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들이 서로의 아픔을 감쌀 수 있을까.
모두가 아프다면,
그들의 아픔은 누가 위로해야 할까.
본인의 이야기만 하는 공간에서 나는 늘 상처받는다.
말하는 이는 있는데, 듣는 이는 없다.
말하는 이의 한마디는 공허한 외침이 되어
바닥에 떨어진다.
다른 이들은 떨어진 잔재를 밟고 지나가버린다.
대화가 아닌 독백을 너무 많이 봐왔다.
서로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아무것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
우리는 왜 모였을까.
얇디 얇은 관계를 , 왜 지속해나가는 걸까.
그 관계를 그저 바라만 보며
‘이런 관계도 존재하는구나.’ 생각할 수도 있을텐데
왜
그 대화의 얕음이, 깊이 없음이
내게는 상처가 되는 걸까.
나는 왜 또 그 대화에 아파할까.
그 대화로부터 거리를 두고 무관심해질 순 없을까
아픈 사람들이 서로의 아픔을 감쌀 수 있을까.
서로의 손을 튕겨낼 것 같다.
누군가 애써 손을 내밀어
상대의 손을 잡는다 해도
흔적도 없이 부서져버리지 않을까.
휩쓸려간 모래성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