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인테리어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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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지난여름. 땀 흘리며 발품을 판 덕에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고, 드디어 우리 집으로 만들었다. '이제 불행 끝 행복 시작이다!'를 외치고 싶었지만, 아서라. 그곳은 지은 지 15년이나 된 아파트였다. 그것도 수리가 한 번도 되지 않은.
구축 아파트에 들어가기로 한 이상 같이 해줘야 하는 게 있다. 바로 인테리어. 신축 아파트였다면 필요 없을 일이었고,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발을 딛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좋게 생각하면 그동안 10평도 안 되는 원룸에서 자취하며 랜선으로만 접한 예쁜 집들을 내 걸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냥 살기엔 지난 세월의 흔적이 너무 많이 남았고(공포의 체리 몰딩!), 무엇보다 새로운 시작의 기반이 될 신혼집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은 모습이라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되든 안되든 우리가 원하는 집을 만들어보기로!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건 인테리어의 범위. 즉, 무엇을 바꿀 것인가? 였다. 간단히 벽지를 새로 하거나, 싱크대만 바꾸는 정도라면 셀프 인테리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걸 내가 한다고?' 무조건 겁을 집어먹진 않아도 된다. 직접 벽지를 사 와 풀칠해 바르는 건 물론이고, 벽지 시공을 할 업체를 골라 일을 맡기는 것도 셀프 인테리어, 일명 셀인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싱크대만 바꾸는 게 아니라, 부엌의 벽지와 바닥 장판까지 다 바꿔야 한다면? 그땐 턴키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 흔히 '턴키로 했다', '턴키로 맡겼다'라고 하는데, 인테리어 업체에 모든 일을 일임하는 것을 말한다. 인테리어 업체에서 벽지면 벽지, 바닥이면 바닥, 각 시공마다 업체를 선정해 계약하고 그 과정을 모두 스케줄링 및 감독하는 걸 말한다. 셀프 인테리어와 달리 개별 시공을 모두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인테리어 업체 담당자와만 소통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편리함을 취하는 대신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고민해야 할 건 편리함이냐 비용절감이냐인데, 우리 집은 건설회사에서 일한다는 매도인도 '싹 다 고쳐야 할 겁니다.'라고 말할 정도의 상황이었다. 즉, 방과 거실의 바닥과 벽지부터, 베란다 타일, 화장실, 그리고 부엌까지 싹 다 뜯어고치는 올-리모델링(All remodeling)을 해야 했다. 게다가 우린 둘 다 평일엔 꼬박 9시간 이상을 회사에 매여있는 몸이다 보니 셀프 인테리어란 사실 불가능에 가까웠다.
비용을 비교해보자면야 작게는 천만 원 크게는 이천만 원 이상으로 큰 차이가 날 수 있었지만, 근무시간 중 모든 사소한 일들을 다 챙기고 또 퇴근 후엔 매일 점검을 하러 새집을 왔다 갔다 하려면 몸과 마음이 모두 병 들것 같았다. 결혼식 준비도 해야 하는데, 스트레스가 쌓이면 병원비는 물론이요 우리 관계도 어긋날 수 있으리라. 왜,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등 돌리게 되는 커플도 많다고 하지 않은가!
결국 우린 턴키 업체를 찾아 모든 걸 맡기기로 했다.
이제 겨우 주춧돌을 놓았다. 다음 단계는 수많은 인테리어 업체 중 내 집을 맡길 단 한 곳을 찾는 일. 가장 쉬운 방법은 아파트 근처의 인테리어 업체를 찾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파트 근처엔 'OO 인테리어'식의 직관적인 이름을 가진 가게들이 두세 군데 있는데, 아파트 첫 입주 때부터 새 집으로 들어가는 입주민들의 집 꾸미기를 도운 곳이다. 이미 내가 들어갈 집의 구조며 특징에 빠삭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퀄리티는 글쎄... 말하자면 한 번도 안 가본 동네 미용실 같달까.
그래서 우린 현대인이 해답을 찾을 때 가장 즐겨 쓰는 툴, 인터넷을 활용하기로 했다. 찾아보니 '박목수의 열린 견적서'라는 카페가 유명한 것 같았다. 이름 그대로 집에 대한 이런 저러한 설명을 곁들여 요청을 하면, 각 세부항목을 포함한 총견적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곳이었다. 견적서를 확인한 후 진행하지 않겠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미 올려진 다른 견적서들도 열람할 수 있어 대충 인테리어 가격이 몇천만 원은 하는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보통 평수를 기준으로 '우리 집은 리모델링 비용이 얼마나 나올까?'를 많이 궁금해하는데, 10평 단위로 평수별 견적을 확인할 수 있어 면적에 따른 대략적인 리모델링 비용도 알 수 있었다. 다세대 주택에 세 들어 살며 인테리어랄 것도 없이 대충 살다, 결혼을 하며 처음으로 방이 여러 개인 집에 살게 된 우리 같은 신혼부부의 막막함을 해소해주는 곳이었다.
일단 연락처, 지역, 일정, 평수 등의 정보를 입력해 견적서를 의뢰해놓았다. 화장실, 부엌을 포함해 집 전체를 리모델링을 할 것이고, 방은 2-3개 확장할 것이며, 베란다에 폴딩도어를 설치하고 싶단 얘기도 덧붙여서. '여름엔 문을 활짝 열어두고 베란다에 나만의 홈카페를 차려야지, 중간엔 작은 욕조도 만들어 아이들이 신기해하며 물장난을 치면 좋겠다.' 막연하게 그리던 집의 모습이 금방 현실이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앞으로 펼쳐질 대장정에 비하면, 인테리어는 아직 시작도 못 한 것이었다.
*. 표지 사진 : Photo by Henry & Co.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