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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Dec 27. 2022

브런치 너에게 보내는 편지

난 널 사랑하지 않아 니가 날 사랑하면 안 되겠니?


브런치, 너에게 편지를 보낸다.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브런치 작가가 되었지. 딱 10개월 걸렸지. 10개월도 길다면 긴 시간인데, 회사 동료의 연봉을 물어볼 수 없는 것처럼 다른 브런치 작가에게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인지라 알 수 없지만, 10개월 정도는 돌아보면 또 그렇게 긴 시간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건 그렇고 근데 말이야, 12번 떨어뜨린 횟수는 직히 놓고 해 브런치 니가 생각해도 너무 다고 생각하지 않니? 나보다 많이 떨어지고 붙은 브런치 작가는 많지 않다고 생각해. 그 정도 떨어지면 대부분 중간에 그만둘 테니까.


하긴, 그분은 나를 모르겠지만, 내가 건너 건너 아는 어느 브런치 작가님은 85번 떨어지고 86번째 붙었다더라. 나는 10개월 걸렸는데, 그 작가님은 나보다 한 달 짧은 9개월 걸렸다더라. 그 작가님의 근황을 알아보니 그렇게 어렵게 브런치 작가가 되고서 그렇다 할 활동이 없더라.


나도 니꼽고 럽고 스껍고 사해서 글 쓰는 플랫폼이 브런치 밖에 없나 수차례 때려치울까 생각했어. 내가 너 브런치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너의 반반한 디자인에 반해서도, 널 사랑해서도 아니야. 내 꿈이 작가가 되는 것이고, 디지털 시대의 작가로서 글쓰기 좋은 플랫폼이 너 브런치라고 생각해서야. 제발 오해하지 말기를. 단지, 그 이유 때문이야. 난 널 사랑하지 않아. 다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아. 아내 에미마를 사랑하고, 아들 요한이를 사랑하고, 내 자신과 나의 꿈을 사랑할 뿐이야. 아니, 내가 지금 사랑하는 대상이 꼭 하나 더 있으니 그것은 내가 쓰는 이야.




2020년 10월 브런치 작가가 되고 벌써 2년 하고도 2년이 지났지. 그동안 이 글을 쓰는 직전까지 590개의 글을 발행하고 응모 가능한 모든 공모전에 응모했지.


브런치 니는 처음 오는 작가만 한 번 띄어 주고, 니가 좋아하는 작가만 띄어 준다는데, 니 마음은 니 것이니 불만은 딱히 없는데.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고 다음 메인에 한 번 그리고 두세 번 띄어주는 게 다 더라. 니 탓도 내 탓도 하지 않아. 그저 브런치 니 알고리즘에 내가 걸리지 않았을 뿐.


브런치,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널 사랑하지 않아, 단지 니가 나의 꿈을 이루는데 필요한 도구일 뿐. 이제 니가 날 사랑하면 안 되겠니? 우리 친하게 지내자.


나도 이번 브런치 앱 개편에 할 말은 있는데, 아무 하지 않을게. 니 마음은 니 것이고, 니 인생은 니 것이니.


다만, 이제 니가 날 사랑해 주면 안 되겠니? 다음 메인은 관심 없다. 거기 떠 보았자 조회수만 많지 구독자 수와 라이킷 수에 아무 상관없더라. 나 좀 브런치 앱 홈에 올려주라. 한 번 들어 올려 누가 라 해도 내려주지 말아 달라.


나도 브런치 홈에 좀 올라가 보자. 나도 구독자 라이킷 수 좀 올라보자. 브런치, 내가 이런 글까지 써야겠니? 나도 한 번 책 내 보자. 브런치, 지금까지 내가 한 말 다 웃자고 한 이야기인 거 알지?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말고.


브런치, 내 맘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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