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송국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하시는 일이 독특한데, 방송에 출연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연예인들이 인턴으로 들어와서 같이 일하시는 모습을 촬영할 예정입니다.” 방송 출연이 부담스러워 거절했지만, 그 외 몇몇 언론사에서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체 어떤 일을 하길래?
글 쓰는 에디터인데, 어떤 일을 하길래 방송사와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는 걸까. 국내 내노라는 호텔이나 리조트, 펜션을 방문해 이용하고 글로 소개하는 일이 나의 주 업무다. 유명한 곳은 물론, SNS에서만 알려진 곳이나 지역 명소 등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숙소를 찾는 것이 첫 번째 역할이고, 해당 호텔이나 리조트를 이용해 보고 특징이나 이용 관련 팁(유명 레스토랑이나 메뉴, 방문한 사람들만 아는 숨겨진 서비스 등)을 작성해 소개하는 것이 두 번째 역할이다.
어떻게 그런 직업을 얻게 되었나?
‘회사에 빈자리 없나요? 저 좀 추천해주세요.’ 몇몇 지인들은 ‘꿈의 일’이라고까지 표현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한다.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글쓰기 덕분이다. 커리어의 시작은 마케터로, 글쓰기와는 그다지 연관이 있지 않았다. 가끔 언론 보도나 몇몇 시놉시스 등 직접 글을 쓰는 경우도 있었지만 콘텐츠 제작자보다는 기획자에 가까웠다.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여행 칼럼을 쓰기로 한 후부터다. 글쓰기에 자신도 없고 여행과 글쓰기를 병행한다는 게 쉽지 않아 거절할까 생각했지만, 여행 자금을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도전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약 500일 동안 여행하면서 고작 10편의 칼럼을 쓴 것이 아쉽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내 이름으로 된 결과물도 생겼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다시 취준생이 되었다. 마케터로 근무한 경력으로 이곳저곳 면접을 봤지만 모두들 여행한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블로그도, 칼럼도 마케터의 능력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지만, 면접관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해법은, 마케터 대신 에디터
여행하며 쓴 블로그와 칼럼을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에디터’가 되는 것이었다. 마케터 이력에서 보도 기사나 시놉시스, SNS 콘텐츠 등 글로 작업했던 것을 모았고, 여행 블로그와 칼럼의 URL을 이력서에 기입했다. ‘에디터’로 근무한 경력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었지만, 그래도 ‘내 이름’이 명시된 글을 연재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받아 현재 직업으로 커리어를 전환했다.
이전 글 ‘나는 글 못 쓰는 에디터입니다.’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어쩌다가 글을 쓰는 직업을 선택했냐”는 면접 질문에 “그냥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흘러온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마케터로 일 할 때 여행 칼럼을 쓰게 될 줄 몰랐고, 여행 칼럼을 쓰기 시작했을 때 에디터가 될 줄 몰랐다. 분명한 것은 ‘글쓰기’가 모든 기회의 시작이었다는 것.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모르겠지만,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잡기 위해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Q. 글이 기회가 되었던 적이 있나요?
다음 매거진의 글은 공심 작가님의 <글쓰기 선생으로 산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가르쳐 본 적이 있나요? 글쓰기를 가르침으로써 더 성장하는 공심 작가님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매일 쓰다 보니 작가 》를 추천합니다. 6명의 작가들이 전하는 글쓰기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매일 쓰다 보니 작가》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