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집이 놀이터가 되는 날
주말이 되면 우리 집은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변했다. 평소에는 조용했던 집이 갑자기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떠드는 소리로 가득 찼다. 바로 사촌 언니, 오빠들이 놀러 오는 날이었다.
엄마는 그런 날을 정말 좋아하셨다.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니까 집이 살아나는 것 같아"라고 하시며, 며칠 전부터 간식거리를 준비하시곤 했다.
"오늘 민수 오빠랑 지혜 언니 온다!" 나는 그 소식을 들으면 며칠 전부터 설레어했다. 혼자 있던 집에 갑자기 나와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오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현관문이 열리면서 "이모~!"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사촌들이 들어올 때의 그 순간을 지금도 선명히 기억한다.
## 민수 오빠의 특별한 배려
민수 오빠는 나보다 세 살 많았다. 처음에는 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민수 오빠는 누구보다 세심하게 나를 챙겨주는 사람이 되었다.
"야, 너 이것 좀 봐!" 다른 사촌들이 뛰어다니며 놀 때, 민수 오빠는 내 옆에 앉아서 만화책을 보여주곤 했다.
"오빠도 가서 같이 놀아도 돼. 나는 괜찮아." 내가 말하면, "아니야, 이것도 재밌어. 같이 보자"라고 대답해주었다.
어느 날, 다른 사촌들이 숨바꼭질을 하자고 했을 때였다. 나는 잘 움직일 수 없어서 당연히 빠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민수 오빠가 말했다.
"너는 술래 하면 안 돼? 앉아서 세기만 하면 되잖아."
그때 처음으로 나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놀이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민수 오빠의 그 한마디가 내게는 세상을 바꾸는 말이었다.
## 지혜 언니의 따뜻한 손길
지혜 언니는 나보다 두 살 많은 맏언니였다. 항상 어른스럽고 나를 작은 동생처럼 돌봐주었다.
"우리 막내 오늘은 뭐 하고 싶어?" 지혜 언니가 내게 물어보면, 나는 항상 대답하기 어려웠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말해도 될까 하는 망설임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혜 언니는 달랐다. 내가 망설이는 것을 보면 "나는 인형놀이 하고 싶은데, 같이 할래?" 하며 자연스럽게 나를 놀이에 끌어들여 주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지혜 언니가 나에게 화장하는 법을 가르쳐준 날이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우리에게는 엄마 화장품으로 장난치는 것이 최고의 놀이였다.
"입술에는 이렇게 발라야 해." 지혜 언니가 조심스럽게 내 입술에 립스틱을 발라주었다. "우와, 진짜 예뻐졌다!"
거울을 보니 정말 달라 보이는 내 모습이 신기했다. 그때 처음으로 '나도 예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 이모네 집으로의 모험
가끔은 우리가 이모네 집으로 놀러 가는 날도 있었다. 이모네 집은 우리 집보다 조금 더 컸고, 무엇보다 이모의 손맛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었다.
"우리 조카들 왔구나!" 이모가 현관에서 반갑게 맞아주시면, 집 안에서는 벌써 맛있는 냄새가 흘러나왔다.
이모는 요리를 정말 잘하셨다. 특히 이모가 만들어주신 잡채와 고기는 지금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기억된다.
"이모, 이거 어떻게 만들어요?" 내가 물어보면, 이모는 부엌으로 나를 데려가서 하나하나 가르쳐주셨다.
"여기에 당근을 이렇게 넣는 거야. 우리 막내도 해볼래?"
이모는 내 손을 잡고 함께 요리를 했다. 비록 내가 제대로 도움이 되지는 못했지만, 이모는 항상 "우리 막내가 도와줘서 더 맛있어졌네"라고 말씀해주셨다.
## 사촌들과의 특별한 게임 시간
이모네 집에서 사촌들과 함께 보낸 시간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보드게임을 했던 시간들이다.
