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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 Oct 31. 2019

이런 사람은 꼭 글을 써라!

소심이를 위한 글쓰기 처방전

1. 소심한 사람은 글을 써야 한다.

나는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혈액형을 짐작할 만큼 최강의 소심함을 자랑한다. 새로운 모임에 나가면 항상 제일 늦게 적응하고, 상대방이 별 뜻 없이 뱉은 말을 곱씹느라 금방 지치곤 한다. 글을 쓰기 전에는 이 성격을 고치려 무진 애를 썼지만 성격이란 게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더라. 어느 날 글을 쓰며 소심함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심한 사람은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예민하다. 예민함은 일상에서 '원래 그런 것’이라 넘어갈 일을 그냥 순순히 받아들이게 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의식은 글을 쓰는데 자산이 된다. 또한 항상 생각이 많기에 복잡한 생각을 정리해 글로 풀어내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다. 그리고 내가 많이 상처를 받아봤기에 남에게 상처 주는 표현을 피하려 노력한다.   


2. 할 이야기가 없다는 사람은 꼭 글을 쓰자.

사실 이 글도 쓰기 어려웠다. 쓰다가 자꾸 막혀 글을 돌아보니 ‘남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글은 다른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나만의 생각과 경험이 드러나야 한다'는 은유 작가님의 문장이 생각났다. 자신의 이야기에서 도망치고 싶은 유혹은 시시때때로 찾아온다. 나의 경우엔 친정 엄마와의 갈등과 엉망진창이 된 커리어가 그랬다. 쓰고 싶은 글이 없다는 건, 애써 무언가를 외면하고 있다는 뜻과 동일하다. 고통스럽게 외면했던 실체를 글로 마주하면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 오히려 가벼워진 느낌마저 든다.   


3. 멍 때리기 고수라면 글을 쓰기에 최고의 자격을 갖춘 셈이다.

글쓰기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다 보면 종종 재밌는 상황을 마주한다. 하하 호호 웃다가도 갑자기 덮치는 침묵, 혹은 멍하게 앉아있는 어떤 사람. 이런 일상의 간극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자꾸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려 하고, 새로운 일로 그 간극을 매우려 한다. 하지만 엉성하게 비어있는 시간이 있어야만 책을 읽고, 글의 얼개를 이리저리 구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의 일상은 육아-회사-글(혹은 독서)로 단순하다. 여기에 무언가를 더 끼워 넣을 여력도 없다. 침묵을 견디지 못했다면 아마 글은 진작에 포기했을 것이다.  

 

4. 단점이 많은 사람은 쓸 거리가 많다는 뜻이다.

단점과 단점이 만든 에피소드는 멋진 소재를 제공한다.-지금도 나의 결점으로 리스트를 채우고 있는 게 그 예이다- 단점은 쓰고 나면 단점이 되지 않는다. 설사 극복하지 못했더라도 쓰고 나면 그것이 어떤 식으로 나를 공격하는지 원인과 과정이 보이고, 이겨낼 돌파구가 보인다. 예전에는 ‘약점은 삶을 다채롭게 하는 선물이다’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글을 쓰면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글은 특별한 사람이 쓰는 것이 아니다. 쓰는 사람이 특별해진다. 지금까지 망설이고 있었다면 과감하게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쓰다 보면 그동안 피했던 문제가 생각보다 가볍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Q) 나의 단점에 대해 솔직히 써보는 건 어떨까요?




다음 매거진 글은 '글로 밥 벌어먹는 여자' 작가님의 <악플에 대처하는 자세>입니다. 글을 쓰다 보면 한 번쯤 만날 수밖에 없는 악플, 글밥 작가님은 악플을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할지 막막하다면 지금 《매일 쓰다 보니 작가》글을 추천드립니다. 꾸준하게 글을 쓰며 자신만의 무기를 단단하게 다진 작가의 노하우가 궁금한 분들은 매거진 구독 부탁드릴게요.



Background photo (c) by hannah grac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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