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부는날 Aug 10. 2022

땀을 닦다가

여름은 요란하게 지나간다. 올해 여름은 특히 그렇다.


계절이 지나간다는 것. 그게 감각으로 느껴질 때 이상한 기분이 된다. 미칠듯한 비와 미칠듯한 더위, 땀과 습기, 조급한 매미소리... 콧잔등의 땀방울을 슥 닦다 '아, 이 계절이 지나가는구나.' 할 때. '곧 서늘한 바람이 불현듯 찾아오겠구나.' 할 때.


올해 첫 고3 담임을 맡아서 학교 일이 분주하다. 요새 내 마음도 여름처럼 다급하다. 나의 모자람 때문에 혹시 뭐가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에 서른 명의 우리 반 아이들 얼굴이 번갈아가며 동동 떠오른다. 두서없는 이 계절이 지나가고 서늘한 바람이 슥 불기 시작하면 아이들의 표정도 달라져 있겠지. 내 마음도.


나만 아는 내 마음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내가 아는 가을과 모르는 가을이 섞여있을 올해 가을을 기대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