처음에는 윷놀이나 화투 같은 간단한 게임을 했다.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없어서 게임이 느려질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사촌들은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천천히 해도 돼. 우리 기다릴게"라고 말해주었다.
어느 날, 지혜 언니가 제안했다. "우리 팀으로 나누어서 게임하자. 나는 막내랑 한 팀!"
그렇게 해서 지혜 언니와 나, 그리고 민수 오빠와 성진이 오빠가 한 팀이 되어 게임을 했다. 팀전이 되니까 내가 느리더라도 언니가 도와주고, 함께 작전을 세우는 재미가 있었다.
그날 우리 팀이 이겼을 때, 지혜 언니가 나를 꼭 안아주며 "우리가 이긴 거야!"라고 기뻐해준 것이 지금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 성진이 오빠의 우스갯소리
가장 어린 사촌인 성진이 오빠는 나보다 한 살 많았지만, 항상 장난기 가득한 아이였다.
"야, 너 다리 아프지?" 성진이가 갑자기 물어보면,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머뭇거렸다.
"아프면 내가 안아서 데려다 줄게!" 성진이가 웃으며 말하면, 다른 사촌들도 "우리도! 우리도!" 하며 따라했다.
처음에는 그런 말들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그들만의 애정 표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막내 사촌을 아끼는 마음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말들이었던 것이다.
어느 날 성진이가 "너 커서 뭐가 될래?"라고 물어봤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선생님"이라고 대답했다.
"오, 선생님? 좋다! 그럼 나 학교 다닐 때 좋은 점수 주면 안 돼?" 성진이의 엉뚱한 말에 모두가 웃었다.
## 이모의 특별한 간식 시간
이모네 집에서의 간식 시간은 언제나 특별했다. 이모는 우리가 올 때마다 뭔가 새로운 음식을 준비해두고 계셨다.
"오늘은 호떡 만들어봤어. 우리 조카들 좋아할까?" 이모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떡을 접시에 담아주시면, 우리는 모두 "와!" 하고 환호했다.
특히 겨울에 먹었던 이모표 호떡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바깥은 바삭하고 안은 달콤한 흑설탕이 흘러나오는 그 맛.
"이모, 이거 어떻게 만들어요?" 내가 물어보면, 이모는 "비밀인데... 특별히 우리 막내에게만 알려줄까?" 하며 귀에 대고 속삭여주셨다.
사실 별다른 비밀은 없었지만, 그렇게 특별하게 대해주시는 이모의 마음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 명절날의 대가족 모임
명절 때는 더 많은 사촌들이 이모네 집에 모였다. 큰이모, 작은이모 댁의 사촌들까지 모이면 아이들만 대여섯 명이 되었다.
그럴 때면 이모네 집은 정말 북적북적했다. 어른들은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시고, 우리 아이들은 안방에서 함께 놀았다.
"올해는 누가 세뱃돈 가장 많이 받을까?" 사촌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다 함께 윷놀이를 했던 시간들이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둘러앉아서 윷을 던지고, "윷!", "모!" 하며 소리치던 그 시간들.
나는 윷을 던지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가족들은 "우리 막내가 던져야 잘 나온다"며 항상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
어느 명절에 내가 던진 윷에서 '모'가 나왔을 때, 온 집안이 "와!" 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때의 그 기쁨과 소속감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 커갈수록 깊어진 우정
시간이 지나면서 사촌들과 나는 더욱 가까워졌다. 단순히 가족이라서가 아니라, 진짜 친구 같은 관계가 되었다.
중학생이 되면서 민수 오빠는 "너도 이제 커서 고민이 많겠네"라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주었다.
지혜 언니는 "언니한테 뭐든지 이야기해도 돼"라고 말해주었고, 실제로 학교생활의 고민들을 털어놓곤 했다.
성진이와는 이제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서 거의 동갑내기 친구처럼 지냈다. "야, 요즘 뭐가 재밌어?" 하며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곤 했다.
## 이모의 변하지 않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