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이 아픈 날의 통학길
새벽 6시 30분, 알람이 울렸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설정해둔 것이었다. 몸살 기운이 있어서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온몸이 무거웠다. 머리는 지끈거렸고, 목은 칼칼했다. 체온을 재보니 37.8도였다. 미열이 있었다.
'오늘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오늘은 중요한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한 달 동안 준비한 프로젝트의 마지막 발표 날. 팀원들과의 약속도 있었고, 무엇보다 이미 한 번 연기한 터라 다시 미룰 수는 없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세수를 했다. 찬물에 얼굴을 담그자 잠시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평소라면 15분이면 충분한 아침 준비가 오늘은 30분이 걸렸다. 모든 동작이 느려졌고, 중간중간 앉아서 쉬어야 했다.
## 지하철역까지의 험난한 여정
집에서 지하철역까지는 도보로 10분 거리였다. 평소라면 빠른 걸음으로 7-8분이면 충분했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조차 힘들었다. 아침 찬 공기가 폐를 찔렀고,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 숨이 찼다.
길가의 벤치를 발견하고 잠시 앉았다. 평소라면 눈길도 주지 않았을 그 작은 벤치가 오늘은 오아시스 같았다. 지나가는 직장인들의 바쁜 발걸음을 바라보며, 나 역시 저렇게 건강했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다시 일어나 걸으면서, 몸이 아플 때 느끼는 세상의 다른 면을 발견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가 험한 인도를 힘들게 지나가시는 모습, 목발을 짚고 천천히 걸어가는 아주머니, 지팡이에 의존해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는 할머니. 그동안 나는 얼마나 당연하게 건강한 몸으로 이 길을 다녔을까.
## 지하철 안에서의 작은 깨달음
지하철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면서도 어지러웠다. 평소라면 왼쪽으로 걸어서 내려갔겠지만, 오늘은 오른쪽에 서서 가만히 있었다. 그제야 "왼쪽으로 걸어가세요"라는 안내방송의 의미를 다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그 왼쪽 통로가 필수가 아니라 불가능일 수도 있다는 것을.
지하철이 들어왔다. 출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북적였다. 평소라면 빈 자리를 찾아 재빨리 움직였겠지만, 오늘은 문 앞에 서 있기만 해도 숨이 찼다. 몇 정거장을 지나며 자리가 비었지만, 몸이 아픈 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양보받기는 어려웠다.
한 중년 여성이 내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자리를 양보해주셨다. "많이 아픈 것 같은데 앉으세요." 따뜻한 말 한마디에 눈물이 날 뻔했다. 앉으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드렸더니, "괜찮다"며 미소를 지어보이셨다.
지하철 안에서 앉아 있으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보며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직장인, 졸음과 싸우고 있는 학생, 무거운 가방을 들고 있는 택배기사님. 모두가 각자의 무게를 견디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 환승의 시련
내가 내려야 할 역에 도착했다. 평소라면 2분이면 충분한 환승이었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벽에 기대어 잠시 쉬었다가 다시 걸었다.
환승 통로가 이렇게 길었나 싶을 정도로 멀게 느껴졌다. 중간중간 쉬면서 걸어야 했고, 그때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게으른 사람'으로 보일까 봐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다행히 환승하는 지하철에는 자리가 있었다. 앉자마자 온몸의 긴장이 풀렸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때서야 제대로 느껴졌다.
## 버스 안에서의 또 다른 도전
지하철역에서 학교까지는 버스를 타야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면서도 계속 앉고 싶었지만, 의자가 없었다. 벤치 하나 없는 정류장이 이렇게 불편할 줄은 몰랐다.
버스가 왔다.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아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버스의 흔들림이 오늘따라 더 심하게 느껴졔다. 차창 밖을 보며 멀미를 참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한 정거장을 지날 때마다 '좀 더 가까웠으면'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라면 20분이 금방 지나갔을 텐데, 오늘은 시간이 참 더디게 갔다. 버스 안에서 졸고 있는 다른 승객들이 부러웠다. 나도 건강할 때는 저렇게 편안히 이동했었는데.
## 학교 도착, 그리고 깨달음
마침내 학교에 도착했다. 평소라면 1시간이면 충분한 통학길이 오늘은 1시간 30분이 걸렸다. 교문을 들어서면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동시에 뿌듯함도 느껴졔다. 몸이 아픈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학교에 온 자신이 대견했다.
강의실로 향하는 길에 엘리베이터를 탔다. 평소라면 3층 정도는 계단으로 올라갔겠지만, 오늘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휠체어를 탄 선배가 인사를 건넸다. "오늘 몸이 안 좋아 보이네요." "네, 조금 감기 기운이 있어서요." "힘내세요. 곧 나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