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설다 Jun 08. 2016

무기력

새벽 3시, 무기력의 진창 속에서 쓰는 글

 나는 무기력할 때 글을 쓴다. 지금이 그렇다. 해야 할 것들을 잔뜩 쌓아두고 하는 도피는 달콤하고 진득하다. 퇴근하자마자 쓰러지듯 잠을 잤는데 속으로 계속해야 할 것이 있는데 되뇌었다. 잠을 잔 것 같지도 않다. 그리고 새벽 1시 30분, 아빠가 내 방을 불을 꺼주러 왔는데 그때서야 나는 부스스 눈을 떠 책상 앞에 않았다. 세 줄 정도 내일모레 발표할 pt의 스크립트를 만들다가 가방 안에 있는 이석원의 책을 꺼내 들었다. 그러다가 또 한 시간을 이렇게 하릴없이 날려 보냈다. 지금 자면 내일 또 같은 일이 반복되겠지. 나는 도대체가 배우지를 못하는 사람이다. 분명 목요일에 뼈에 사무치게 후회할 것이 뻔한데 나는 우울을 핑곗거리로 삼으며 책상 앞에서 퍼져있는 것이다. 


 피곤해서 무기력한 건지, 무기력해서 피곤한 건지 잘 모르겠다. 항상 무슨 일을 계속하고만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한 번 늘어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그렇게 연휴를 날려 보냈다. 충분히 쉬었다고 애써스스로를 다독거려보지만 또 생각해보면 그런 한심한 시간 속에서 의미를 찾는 건 자기기만이다. 지금 하고 있는 짓도 다르지 않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은 흘끗 보기에 고상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도피인 것이다. 잠은 언제 자고 출근은 어떻게 하지. 내일모레는 어떻게 하지. 아니다, 이미 내일이 되어버렸다. 


 요즘은 항상 지쳐있다. 모든 게 다 정리되고 좀 안정적인 상황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태생부터가 멀티플레이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나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 이렇게 여러 가지에 신경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 지친다. 위가 아리는데 이게 무엇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먹고 바로 잠이 들어서일까, 스트레스를 받아서일까, 최근에 변변찮은 것들을 집어넣은덕에 위가 혹사해서일까. 일단 오늘은 잠을 청해야겠다. 책임감과 게으름이 적당히 섞인 질척거림에서 얼른 빠져나와 내일을 기대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쓸모있는 존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