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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다희 Sep 01. 2023

즐거운 베짱이

서은국 <행복의 기원> 읽고

목요일만 빼면 내게 공식적인 아침 스케줄은 거의 없는 편이다. 몇 시까지 어디를 가야 한다거나 무엇을 꼭 해야 하는 약속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게 지내고 있다. 그렇다 보니 나는 '내일 몇 시에 일어나야 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잠자리에 들곤 한다. 더군다나 나는 올빼미형 인간인지라 매일 밤마다 이 느슨함의 달콤함을 즐기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 까닭에 나의 취침시간은 깊은 밤 시간대를 넘어 이른 새벽으로 치달을 때가 종종 있다.



늦게 자니, 늦게 일어나는 게 당연지사인데 그 방식이 좀 특이하다. 늦게 잤다는 일말의 죄책감 때문인지, 불편한 허리 때문인지 쪽잠처럼 잠을 나눠 잔다. 이를테면 어제와 같은 경우, 누군가는 아침을 여는 시간인 새벽 4시 잠이 들었는데, 8시쯤 눈이 떠졌다. 아침 대용으로 단백질 세이크를 타 마시고, 창밖을 구경하는데 다시 잠이 몰려왔다. 졸리니 다시 잘 수밖에. ‘내가 언제 또 이런 여유의 호사를 누려보겠니' 하며 포근한 침대 속으로 몸을 던졌다.



못다 잔 잠을 충전하고 일어났더니 오전 11시였다. 하늘은 옅은 회색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날은 흐린데 내 기분은 맑고 개운하다. 이럴 때 하면 좋은 건 바로 책 읽기. 눈 뜨자마자 하는 독서의 맛은 사골국물 같다. 책 한 권을 끼고 집 앞 카페로 갔다. 아메리카노 보다 진한 커피, 룽고를 마시며 진하게 읽어보리라.





펼친 책은 서은국의 <행복의 기원>이다. 책을 읽으며 행복해지라는 저자의 속뜻이 담겼는지, 읽기 쉽고 책도 얇아서 끝까지 읽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저자는 생물학적 관점과, 진화론 관점에서 인간이라는 사회적 동물이 추구하는 행복의 정의를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의미를 찾아라' 혹은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라'라고 당신의 생각을 바꾸라는 주장을 뒤엎는다. 행복은 생각만을 바꾸다고 해서 얻어질 만큼 간단한 경험이 아니라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복잡 미묘한 경험은 우리 뇌가 만들어내는 마법과도 같은 놀라운 쇼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러니 이성적 능력을 발휘하는데 과대평가하지 말고, 우리 뇌의 이성과 본능을 적절히 다루어 행복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상상하는 만큼 행복해지지도 불행해지지도 않는다."




우리는 살기 위해 행복을 찾는 것이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다. 뜻을 안다고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뒤돌아 행복을 좇느라 전전긍긍한다.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 잘 못살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고 불안해한다.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관하기 전에 '행복 의심병'부터 고쳐야 할 것 같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of positive affect.

나는 이것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진리를 담은 문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125쪽)




행복은 작고 구체적인 경험이라는 점,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에서는 다시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내일이 없이 즐겁게 사는 여름 베짱이를 한심하다고 세뇌받으며 살았다. 그런데 이것은 근거 없는 염려 일뿐이란다. 세상 모든 베짱이들이 루저가 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말에 쾌감마저 느꼈다.  하루아침에 베짱이처럼 변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잠깐만이라도 나도 베짱이가 돼볼까? 오늘만 사는 베짱이가 아니라 매일 기쁨을 자주 경험하는 '즐거운 베짱이' 말이다.





이런 분들 이 책 읽으셔라!


- 그 뭐! 행복 다 아는 것 아니야?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게 게 행복이지.라고 생각하셨던 분들

- 난 요즘 행복하지 않아.라고 생각하셨던 분들


행복에 대한 오해도 풀고 덤으로 당장 행복을 느끼실지도 모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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