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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l Jul 25. 2020

나는 무사히 재택근무를 마칠 수 있을까?

고양이와 나 #6 - 고양이와 재택근무


멍냥이 짤 좀 모으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열중한 집사에게 관심을 갈구하듯, 때로는 화면 속의 움직이는 마우스 커서에 호기심이 동한 듯 모니터 앞에 자리를 잡고 앉은 고양이 사진을.  


Photo by Ga on Unsplash


우리 아이들도 그렇다. 키보드를 사뿐히 즈려밟아  'ㅁ내ㅑ으맻ㅈ,ㅔㅊ...' 알 수 없는 외계어를 보내기도 하고, 이유모를 짜증을 내며 모니터에 앙증맞은 이빨 자국을 내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랩탑을 베개 혹은 침대 삼아 잠을 청하는 일이 잦다.


Photo by Trà My on Unsplash


고양이는 흰 바탕과 검은 글씨를 구별하는 데 관심이 없고, 당장 메일을 써야 하는 집사의 상황은 알기 어렵다. 다만 제 갈길에 키보드가 놓여있을 뿐. 발 밑으로 뭔가 눌리는 느낌에 눈을 밟는 듯 천진한 즐거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깽이 때부터 뭐든 씹고 뜯고 맛보며 파악해가는 습성 탓에 자꾸 앞을 가로막는 모니터를 당장 입에 갖다 댔을 뿐. 생전 처음 보는 금속의 맛에 머릿속의 물음표가 자꾸만 '더! 더!'를 외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랩탑을 침대 삼다니! 심지어 깔고 누운 키보드는 울퉁불퉁할 것이고, 모니터에서 내뿜는 LED는 꽤나 눈이 따가울 텐데. 집사는 전자파도 걱정하지 않을  없다.


고양이는 정말 이해 못할 행동을 하는 데 선수다.

아니, 왜 그렇게 컴퓨터를 좋아하는 건가?

...

역시 고양이는 이해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재택근무를 하느라 집에서 업무용으로 컴퓨터를 켜고 있을 때는, 이런 아이들의 컴퓨터 사랑이 다소 두렵기도 하다.


궁서체로 메신저를 보내고 있는데 소리 없이 다가온 재이가 그 조그만 젤리로 'ㅋ'에 발을 딛고 있기도 하고,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 있는데 식후 낮잠으로 체력을 충전한 와니가 갑자기 렌즈 앞에서 점프를 선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재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뒤에 엔터는 누르지 않아, 와니가 의외로 빠른 점프를 선보여 아직 난감한 일은 없었지만 매번 마음을 졸이는 건 사실이다.


퇴근 후 내팽개친 노트북 위에 자리를 잡은 재이


과연,
나는 무사히 재택근무를 마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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