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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l Nov 02. 2019

성장을 부르는 '5단계 문장 줄이기'

간결한 문장을 만드는 비법을 공개합니다

  드라마 <미생>에 나온 유명한 장면이 있다. 강대리가 문장을 줄이도록 지시하고, 장백기는 얼마 후 자신 있게 정답을 제출한다. 하지만 도무지 더 줄여지지 않을 것 같던 문장이 강대리에 의해 한 번 더 줄여지는 모습을 보고 탄복한다. 일명 문장 줄이기.


여러 문장으로 늘여 쓴 내용을 한 문장에 담으면, 짧아서 읽기 쉬우면서도 메시지는 크게 남는 글이 된다. 훈련 삼아 장백기가 돼보자.


원문은 이렇다.


<중동항로와 관련된 특이사항>
이슬람 최대 명절 중 하나인 라마단이 지난 8월 18일에 끝났습니다.
따라서 중동항로의 거래량과 실재 적재비율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라마단 직전의 실재 적재비율은 95%에 육박했습니다.)
또한 중동 항로 선사협의체에서는 2012년 7월 중 컨테이너 당 300달러의 성수기 할증료를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유예했습니다.


이제 문장을 5단계로 줄여보자.


1단계, 불필요한 단어를 없앤다

- '~와 관련된', '~중 하나인', '지난', '실제', '다시', '따라서', '또한'. 이 단어들은 필요하지 않다. 모두 지워보고 다시 읽어보자. 그래도 말이 된다.


<중동항로 특이사항>
이슬람 최대 명절 라마단이 8월 18일에 끝났습니다.
중동항로의 거래량과 적재비율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라마단 직전의 적재 비율은 95%에 육박했습니다.)
중동 항로 선사협의체에서는 2012년 7월 중 컨테이너 당 300달러의 성수기 할증료를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유예했습니다.


2단계, TMI는 자제한다

-  이슬람 최대 명절이라는 라마단의 정의와 라마단이 끝난 정확한 일자는 Too much information이다. 괄호 안에 적었다는 것도 부가적인 정보란 뜻이다. 모두 없애보자.


<중동항로 특이사항>
라마단이 끝났습니다.
중동항로의 거래량과 적재비율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중동 항로 선사협의체에서는 2012년 7월 중 컨테이너 당 300달러의 성수기 할증료를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유예했습니다.


3단계, '나'는 금지어

- 자신의 생각을 적은 글에 굳이 '나는' 혹은 '나의'라고 적을 필요는 없다. 중동항로도 마찬가지. 이미 제목에서 주제를 알 수 있으니, 본문에서 주어를 언급하지 않아도 된다. 2012년에 적은 글에 2012년이라고 쓰는 것도 포함!


<중동항로 특이사항>
라마단이 끝났습니다.
거래량과 적재비율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선사협의체에서는 7월 중 컨테이너 당 300달러의 성수기 할증료를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유예했습니다.


4단계, 수동태, 번역체를 경계하자

- '~할 것으로 보인다', '~에서는'은 대표적인 번역체다. 경계하자.


<중동항로 특이사항>
라마단이 끝났습니다.
거래량과 적재비율이 늘어날 것입니다.
선사협의체는 7월 중 컨테이너 당 300달러의 성수기 할증료를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유예했습니다.


5단계, 문장과 문자 사이는 긴밀하게

- 크게 강조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문장마다 줄을 바꿀 필요는 없다. 오히려 문장 간의 관계가 더욱 잘 드러나게 이어 보는 건 어떨까? 띄어쓰기는 기본 중의 기본! 브런치 맞춤법 검사로 꼭 확인해보자.


<중동항로 특이사항>
라마단 종료에 따른 거래량과 적재 비율 증가를 예상한 선사협의체가 7월 중 컨테이너 당 300달러의 할증료를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유예.




하지만 아쉽게도 위 문장은 드라마에 나온 정답과 다르다. 정답을 보자.


<중동항로 관련 이슈>
라마단(2012.7.20 ~ 12.8.18) 종료에 따라 중동 항로 물동량 및 소석률 회복이 예상됨.
IRA가 7월 중 적용 할 예상이던 PSS(USD 300/TEU)를 유예함.


물동량과 소석률은 뭐고, IRA와 PSS는 뭐란 말인가? 전문용어는 그렇다 쳐도 고쳐야 할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할 예상'이다. '~할'에서 이미 미래의 일임을 알겠는데 여기에 또 '예상'을 붙인 말로, 이미 역 앞이라는 뜻을 가진 '역전'에 '앞'을 붙인 역전 앞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할'을 빼고 '예상'만 적어도 충분하다.


아니 그냥, '할'을 빼고 '예상'만 적어도 충분하다. ('그래서'는 불필요한 단어다.) 역시 갈 길이 멀다.   



오늘의 Q. 인터넷에 올릴까 말까, 발행을 할까 말까 고민 중인 글이 있나요? '5단계 문장 줄이기'를 적용해보세요. 간결한 문장과 함께 성장한 자신을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다들 글쓰기, 글쓰기 하는데, 글쓰기가 대체 뭐가 그렇게 좋다는 걸까요? 글쓰기의 좋은 점들이 궁금하다면, 다음 주 월요일 아침 8시 일과삶님의 <글쓰기로 얻는 혜택 다섯 가지>를 읽어보세요. 6명의 작가들이 풀어놓는 글쓰기 이야기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지금 바로 <<매일 쓰다 보니 작가>> 매거진에서 구독을 누르는 것도 잊지 마시구요!




*. 표지 사진 : Photo by Charles ��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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