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전철에서 《브런치 너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글을 썼다. 브런치에 그 글을 퇴근 후 썼지만, 그 글이 떠 오른 것은 오전에 일하는 중이었다. 일 하면서 딴짓을 한 것은 아니고, 일 하면서도 딴생각을 했다. 오전에 근무 중 떠오른 글감을 퇴근길 썼다. 따로 메모를 해 두지는 않았지만, 기억 속에 저장해 두었던 것을 퇴근길에 꺼내 썼다.
아마 퇴근길에 글감을 얻었더라면, 그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평소 인격이나 글 인격과는 사뭇 다른 인격이 갑자기 찾아왔다가 돌아갔으니 말이다. 글을 쓰던 시점의 나의 글 인격이 글감이 찾아왔을 때의 글 인격과 달랐다.
그럼에도 버리지 않고 글로 기록해 둔 것은 글감이 재미있었다. 이전까지 내가 쓰던 글도 앞으로 쓸 글도 아니지만, 재미있는 글이 나에게 왔다 가서 기억을 더듬어 기록으로 남겼다. 다만, 글에 휘말리다 보니 최초 버전에는 다소 오버를 했다. 내가 쓰지 않는 쓸 필요가 없는 어디서 들은 다른 이의 어휘와 표현을 썼다. 써 서는 안 될 이유는 없었지만, 내가 그런 표현을 굳이 쓸 이유도 없었다.
그즈음 신도림역에서 수원 쪽 전철을 탔어야 했는데 인천 쪽 전철은 탔고, 다시 돌아가기에 인천 쪽으로 너무 멀리 와, 인천역에서 수인선을 타기로 했다. 그때 마침 스마트폰이 꺼져서 글을 고칠 수 없었다. 인천역에서 기다리며 노트북을 켜서 공공 와이파이를 잡아 글을 고쳤다. 전철 내 와이파이는 통신사를 통해 연결이 되는 것이라 노트북은 모바일 핫스팟을 잡아야 하나, 전철역사에서는 공공 와이파이를 잡을 수 있다.
글을 쓰다 보면 순간 내 생각이 폭주하기도 하고, 글과 함께 내 생각이 정리가 되고 성숙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