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네팔 카트만두의 트리부반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늘 새벽 인천공항에 들어왔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이른 새벽에 마중 나오셨다. 수원에 들어와서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의 24시간 설렁탕집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집에 들어왔다. 비행기에서 거의 잠을 자지 못했지만, 조울증 약이 떨어졌고 내일은 출근을 해야 해서, 아침 일찍 병원에 다녀왔다.
잠을 거의 자지 못했고, 비록 한참 돌아가지만 우리 집 앞에서 병원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지만, 가족들의 특히 어머니와 아내의 만류에도, 차를 운전하여 병원에 다녀왔다. 한 달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나라 밖을 나가 있으니 운전이 마려웠다. 오래간만에 운전을 하니, 차분하게 운전이 더 잘 되었다.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일이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그냥 일단 그 일을 놓아보는 것도 길을 찾는 길이 될 수 있다. 글도 풀리지 않을 때는 놓아보는 것도 길이 될 수 있다.
네팔 처갓집에 한 달 다녀오기로 확정되었을 때, 나는 그동안 내가 써 놓은 글을 초고로 퇴고하여 책 한 권의 최종본을 쓰고, 『네팔에서 한 달 살기』라는 제목으로 한 권 분량의 초고를 쓰기로 했다. 2022년 하반기 나의 컨디션으로 보았을 때는 충분히 그랬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네팔에 가기로 결정이 되고, 네팔에 가기 며칠 남지 않아, 나는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슬럼프에는 이유가 있었지만, 일단 슬럼프의 늪에 빠진 이후에는, 그 이유와 상관없이 늪에서 빠져나올 힘이 없었다.
네팔에 있는 동안 책 한 권을 완성하여, 한국에 돌아와서 1인출판사를 만들어 출간하려고 했다. 그리고 회사에는 돌아가지 않고 사직을 하기로 했다. 그런 마음으로 네팔에 가려고 했는데, 네팔에 가기 전 며칠 전 나는 완전히 무너졌다. 회사에 갈 수도 없는 상태라, 출국을 앞두고 12월의 마지막 3일을 쉬었다. 쉰 만큼 지난달 월급은 줄었다. 결국은 책을 쓰지 못했고, 회사에 계속 다니게 되었고, 오늘 새벽 귀국하여 내일부터 바로 출근하기로 했다. 며칠 쉬는 만큼 다음 달 월급에서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네팔에 있는 동안 글을 아예 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일하면서 글을 쓸 때보다 적은 글을 썼다. 아무것도 안 하면 더 글을 적게 쓰게 되는 것은 아니고, 내 글쓰기의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왔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본다. 네팔에 있는 동안 생각이 떠오를 때 겨우 겨우 글로 추억을 기억으로 남겨두었다. 한 권의 책이 되기에 양질의 면에서 부족하지만, 언젠가 그 기억을 꺼내어 쓰기에는 충분한 정도의 기록은 남겨두었다고 긍정적으로 자평한다.
기존의 써 두었던 초고를 바탕으로 한 권의 책을 쓰겠다는 것도 전혀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새로 쓰기보다 기존에 내가 썼던 글들을 한 권 분량으로 모으기로 했다. 직접 출판은 포기했다. 일단 한 권의 책을 완성하고, 출간기획서를 쓰고, 출판사에 투고를 해 볼 것이다. 출간기획서를 브런치 포스팅으로 써 볼 계획도 있다. 계속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도 응모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내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를 만드는 것은 영원히 포기했다. 대신 책을 써서 출판사에 투고하고, 브런치북 공모전에 계속 응모하기로 했다.
다른 꿈이 생겼다. 내 꿈이라기보다 아내의 꿈이고 아내의 꿈을 조력하는 것이다. 네팔 히말라야 커피 원두를 네팔 지인을 통해 가져와서 동네에 히말라야 카페를 해 볼 꿈을 꾸게 되었다. 네팔 히말라야 커피를 원두로 쓰고, 식사와 디저트도 먹을 수 있는 아내의 카페를 아내와 같이 꿈꾸게 되었다. 카페는 아내가 하고, 나는 카페에서 글을 쓰는 작가를 하는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