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700일째 날이다. 행운을 상징하는 러키세븐이라고도 불리는 숫자, 7은 나의 최애 번호이기도 하다. 숫자 '7' 뒤에 00이 두 개나 붙어있다. 컴퓨터 드라이브와 노트 앱에 저장되어 있을 700개의 글들을 떠올리니, 마음이 꽉 찬다. 매일 쓴다면 글 쓰는 근육도 자연스럽게 붙는다는데, 나의 글 근육의 근황은 어떤지 묻고 싶다. (그런데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오늘 읽단 쓰기 클럽에서 '일기 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소싯적 쓰던 일기장을 다시 펼치는 순간 그때의 감정, 여린 감수성에 흠뻑 취한 글을 읽는 게 너무나 쑥스러워 온몸이 근질근질하다는 이야기부터, 감사의 일기, 100일 동안 세 가지 소원 쓰기와 같이 일기 쓰는 일에도 목적과 성취를 염두에 썼던 경험담, 부정적인 감정이 들끓을 때만 일기를 썼던 습관 때문에, 일기 쓰는 일이 편한 감정으로 다가가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까지 일기에 얽힌 여러 가지 일화가 줄줄이 새어 나왔다.
과거의 내가 썼던 일기에 관한 각자의 고백들을 하나둘씩 풀어놓고서는 이어서 일기에 관한 오해와 진실로 이야기가 흘렀다. 일기란 나만 보는 글이고, 나만 보는 글은 글이 아니다로 배웠던 게 일기 쓰기를 멀리하게 된 원인 중에 하나라고. 모임원의 이야기를 듣는데, 너무 내 이야기 같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나보다는 타인의 시선이 더 중요했던 시기, 남들에게 더 잘 보이는데 시간을 써야 한다는 조급함에 사로잡혔을 시기에는 나만 보는 글은 효용 가치가 없고 쓸모가 없다는 인식이 나를 지배했었다. 과거의 나를 떠올리게 하는 그녀의 이야기에, 지금의 내가 매일 쓰기를 임하는 태도를 바라보게 했다.
나의 매일 글쓰기는 무엇을 쓰는 것보다 매일 쓰는 일을 지속하는 습관을 길들이는 게 '나의 1000일 글쓰기'의 목표이므로 무엇을 쓰고 어떻게 쓰는지 분량은 얼마나 쓰는지에 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글감도 자연스레 그날에 있었던 일 중 가장 나를 강타한 사건이나 감정을 소재로 삼아 대부분 채우고 있다.
글 속에는 멋지고 괜찮은 '나'보다 '지질한' 나, '연약한' 나, '흔들리는' 나 가 자주 등장하곤 하는데, 이것도 700회까지 오면서 반복된 학습 때문인지, 오히려 멋지지 않은 '나'에게 정감이 깃든다. 남들이 뭐라 하든 스스로 힘을 얻기 위해 고단한 마음을 몇 글자라도 계속해서 쏟아내는 노력이 기특해서 그렇다.
오늘도 그렇게 기특하게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