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출근길, 좀비 군단의 일부가 되어
아침 7시, 플랫폼은 이미 워킹데드의 한 장면이다.
수백 명의 좀비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같은 방향으로만 흘러간다.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지만,
마치 생존 도구가 아니라
최후의 위안처럼 쥐고 있는 모습이다.
무기력한 눈빛.
끌려가는 듯한 발걸음.
똑같은 한숨.
웃긴 건… 그 군단 속에 바로 나도 있다는 거다.
오늘도 ‘출근 좀비 행렬’의 일부가 되어,
목적지가 아닌 관성에 이끌려 걷고 있었다.
지하철이 곧장 꽉 찼다.
앞에 선 사람의 머리카락에서 샴푸 향이 진동했고,
뒤에 선 사람의 가방 끈이 내 옆구리를 계속 찔렀다.
출근길에만 존재하는 ‘사회적 거리 없음’의 법칙.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묵묵히 참았다.
좀비 군단에는 각자의 특징이 있었다.
누군가는 눈을 뜨고도 잠에 빠져 있었고,
누군가는 이어폰을 꽂은 채 음악을 듣는 건지,
현실을 차단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 대부분은 휴대폰 화면을 무의미하게 밀고 있었다.
SNS, 뉴스, 주식 차트… 하지만 솔직히 뭘 보든 머릿속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나는 아직 살아 있다’라는 흔적처럼 손가락만 움직일 뿐이었다.
문득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봤다.
눈 밑은 퀭했고,
표정은 무표정이라기보다 무기력에 가까웠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 질문이 매일 출근길에 자동 재생되는 내 삶의 알람이다.
회사에 가면, 상사는 또 PPT 글씨 크기를 문제 삼을 테고
후배는 칼퇴를 위해 일의 절반만 던져놓고 퇴근할 거다.
그걸 수습하는 건 늘 나 같은 사람들의 몫이었다.
위와 아래, 그 사이에 껴서 눈치만 보며 살아가는 인생.
지옥 같은 회사라고 수백 번 욕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출근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월급과 밀린 카드값.
그리고 회사를 떠나고 싶지만, 이미 적응해 버린 내 육신.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어쩌면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문을 열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내 하루는 내 것이 아니다.
상사의 지적, 후배의 투정, 쏟아지는 메일과 회의.
그 속에서 나는 오늘도 내 몫의 에너지를 조금씩 갉아먹힌다.
마치 배터리 잔량이 100%였던 휴대폰이
아무 앱도 켜지 않았는데 자동으로 소모되는 것처럼.
지하철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또 한 번 밀려나가며, 나도 같이 휩쓸렸다.
그 순간 깨달았다.
출근길은 회사로 가는 길이 아니라,
내 멘탈을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하는 길이라는 걸.
나는 오늘도 좀비 군단의 일부가 되어 회사로 들어섰다.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오늘도, 내 멘탈을 한 번 더 갉아먹을
상사와 후배의 콤비 플레이를 맞이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