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by 다희사랑

그날 밤, 엄마가 우는 소리 - 몰래 본 눈물의 무게

한밤중의 발걸음

초등학교 5학년 가을이었다.

밤 11시쯤,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다. 복도는 어두웠고, 집안은 조용했다. 아빠의 코 고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렸다.

복도를 걸어가다가 거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흐느끼는 듯한, 작은 소리.

'뭐지?'

나는 조심스럽게 거실 쪽으로 다가갔다. 목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천천히, 조용히.

거실 불이 꺼져 있었지만, 베란다 쪽에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으로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였다.

엄마였다.

소파에 앉은 엄마

엄마는 소파에 혼자 앉아 계셨다.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어깨를 떨며 울고 계셨다.

소리 없이 우시는 모습이 더 슬퍼 보였다. 아무도 깨우지 않으려고, 소리조차 삼키며 우시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들어가야 할지, 돌아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엄마가... 울고 계셔?'

내 기억 속 엄마는 항상 강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웃으셨고, 지쳐 보여도 "괜찮아"라고 말씀하셨다. 나 앞에서 우시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 엄마가 지금 혼자 울고 계셨다.

엄마의 중얼거림

엄마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미안해... 우리 딸... 엄마가 미안해..."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내가... 내가 건강하게 낳았어야 했는데...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임신 중에 뭘 잘못했을까..."

엄마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얼마 못 산다고 했을 때... 정말... 정말 무너지는 것 같았어... 우리 딸이 이렇게 아파할 줄은..."

나는 숨을 죽이고 듣고 있었다.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20년간 숨겨온 눈물

"6년 동안... 매일 버스 두 번씩 갈아타고... 재활원 갈 때마다...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

엄마가 계속 말씀하셨다.

"다른 아이들은... 쉽게 걷는데... 우리 딸은 그렇게 힘들게... 한 발짝 한 발짝 연습해야 하는 거 보면..."

엄마의 손이 가슴을 쥐고 있었다.

"평행봉 잡고 넘어질 때마다... 다쳤을 때마다... 괜찮다고 웃을 때마다... 내 심장이 같이 아팠어..."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재활 치료하는 동안, 나 혼자만 힘들었던 게 아니었다는 것을. 엄마도, 아니 엄마가 더 힘들어하고 계셨다는 것을.

"내 탓이야"

"내 탓이야... 다 내 탓이야..." 엄마가 반복해서 말씀하셨다.

"건강하게 낳지 못한 게 내 탓이고...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도 내 탓이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너무 화가 났다. 엄마 탓이 아닌데. 전혀 엄마 탓이 아닌데.

'엄마, 그게 아니야. 엄마는 최선을 다했어. 엄마만큼 나를 위해 애쓴 사람이 어디 있어?'

나는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엄마에게 들키면 안 될 것 같았다. 엄마가 혼자 우시는 걸 내가 봤다는 것을. 그러면 엄마가 더 미안해하실 것 같았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엄마가 다른 이야기를 꺼내셨다.

"오늘... 학교에서 다른 엄마들이랑 이야기하다가... 누가 그러더라... '애들 키우는 게 참 걱정이죠' 하면서..."

엄마의 목소리가 더 떨렸다.

"나는... 그냥 웃으면서 맞장구쳤어... '그러게요' 하면서... 근데 내 걱정은... 그 사람들 걱정이랑 다르잖아..."

"다른 엄마들은... 성적 걱정, 친구 관계 걱정... 그런 거 하는데... 나는... 우리 딸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혼자서 살 수 있을까...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엄마의 걱정이 그렇게 깊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그런 걱정 누구한테 말해? 말하면... 사람들이 동정하잖아... 불쌍하다고 보잖아... 그게 더 싫어..."

아빠에게도 숨긴 눈물

"아빠한테도... 이렇게 말 못 해... 아빠도... 아빠도 충분히 힘들잖아..."

엄마는 아빠에게도 이런 속마음을 말하지 못했던 것이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딸 아침 준비하고... 학교 데려다주고... 일 끝나고 바로 달려와서... 아빠도 지칠 텐데..."

"내가 힘들다고 하면... 아빠가 더 부담 느낄 것 같아서... 나도 참아야지... 나도 강해야지..."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엄마도 나처럼 감정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우리 가족 모두가 서로를 위해 자신의 고통을 혼자 삼키고 있었다는 것을.

미래에 대한 두려움

"딸이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거 보면... 자랑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미안하고..."

엄마가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

"다른 아이들은 그냥... 자연스럽게 하는 걸... 우리 딸은 이렇게 힘들게 해야 하니까..."

"나중에... 내가 없으면... 혼자 어떡하지... 누가 도와주지... 세상이 우리 딸한테 따뜻할까..."

엄마의 걱정은 현재가 아니라 먼 미래까지 뻗어있었다. 내가 어른이 되고, 엄마가 나이 들고, 언젠가 엄마가 없는 세상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그 깊은 걱정을 혼자 짊어지고 계셨던 것이다.

그래도 웃어야 한다는 다짐

"그래도... 딸 앞에서는 웃어야지... 딸이 보면... 더 힘들어할 테니까..."

엄마가 스스로를 다독이듯 말씀하셨다.

"내일 아침에도... 밝게 웃으면서... '오늘도 힘내자' 해야지... 딸이 힘 낼 수 있게..."

