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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학교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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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부는날 Jul 30. 2020

나는 가끔, 자주 부끄럽다

아이들은 나에게 주로 이런 질문을 던진다.


"해도 돼요?" 혹은 "하면 안 돼요?"


내가 해야하는 답은 대부분 명확하다. 학교는 역사상 있어왔던 수많은 아이들의 일탈을 리스트화 시켜서 각각의 세세한 기준과 처벌을 이미 문서화시켜 놓았으니까. 문서에는 금지된 행동을 할 경우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되는지는 매우 상세히 기재되어 있지만,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질문에 즉각 답은 할 수 있지만  그다음에 아이가 "왜요?"라고 물으면 말문이 턱 막힌다.


그런 순간 나는 너무너무 부끄럽다. '질문'하라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라고, '창의적'인 사람이 되라고... 학습 목표나 평가기준 따위에 습관적으로 쓰는 공허한 말들처럼, 나는 질문하며, 비판적으로, 창의적으로 살고 있는지. 안되니까 안된다는 교사의 말은 도대체 어떤 학습의 결과를 남길지.


사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왜요?"라고 묻지 않는다. 10년째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왜 모르겠는가. 진짜 답은 없다는 걸.


얼마 전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기 위해 몇 달간 준비한 아이가 지난해의 벌점으로 인해 출마를 못 하게 된 일이 있었다. 그 아이는 벌점보다 더 많은 상점을 받았지만, 일정 점수 이상의 벌점을 받은 학생은 출마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헌법도 전과가 있다고 해서 선거에 출마할 권리를 빼앗지는 않는데... 더군다나 학생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가 교사가 부여한 벌점으로 좌지우지되는 게 상식적인 것인가... '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저 그 아이에게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해야 했고, 나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어영부영 지나갔다.  벌로 년 이맘때쯤 또 같은 질문을 받겠지.


나는 가끔, 자주 부끄럽다. 어쩔 수 없다는 말처럼 쉬운 말이 어디 있을까. 그 쉬운 말을 습관처럼 내뱉으며 나는 아이들에게 무얼 '가르치고'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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