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그게 좀 이야기하기 복잡한데요. 처음부터 누군가를 가르칠 생각은 없었어요. 쓰다 보니 어느 순간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할까요?
그 이야기를 간단하게 해 주시면 좋겠어요.
2016년 브런치 작가에 데뷔하고 작가 몇 분과 댓글로 활발하게 소통했어요. 라이킷을 찍어 주다, 친분이 두터워지니 오프라인에서 만났고, 같이 글쓰기를 배워보려고 함께 도전도 했죠. 같이 배워보려고 과정을 수소문하다 인디라이터 과정을 알게 됐고 선생님께 부탁하여 특별히 온라인으로 합평 수업을 듣게 되었어요. 그때 합평이란 걸 처음 경험했어요. 아, 글쓰기란 게 혼자 쓰는 건 한계가 있구나, 타인에게 글을 보여주고 의견을 들어야 하는 거구나, 라는 걸 배웠죠. 그 과정에서 글쓰기가 꽤 고통스러운 상처를 만들기도 하는구나, 라는 걸 깨닫기도 했어요.
쓰디쓴 경험 덕분에 제 글은 한 단계 진보했어요. 아니 몇 단계쯤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모호하게 글을 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거든요. 글쓰기 수업을 경험하며 얻은 사실 중 가장 큰 수확이었어요. 타인에게 비판적 의견을 듣게 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 일에 우린 적응하지 않았으니까요. 상처를 견디지 못해 글쓰기를 포기하는 사람도 더러 존재하죠. 저는 고통을 견디고 도약하는 사람이 되긴 했지만요.
브런치에서 금상을 받고 합평 경험이 쌓이자 이제 모임을 직접 이끌고 싶었어요. 내가 가진 경험을 타인에게 공유하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개발자의 오픈 소스 공유 정신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런데, 어떤 분은 저에게 그런 말을 하기도 했죠. "아직 멀었다고, 조금 더 실력을 쌓고 천천히 도전하라고" 말이죠. 그런데 우리에게 알맞은 시기란 건 과연 있을까요? 내가 판단했을 때 아직 실력은 모자라도 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공대생의 심야서재는 그렇게 만들어졌어요. 수십 명의 사람들이 글쓰기 모임을 신청했죠. 물론, 그땐 무료이긴 했지만요. (웃음) 처음엔 약간 무계획적이었어요. 글을 쓰기 위한 과제만 주고 합평만 진행하면 끝이라고 생각했죠. 수백 시간의 합평을 경험했으니 그 경험을 실전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고 판단한 거죠. 현재는 어떻게 됐을까요? 궁금하시면...
2018년 글쓰기 모임을 연지 벌써 1년이 지났네요.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모임을 직접 열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많이 배우는 방법 중에 하나는 누군가를 직접 가르쳐보는 일이거든요. 수동적으로 참여만 하는 것과 직접 모임을 이끄는 리더가 되는 건 차원이 달라요. 누군가에게 배울만한 사람이 된다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거든요. 얼마나 많이 공부해야 하고, 또 잘 쓰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아세요? 배울만한 점이 없는 리더이거나, 모임에서 얻을 게 없으면 사람들은 금세 떠나요. 가르치려면 그만큼 더 많이 배워야 하죠. 지금도 논문을 펼쳐 놓고 타인의 경험을 배우고 있어요. 읽은 글쓰기 책이 키를 넘어서죠.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초심을 지키는 거예요. 처음에 품은 생각을 한결같이 유지하는 것, 그 생각은 배움으로 연결되죠. 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꽤 두려운 일이 되기도 하거든요. 매일 불안한 삶을 살아요. 불안을 감추기 위해 공부하고 새로운 정보를 찾고 그걸 다시 모임에 적용하죠. 이 모든 과정은 초심에서 출발해요. 아, 글쓰기 모임을 열게 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잘 쓰고 싶어서,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잘 쓰고 싶어서 모임을 열었고 지금도 모임 아이디어를 계속 추가하고 있어요. 타인을 가르쳐보면 알아요. 나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게 돼요. 강점은 더 발전시키고 약점은 보완하면 되는 거죠. 그렇게 하다 보면 글쓰기 선생으로서도 꽤 재미있는 인생을 살지 않을까요?
질문 : 당신은 누군가를 가르쳐 본 적이 있나요?
다음 매거진 글은 'Mee' 작가님의 <이런 사람은 꼭 글을 써라>입니다. 단점조차 글감이 된다고 합니다. 주저하지 말고 과감하게 글을 꼭 써봅시다. Mee 작가님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볼까요?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하고 두렵다면 지금《매일 쓰다 보니 작가》글을 추천드립니다. 꾸준하게 글을 쓰며 자신만의 무기를 단단하게 다진 작가의 노하우가 궁금한 분들은 매거진 구독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