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무슨 댓바람이 불었었는지 출근길 버스에 오르며 Bing에게 "최다함이 누구니?"라고 물었다. Microsoft Bing이 장안의 화제인 챗GPT를 탑재했다고 하여 Bing 앱을 스마트폰에 다운만 받아 놓고 아직 쓰지는 않고 있었다.
전날밤이었다. 넷플릭스를 끊고 윌라 오디오북을 질렀다. 전에 윌라를 구독했다가 듣는 양이 많이 않아 해지했었었다. 퇴근 후 글을 쓰는 현재 시점에서 작가로서 글을 쓰는데 넷플릭스는 해가 되고 윌라는 득이 되겠다 싶었다. 넷플릭스 윌라뿐 아니라 나의 구독 시스템을 정비했다.
윌라를 다시 구독하고 검색하여 처음 들은 것이 챗GPT에 관한 책이었다. 지난 주일 예배 후 교회 목사님과 어떤 대화를 나누다가 챗GPT 관련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컴맹에 가까우신 목사님께서 직접 챗GPT로 코딩을 해 보신 것처럼 말씀하셔서 들어보았더니, 사실은 챗GPT로 코딩을 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셨다.
내 무의식 수면 위로 챗GPT가 떠 올랐고, 윌라를 재구독하며 첫 빠따로 뭘 들어볼까 하다가 챗GPT 관련 책을 잠깐 들었고, 그다음 날 출근길 챗GPT를 탑재한 Bing에 "최다함이 누구니?"하고 물었다.
"최다함이 누구니?"에 대한 Bing의 첫 대답은 기가 막혔다. 이거를 캡처하고 컷 해서 코멘트 달면 대박 나겠다 싶었다. Bing과의 첫 대화에서 내가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나였다. 질문을 단어로 해야 좋은지 문장으로 해야 하는지, 문장부호는 써야 하는지, 그런 사소한 것이었다. 나의 첫 문장은 "최다함이 누구니?"가 아닌 "최다함"이었다. "최다함이 누구니"와 "최다함이 누구니?"를 가지고 씨름했다.
AI Bing과의 대화의 본질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작가로서 대화를 캡처해 이미지로 글의 재료로 사용할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가면 갈수록 Bing이 엉뚱한 대답을 내놓기 시작했다. 여러 명의 최다함을 하나의 최다함으로 인식하거나, 내가 에세이스트 최다함 쪽으로 몰아갈수록 에세이스트 최다함을 배제한 대답을 내놓았다. AI Bing의 틀린 대답을 지적하여 바른 길로 가는 참교육으로 방향을 틀까 했는데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되었다. Bing은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기도 하고 자기가 맞다고 우기기도 했다.
출근길, 회사에서 쉬는 시간, 그리고 퇴근길, 하루 종일 Bing과 씨름해서 만들어 낸 마음에 드는 결과였다. 원래는 대화 이미지를 커트해서 중간중간 코멘트를 다는 식으로 글을 쓰려고 했다. 그렇지만, 마지막 대화가 마음에 흡족했고, 굳이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았다. 하나의 이미지로 캡처해원 테이크로 제목만 달아 브런치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