 모두 어느 정도 이상 부분적인 관종이다.


아 관심받고 싶어
미치겠어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그러면 마음이 편해진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가 과거에는 일기장에나 썼을 이야기를 클라우드에 전체 또는 부분이 볼 수 있도록 쓴다. 그러니 우리의 글이 일기냐 에세이냐 하는 것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나의 글이 닿고 싶은 만큼 불특정 다수의 독자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의 문제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기 위한 전략 또는 기술이 필요하다. 나는 나의 글에서 나의 어떤 점을 어필할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런 나의 문제의식이 일기가 어떻게 에세이가 될 것과 표현방식의 차이지 같은 이야기다.


진부한 결론인데 디지털 클라우드에서 먹히는 글의 카테고리는 1) 정보 2) 재미 3) 감동 딱 셋이다.


나는 전문지식이 없어서 정보에는 약하다. 생각이 많기에 이것저것 아는 것은 많지만, 정보의 체계와 족보가 없는 '찢어진 백과사전'이다. 나만의 정보가 있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먹히지 않는다. 나의 정보 중 먹히는 지식은 있다. 20년 동안 조울증으로 개고생 하고 이제는 극복한 경험에서 오는 정보다. 첫사랑이 실패하여 그 이후 찾아온 모든 사랑이 도미노처럼 미끄러져 짝사랑으로 끝났다가 사랑의 끝에서 아내 에미마를 만난 경험에서 오는 정보다.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브런치 작가가 된 경험에서 오는 정보다.



재미도 없다고 봐야 한다. 내가 그냥 사는 모습은 재미있지만, 내가 개그 치면 재미없다. 내가 재미있게 보는 유튜버 JM상처럼 "아 빵괍습니다. 여러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게 재미없는 것이다. 재미없는 사람이 개그 치려고 하면 재미없다. 진지한 사람은 진지한 삶 자체가 재미있다. 나의 글의 재미는 개그 코드가 아니라, 내 글 이야기 내용의 재미를 어필해야 한다.


내 글에 감동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을 안 하겠다. 설명이 필요 없으니까. 내가 승부를 보아야 할 부분이다. 원래 100전 99패 1승이 감동이다. 최후의 1승으로 앞전의 모든 패배가 덮이는 승리가 감동적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목사님이 한 분 계시는데, 자신이 좋은 뜻으로 일이란 일은 다 벌여 보았는데 전부 실패했는데, 실패한 이야기를 설교했더니 그것 하나만 자신의 인생의 성공이었다는 고백을 하신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쓰고 있고 써야 하고 승부를 보아야 하는 것이 이 부분이다. 정보 재미 면에서도 나만의 정보와 재미가 있겠지만, 나는 감동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일반론적으로 정보 재미 감동을 이야기하지만, 스토리가 정보 재미 감동을 이긴다. 내가 가진 스토리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겠다. 읽으면 느낄 수 있는 것은 설명할 가치가 없다.


또 하나 있다. 글 속에서 보이는 작가의 의지다. 정치가의 으뜸 덕목은 권력의지란 말이 있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말은 아니지만, 삶의 모든 면에서 의지가 있는 사람은 싸워 이길 수 없다. 다른 전문용어로 깡다구라고도 한다. 싸워 이길 수 없는 상대는 이길 때까지 싸움을 끝낼 생각이 없는 상대다. 그런 경우에는 "You win" 하고 링에서 나오는 게 상책이다. 이겨도 피떡이 되는 싸움이니 말이다. 피떡이 되어서까지 이길 이유가 없는 사람이 피떡이 되어도 이겨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글도 끝까지 쓰는 사람이 이긴다.


정보 재미 감동 스토리 의지의 글을 써야겠는데, 나에게 없는 정보와 재미는 나만의 정보와 재미를 쓰고, 내가 가진 감동 스토리를 의지로 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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