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 밖은 찬란하다.
초록의 작은 손들이 반짝반짝 외친다.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여기봐 여기봐 여기봐 여기봐
봄이야 봄이야 봄이야
봄바람이 아무리 손을 흔들어대도 열 맞춰 앉은 스물다섯명은 꿈쩍도 안 한다. 회색 네모 위 글씨들을 해독하느라, 노란 네모 안에 까만 점을 찍느라 미간이 한껏 찌푸려졌다. 그중 몇 명은 둥글게 엎드렸고.
나 혼자 창밖을 훔쳐보며 한가한 생각을 한다. 투명인간이 된 것 같다. 잡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어디 먼데 가서 헤매고 있는데 종이 친다.
하던 생각은 창밖에 휙 던져버리고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답안지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