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일주일에 한 편을 쓰는 걸로 시작했다. 하지만 숙제처럼 하던 글쓰기도, 자꾸 하다 보니 재미가 붙었다. 이젠고심 끝에독서 또는 음악 감상이라고 적었던 취미/특기 란을 당당히 '글쓰기'로 채울 수 있다. 내 취미는 글쓰기다.
요즘 이 취미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왜 그럴까? 내가 취미로서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돈이 안 든다
그런 적이 있을 거다. 직장-집-직장-집의 반복인 생활이 싫어, 성인 미술 학원에 등록하거나, 볼링 동호회에 들었던 적이. 혹은 그렇게 해볼까? 생각했던 적이. 하지만 그림을 그리려면 붓, 물감 등의 재료가 필요하고, 수업료도 내야 한다. 처음엔 볼링장에서 빌린 공과 신발로 게임을 즐기지만, 곧 남들이 들고 다니는몇 십만 원짜리 마이볼에 관심이 간다.그래서 시작도 전에 포기하거나, 중간에 그만뒀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글쓰기에 필요한 돈은
0원이다.
입맛에 맞는 글쓰기 앱을 깔고, 엄지만 올리면 된다. (나는 지금도 핸드폰을 들고 브런치 앱에 이 글을 쓰고 있다.)쓰는 거야 초등학생 시절 그림일기로 시작해 벌써 몇십 년의 경험이 있으니,꼭 누군가에게 배워야 하는 것도아니다.그저 시간이 날 때마다 한 자 한 자 써나가면 된다.
출퇴근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예전엔 남는 시간에 SNS를 켜고 쓸데없는 가십을 눈에 담기 바빴는데, 요즘엔 브런치 앱을 켠다. '글쓰기'를 선택해 글을 시작하고, '작가의 서랍'에서 쓰다 만 글을 열어 떠오른 아이디어를 보탠다. 그러다 보면 수일이 걸리긴 하지만, 더 이상 쓸 말이 없다고 생각했던 글들도 결국 완성한다.
이런 습관은 특히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빛을 발한다.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열에 일곱 여덟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다. 하지만 그 안은 기본적으로 소음이 있기 때문에,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보려면 음량을 과하게 키워야 해 귀에 좋지 않다. 역시 뭔가를 읽거나 쓰는 게 좋다. 글을 쓰거나 다른 이가 이미 써놓은 글을 읽으며, 쓰다, 읽다, 쓰다, 읽다-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내려야 할 때가 된다.가기 싫은 회사지만 그만큼 싫은 출퇴근 시간이 정말 짧게 느껴지는 것이다.(물론 소중한 청력도 보호할 수 있다.)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있다
어렸을 땐 언제 대학생이 되나-하면서 느리게 가는 시간을 원망했던 것 같은데, 어른이 되니 해 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평일 아침 9시부터 6시까지는 제외)이렇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비슷한 일상이 반복되기 때문이라도 한다.새로울 게 없으니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아 기억이 덩어리째 단순화된다고.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지루한 일상 속에서도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 생일이나 기념일에가족들과 근사한 저녁을 먹은 일,회사 동료가 달달한 간식에 '파이팅'이라고 쓴 포스트잇을 붙여 건네준 일, 드디어 우리 집 막내 똘이가 '앉아!'를 해냈던 일. 그런 특별한 일상들이 꽤 자주 있고, 그게 모여 우리의 삶을 빛나게 한다.글쓰기는 그런 소중한 순간들을 붙잡아, 더오래도록 반짝이게한다.
그 외에도 좋은 점이 참 많다. 나와 다른 독자의 의견을 통해 견문을 넓힐 수 있다. 글을 쓰는 다른 '작가'들과 소통하며 문우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낼 수도 있다! (이렇게 좋은 취미가 또 있을까?ㅎㅎ)
인생은 한 권의 책이라고 하지 않은가.글쓰기는 좋은 취미생활이자,
내 인생을 나만의 언어로 엮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오늘의 Q. 아직 취미가 없다면, 글쓰기를 취미 삼아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일단 브런치 앱을 열고, '글쓰기'를 눌러보세요.
이미 글쓰기가 취미라 이젠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다음 주 월요일 아침 8시를 기대해주세요. 예비 출간 작가인 일과삶님의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책 내기 비법(?)을 담은 글 <책을 내는 게 꿈인가요?>가 발행됩니다. 6명의 작가들이 풀어놓는 글쓰기 이야기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지금 바로 <<매일 쓰다 보니 작가>> 매거진에서 구독을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