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추락한 교권,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큰 뜻을 가지고 간 곳은 아니었으나 엄연히 사범대에 재학을 했었다. 그곳에서 선생님이 꿈인 친구들, 선배들을 여럿 만났고 교직에 대한 많은 얘기와 수업을 들었다. 우리가 학생일 때는 필요했던 것이 학생들의 인권이었다면 이제는 선생님이 될 미래를 대비해서 선생님의 인권, 교권이 어떤 형태로 변했는지를 알아야 했다. 불과 대학에 입학한 지 1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도 1년인 시간이 흘렀지만 교권이 점차 이상해져 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 또한 몇몇 괴상한 인격을 지닌 이들이 만들어낸 현상이지만 이것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예전에 비해 교권이 우습게 보일 일이 늘어났다는 것, 이는 즉 교권의 추락을 의미한다. 더 이상 학생들에게 선생님이란 사람은 존경하거나 받들어야 할 사람이 아니다. 그들이 배우는 지식은 인터넷이나 밖의 학원에서 얻는 것이지 더 이상 학교에서는 얻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점차 학교를 구속구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의미 없는 교우관계와 시간들이 자신의 성장을 막는다고 생각해 학교를 탈출하거나 학교에 와서도 전혀 관련 없는 것을 하면서 개인의 시간을 바라는 이들이 늘어난다. 그렇다면 교권의 추락은 그저 학생들의 선생님에 대한 존중부족인가? 모든 일에 원인은 단 한 가지로 간단히 내려지지 않는다. 교직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학부모의 존재다. 우리 때 보다 더 오래전에는 교권이 너무 큰 나머지 자식의 미래를 위해 힘 있는 부모들이 앞다투어 촌지를 전할 만큼 선생의 권위가 말도 안 되는 지경이었다. 시간이 지나 점차 교직의 힘이 줄어들고 공정성을 늘려가다 보니 이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는데 어느새 교직의 힘을 줄인 것이 아니라 그 힘을 고스란히 학부모에게 넘겨주었다. 자신의 자식이 혼이 났다는 이유로 선생님에게 달려가 고성을 지르는 사람이 생겨나고 각종 민원과 학부모 단체의 일방적인 요구에 학교 측은 선생님을 보호할 힘이 없다. 그저 이 상황에서 모든 것을 인내해야 하는 것은 선생님 측이다.

 이번에 서이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나는 선생님의 투신-이라는 기사를 보자마자 짐작했다. '학부모 때문이다'. 내가 어린이집에 복무를 하고 있을 때도 모든 선생님, 원장님이 학부모들의 눈치를 보고 행동하는 것이 보였다. 사소한 일이 생겨도 모든 것을 보고하고 신경 써야 하며 학생들의 바램보다는 학부모님들의 만족을 위한 진행과정이 필요했다. 심지어는 자신의 자식이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혼이 났다는 이유로 선생님에게 전화에 따지는 경우를 직접 보기도 하였다. 답답할 노릇이다. 선생님들은 처음에는 CCTV를 감시용으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안전장치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만한 상황이었음을 입증해 줄 장치. 몇몇 문제 되는 사건들로 선생님들을 감시하기 위함이었으나 이로 인해 평범한 다른 선생님들에게까지 따가운 시선이 이어졌다. 과민해진 학부모들은 이 모든 것을 자신의 자식들의 선생님들에게 쏟아부었다. 이로 인해 선생님들은 점차 절벽으로 몰아세워졌다. 학부모들의 압박과 학교 측의 미흡한 조치와 보호, 갈수록 학생들조차 몰아세우는 사태에 더 이상 물러날 곳도 붙잡을 곳도 사라져 버렸다. 선생님은 이제 단순한 학교의 출석부정도로 인식되는 현실이다.

 나는 이전에도 수많은 글에서 현 사회에 일어난 철저한 개인주의(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이런 상황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의견을 내놓았고 이의 문제점, 타당성, 나아갈 목표 같은 여러 가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자식만 소중히 생각하는 또 하나의 이기적인 생각 때문에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현대사회에서 쥐어지는 권력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타인의 권리를 뺏는 것 즘은 당연시 여기게 되었다. 이들에게 죄책감이란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권리를 행사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라는 생각에 구역질이 나온다. 세상은 분명 힘없는 자를 보호하고 지켜야 한다-라는 논리로 수많은 것을 만들어내지만 분명 이를 만들어내는 것도, 어기는 것도 힘 있는 자들이다. 그들은 힘없는 자를 보호하는 방법도 모르며 더욱이 도울 이유조차 생각하지 않는다. 갈수록 시린 세상이다. 분명 뜨거운 해가 땅을 데우고 있지만 한없이 추운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