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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훈 Jul 25. 2023

사랑은 감동인가?

 주변 사람들의 소식을 어렵지 않게 여러 방면으로 듣고 보는 지금, 그들의 연애소식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있다. 똑같이 행복했었던 기억들. 보통은 전 애인이 생각날 때면 그립다거나 화가 난다거나 슬프거나 하는 감정적 기복이 생겨나기 마련인데 나는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저 그럴 때가 있었지-하는 느낌. 친구들이 이를 가지고 놀릴 때면 괜히 민망함에 화를 내기도 하지만 솔직히 크게 와닿는 바가 없다. 연애를 하는 도중과 헤어지는 순간의 감정은 분명히 존재했으나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도 금세 그 사람과의 감정 같은 것은 잊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내가 사랑을 모르는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이전에도 수없이 연애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서 말했다. 그런 글을 적으면 적을수록 내가 사랑을, 연애를 정말 많이 알고 있구나-하는 생각보다는 나는 정말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만 드는 것이다. 우리가 왜 연애를 글로 배운 사람을 우습게 생각하는가. 흔히 쓰는 말로 사람이 10명이 있다면 10개의 성격이 있고 10개의 스타일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고작 책 한 권으로 익힌 연애지식이 모두에게 통하리라 생각하는가. 내가 이 사람을 사귈 때는 모든 것을 다해주는 다정한 사람이었어도 저 사람을 사귈 때는 어쩌다 한 번 들어주는 도도한 스타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방식도 잘 바뀌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그 과정에서 맞춤이 필요한 것이 연애라는 것이다.


 나는 이별이 아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지나간 사랑에 미련을 남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동안 이것이 내가 아직 진정한 사랑을 못해봐서 그런가 보다-하고 있었지만 세상에서 드라마틱한 연애를 하는 사람이 많을까, 나 같은 평범한 연애를 하는 사람이 많을까-하고 생각해 보면 대부분이 평범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나와 다르게 헤어짐에 슬퍼하고 아파하며 그리워하고 갈망한다. 나는 이상한 놈인가, 감정이 무뎌진 놈인가-하는 생각을 하다 잊었다. 지나간 연에 연연치 않고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가치 있는 삶에 다가서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으로 애써 포장했다. 시간들에 묻은 흔적들이 한 번씩 닦여 나오듯이 내 눈앞을 스쳐가지만 그저 그랬던 때가 있었거니 할 뿐, 그 외의 사람과 순간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사랑이란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다. 아마 모두가 그렇듯.


 사랑을 갈망하는 이유는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한 탐구의 욕심인가. 다른 이들의 행복한 순간을 마주할 때 나도 그들처럼 빛나고 싶어서 인가. 모든 것도 아니라면 그저 누구나 하는 것에 나도 따라가야겠다는 생각 때문인가. 나는 연애에 대한 가치관이 있었고 사랑에 대한 로망이 있었으며 동시에 이들을 모아 이상형을 만들었었다. 그리고 몇 번의 연애 끝에 모두 쓸모없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연애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행복한 순간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많은 이들이 보여주는 그 행복한 모습에 연애는 곧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바라왔을 뿐이다. 나는 행복을 원한다. 사랑이 아니라.


 하지만 이와 동시에 나는 사랑을 알고 싶다. 모두가 느끼는 바가 다름에 내가 느끼는, 내가 실현하는 사랑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사람과 깊은 사랑을 나눌 수 있으며 그 사랑에 어떤 희로애락을 가지게 될까. 아마 몇 년이 지나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결혼이라는 로망을 꿈꾸며 그런 사람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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