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나 #1
재이는 산할아버지다.
산 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
지난 겨울, 거실에 천장과 바닥을 잇는 캣폴을 설치했다. 그 후로 재이는 그 캣폴에서도 가장 높은 투명 해먹에 들어가 있는 걸 좋아한다. (그곳이 내가 까치발로 서도 안을 볼 수 없는 높은 곳이란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거기서 잠도 자고 그루밍도 하며 혼자 느긋한 시간을 보내다 간식을 줄 때만 산에서 내려온다.
처음엔 재이도 서툴렀는지, 냉장고 문을 열거나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나도 황급히 내려오곤 했다. 그러다 비닐봉지에서 꺼낸 게 닭가슴살이 아니라 어제 먹다 남은 피자인 걸 알곤 실망한 채 슬라이드를 박박 긁으며 다시 캣폴로 올라갔다.
하지만 이젠 그러지 않는다. 냉장고 문이 열리기 전에 먼저 그릇을 꺼내 씻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세라믹으로 만든 간식 그릇이 부딪는 소리가 들리면, 그제야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크게 하품을 한 후 한 단 한 단 가벼운 점프로 하산한다.
영특한 할아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