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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l Jun 22. 2020

현실 자매의 텀블벅 데뷔기

STAY : SPAIN, PORTUGAL by 표고송이

지난 2월, 언니에게 오랜만의 안부인사를 건넸다. "요즘 뭐하고 지내?" 의례적인 물음이었는데, 의외의 답변이 왔다.

텀블벅 준비

그냥저냥~ 이라며 뻔한 답을 할 줄 알았는데, 갓 이직을 해 바쁜 와중에 딴짓을 하고 있었던 거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친자매가 만든 결과물은 어떨까 궁금해 "그래? 하게 되면 알려줘~"라고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그 말은 두 자매에게 서로 다른 의미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요즘의 책 출판이며, 공모전이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언니가 뜬금없이 말했다.

봐서, 네가 책갈피 참여하든지.

현실 자매의 텀블벅 준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처음의 콘셉트는 이랬다. 언니가 지난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에서 찍은 사진으로 엽서북을 만들고, 난 후원자에게 줄 굿즈를 만드는 것. 하지만 책갈피로 시작한 굿즈는 키링, 스티커로 영역을 확장했고, 어느새 언니와 나의 수익금 지분은 정확히 5대 5가 되어있었다.

이름도 반반으로 정했다.
언니는 표고, 나는 송이로 해서 표고송이로.


아이패드로 직접 그려서 만든 '표고송이'의 로고

그도 그럴 것이 예술사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따고, 박물관 짬밥이 몇 년이나 되는 언니가 놀랍게도 디자인의 ㄷ자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굿즈 제작은 물론이고, 로고 제작에 엽서북 디자인까지 도맡아 하게 되었다.


언니는 시장조사와 프로젝트 등록, 그리고 홍보를 담당했다. 퇴사 후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직접 걸으며 느낀 것을 글로 풀어내고, 엽서북 및 굿즈의 상세 컷과 연출컷을 중간에 적절히 배치했다. Adobe Photoshop이나 Illustrator는 없지만, MS Office Excel은 있어, 내가 엽서북 샘플을 주문할 때 파일 작업을 도와주기도 했다.



그 사이에 나는 결혼식을 올렸고(결혼식 준비와 텀블벅 준비를 병행하는 건, 힘들긴 했지만 할 만했다.), 

2월에 시작한 우리의 프로젝트는 단번에 승인을 받아
6월에 그 막을 올렸다.

꼭 4개월 만이었다. 준비를 하며 미리 살짝 언급을 해둔 사람들에게 오픈 소식을 알렸고, 하루 이틀 만에 후원자 수는 쑥쑥 올라갔다.



하지만 그 후론 후원자 수도, 모인 금액도 잘 늘지가 않았다. 며칠에 한 명이 느는 정도라 애가 탄 우리는 사진도 바꿔보고, 펀딩 구성도 추가해가며 여러 시도를 해보았다. 그리고 프로젝트 마감을 3일 앞둔 지난 토요일, 다행히도 달성률 100%를 넘기게 되었다.


프로젝트 오픈 전에는 엽서북을 100개 정도 찍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면 어쩌지, 그럼 포장이며 배송이며 둘이서 어떻게 다 소화를 하나 걱정을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프지만, 그땐 그랬다. 행복한 상상이었다.



그래도 하루가 멀다 하고 티격태격하는 우리가 힘을 합쳐 프로젝트 하나를 완수했다는 게 내심 뿌듯하다. 성격도, 생각하는 것도 많이 달라 어렸을 땐 언니를 절대 닿을 수 없는 '평행선'이라 생각한 적도 있었으니까.


배운 점도 많다. 먼저 카테고리는 신중히 골라야 한다는 것.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우리의 프로젝트는 '아트북, 도감'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었다. 직접 찍은 사진으로 엮은 엽서북이 주요했던 우리의 프로젝트는 '사진' 카테고리에 들어갔어야 하지 않을까? 언니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ㅎㅎ


그리고 쉽게 찾기 힘든 독특함을 장착할 것. 애초에 지마켓이나 쿠팡, 네이버 쇼핑 같은 기성 마켓이 아닌 텀블벅에 들어왔다는 건, 보통의 취향에 맞춘 그럭저럭 괜찮은 제품을 찾기 위함이 아니다. 기성품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이들이 그 욕구를 충족시킬만한 니치 상품을 찾으러 오는 건 아닐까?

마테A는 독특한 무늬의 현지 타일을 형상화했고, 마테B는 유명한 먹거리(ex. 납작복숭아 등) 그림을 줄줄이 그려넣었다.

그 근거로 우리의 예상을 깨고 '마스킹 테이프 B'의 판매량을 앞지른 '마스킹 테이프 A'를 들고 싶다.



처음만 힘들지, 두 번째는 가뿐하지 않을까? 다음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이것저것 상상해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참, 그전에 첫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해야지. 아직 제작 및 포장, 배송이 남았다. 무엇보다도 아직 프로젝트 마감이 딱! 하루 더 남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리!




*. 텀블벅에 프로젝트를 올리고 싶은데, 막막하다면? 댓글로 궁금한 부분을 물어보세요. 아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답변드리겠습니다. :)

*. 스페인/포르투갈 엽서북과 굿즈, 구경하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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