"나까지 울면... 딸이 더 불안해할 거야... 나는... 엄마는 강해야 해..."

엄마의 그 다짐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매일 아침 웃는 얼굴을 만들어내는 것이, 긍정적인 말을 하는 것이 얼마나 큰 노력인지.

조용히 방으로 돌아가다

나는 조심스럽게 뒷걸음질 쳤다. 목발이 부딪히지 않게, 소리가 나지 않게.

엄마에게 들키면 안 될 것 같았다. 엄마의 유일한 쉼터인 이 시간, 이 공간을 빼앗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엄마는 낮 동안 내 앞에서 강한 척해야 하니까, 밤에 혼자 있을 때만이라도 약해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화장실은 가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서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엄마의 울음소리가 귀에서 맴돌았다. "미안해... 우리 딸... 엄마가 미안해..."

나는 이불을 끌어안고 소리 없이 울었다.

'엄마, 미안해하지 마... 엄마 잘못이 아니야...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야...'

하지만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엄마가 혼자 우는 걸 봤다는 걸 들키면, 엄마가 더 힘들어하실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조용히, 소리 없이 울었다. 엄마처럼.

다음날 아침

다음날 아침, 엄마는 평소처럼 밝은 얼굴로 나를 깨웠다.

"우리 딸, 일어나야지. 학교 가야지."

어젯밤 울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환하게 웃는 얼굴, 다정한 목소리. 완벽한 가면이었다.

"엄마, 잘 주무셨어요?" 나도 밝게 물었다.

"응, 잘 잤어. 우리 딸은?" 엄마가 대답했다.

"저도 잘 잤어요." 거짓말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속였다. 아니, 서로를 위해 진실을 숨겼다.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으면서, 나는 엄마를 바라봤다. 웃는 얼굴로 반찬을 권하는 엄마.

'엄마는 지금도 힘들까? 아니면 정말 괜찮아진 걸까?'

하지만 물어볼 수 없었다. 물어보면 내가 어젯밤을 봤다는 걸 들킬 테니까.

그날 이후

그날 이후로 나는 밤에 화장실에 갈 일이 있으면 먼저 거실을 확인했다.

혹시 엄마가 또 혼자 울고 계시지는 않을까 해서.

실제로 몇 번 더 봤다. 엄마가 소파에 앉아 혼자 우시는 모습을.

그럴 때마다 나는 조용히 돌아섰다. 엄마의 눈물 흘릴 시간을 빼앗고 싶지 않았다.

대신 다음날 아침에는 더 밝게 웃으려고 노력했다. 엄마가 걱정하지 않도록.

"엄마, 오늘 학교 가는 거 너무 신나요!" 일부러 더 활기차게 말했다.

"우리 딸이 요즘 정말 밝아졌네." 엄마가 기뻐하시면, 나는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눈물을 줄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늘리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어른이 되어서 깨달은 것

지금 어른이 되어서 생각해보면, 그날 밤이 전환점이었던 것 같다.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엄마 앞에서 "힘들어"라고 말하지 않았다. 아파도 "괜찮아"라고 했고, 슬퍼도 웃으려고 노력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잘못됐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솔직해져야 한다",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엄마의 눈물이 얼마나 무거운지. 내가 힘들다고 말하면 엄마가 얼마나 더 아파하시는지.

그래서 나는 선택했다. 내 고통을 혼자 삼키기로. 엄마의 눈물을 줄이기 위해.

엄마도 모르는 비밀

엄마는 아직도 모른다. 내가 그날 밤 봤다는 것을.

그리고 그 후로도 여러 번 봤다는 것을. 엄마가 혼자 우는 모습을.

이건 평생 말하지 않을 것 같다. 말하면 엄마가 미안해하실 테니까.

대신 나는 더 열심히 살기로 했다. 더 강해지기로 했다. 더 행복한 척하기로 했다.

엄마가 나 때문에 우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같은 밤, 다른 방

어쩌면 지금도 엄마는 가끔 밤에 혼자 울고 계실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도 내 방에서 혼자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같은 집, 같은 밤, 하지만 다른 방에서. 서로 모르게. 서로를 위해.

이상한 사랑의 방식이다.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진실을 숨기는 것.

하지만 이것도 사랑이다. 어쩌면 가장 깊은 형태의 사랑인지도 모른다.

엄마에게 전하지 못한 말

엄마, 그날 밤 나 봤어.

엄마가 혼자 우는 거, 내 탓이라고 자책하는 거, 미안하다고 말하는 거.

다 들었어. 다 봤어.

하지만 말하지 않았어. 엄마가 더 힘들어질까 봐.

엄마, 미안해하지 마. 엄마 잘못이 아니야.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엄마야. 나를 포기하지 않고, 6년 동안 재활원 다니고, 매일 웃으며 나를 격려해준 최고의 엄마야.

내가 지금 이렇게 살 수 있는 건 다 엄마 덕분이야.

엄마의 눈물, 엄마의 희생, 엄마의 사랑. 다 알아.

그래서 나도 더 열심히 살 거야. 엄마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딸이 될 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말할 거야. "엄마, 고마워. 사랑해."

하지만 그날 밤 봤다는 건 절대 말하지 않을 거야.

그건 우리의 비밀이야. 엄마만의, 그리고 나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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