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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 Sep 05. 2019

엄마인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당신에게

올해 들어 글쓰기를 시작했다. 육아휴직 2개월 차, 여유로움은 사라지고 백수가 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조급증이 드릉드릉 시동을 걸었다. 무언가 해야만 했다. 이대로 육아에 매여 집 지박령이 될 순 없었다. 우연히 글쓰기 수업 정보를 입수했다. 이미 마감이 끝난 후였지만 사정사정하며 들어가게 해달라고 졸랐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가 매주 과제 제출을 목표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골방에 틀어박혀 글을 쓰면 나만의 고유한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 엄마를 벗어던지고 뭔가 있어 보이는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완성한 글은 내 예상을 벗어났다. 모든 글에 ‘아이’, ‘육아’, ’ 엄마’라는 단어가 꼭 들어갔다.-지금도 그렇다- 마치 헤어지자고 먼저 얘기 꺼내놓고 애인 SNS를 몰래 기웃거리는 여자처럼 구질구질한 글을 쓰고 있었다.


나도 정치, 경제나 세계정세 같은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다못해 심리 이야기라도 논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 세계는 육아와 집안일이 전부였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하루의 반 이상 차지하는 육아를 빼고는 나를 얘기할 수 없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육아 이야기, 엄마로서 사는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육아 글이 몇십 개 쌓이고 나서야 이야기 더미 속에서 숨어있던 나만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엄마도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는 류의 주장을 싫어한다. 꿈을 잃지 말라는 의도겠지만, 아기를 키우는 엄마는 핸드폰을 보는 것도 사치일 정도로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밤새고,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일 그러면 골병 난다- 이들에게 자기 계발은 꿈은 커녕 죄의식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출판, 마케팅 분야에 일하지 않는 한 글 실력이 는다고 스펙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글쓰기는 지칠 때 당신을 지켜준다. 응어리진 감정을 글로 뱉어낸 순간 신기하게도 위로로 돌아온다. 글을 쓰며 되돌아본 나의 행동은 성찰이 되어 앞으로의 행동을 바꾼다. 그제야 아이가 보석 같아 보이고,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을 또 글로 남길 힘이 난다.


나는 엄마인 당신이 글을 썼으면 좋겠다.-엄마뿐 아니라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는 또다른 당신에게도 당부한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단 몇 줄이라도, 힘들었으면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남기길 바란다. 당장은 글쓰기가 버틸 힘을 줄 것이다. 덤으로 미래에는 그 시기를 견뎌낸 자신을 대견하게 여길 수 있을 것이다.


Q) 나의 일상과 기분을 글로 남겨 보는 건 어떨까?




다음 매거진 글은 '글로 밥 벌어먹는 여자' 작가님의 <내 글이 읽기 편한 이유>입니다. 전문 방송작가는 글쓰기 훈련을 어떻게 받을까요? 업계 기밀(?)을 살짝 풀어보신다고 하니 기대하세요!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할지 막막하다면 지금《매일 쓰다 보니 작가》글을 추천드립니다. 꾸준하게 글을 쓰며 자신만의 무기를 단단하게 다진 작가의 노하우가 궁금한 분들은 매거진 구독 부탁드릴게요.




Photo (c) by Kaitlyn Bak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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