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기분 좋게 하는 순간

제주도 아침 산책

by 매실

아침을 기분 좋게 하는 순간


제주도 아침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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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새소리에 아침 일찍 눈이 떠진다.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다가 다시 잠들 때도 있고, 책 읽거나 산책할 때도 있다. 여유로운 듯 보이지만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AM 05:00

일출 보기 위해 5시에 바다로 갔다. 살짝 밝지만 해는 보이지 않았다. 멍하게 앉아있는 순간이 좋고, 구름의 움직임이 좋아서 타임랩스를 켰다. 제주도는 구름이 많다. 오늘도 구름 때문에 해를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구름의 움직임과 구름 사이에 나온 붉은빛이 좋다. 타임랩스를 켠 덕분에 지금 몇 시인지 모르겠다. 곧 집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움직일 생각도 없다.


그때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이 보였다. 역광이라 걷는 자체가 그림 같았다. 한 할머니가 2개 바구니를 들고 바다 쪽으로 걸어가셨다. 아마 물이 차서 바위틈에 들어온 물고기나 보말 등을 잡으러 오신 것 같다. 그걸 구경하는 한 관광객이 주변을 기웃거리며 바다에 발을 담갔다. 한 할아버지도 보였다. 가만히 앉아있는 나를 보다가 반대쪽으로 걸어가시더니 일출 사진을 찍으셨다. 이 모든 게 새벽 5시부터 봤던 풍경이다. 다들 여유로우면서 바쁘다. 새벽시간이라 나밖에 없을 줄 알고 조금 무서웠는데, 스쿠터 타고 지나가는 할머니들과 여러 사람들로 인해 덜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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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06:00

이렇게 나온 거 좀 걸어야겠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어제보다 공기가 좋은 거 같다. 바다 냄새도 좋고. 구름을 볼 때마다 장마가 시작될 것 같은데 비는 내리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은 길을 매일 산책했더니 어느새 익숙해졌다. 아침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여명 있는 시간에 산책하는 사람, 매장 오픈 준비하는 사장님들. 아침 풍경을 보면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보는 일뿐이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구름에 가려 분홍빛 여명이 보이고,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름의 분주함까지. 예쁜 아침 영상 보는 것 같다. 아무도 보지 못한 장면을 나 혼자서만 보는 기분이 독보적이다.


아침마다 습관처럼 하는 말이 있다. "아, 아침부터" 늦잠 자는 바람에 늦은 아침을 맞이했고, 그날따라 뭔가 잘 풀리지 않는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겠다. 하지만 역시, 일어나지 못했고 어제보다 높은 짜증 지수로 하루를 시작한다. 일찍 일어나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신다거나, 요리를 하겠다는 목표는 좋지만 지키지 못했을 때 스트레스받는다. 아침을 순간으로 기억했으면 한다. 좋은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 오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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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07:00

산책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아침마다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다. 알람에 맞게 바로 일어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5분 단위로 알람을 맞추고 인상 찌푸리며 일어난다. 여기 제주도는 달랐다. 알람 없이 눈 뜨면 5시 30분이다. 창문에 해가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창문 위에 제비집이 있다. 아침마다 우는 새소리에 깬다. 자연이 주는 알람에 깨다니, 너무 좋다. 창문을 열고 다시 침대에 누워 뒹굴거렸다. 이 시간이 좋다. 사진 찍을 때마다 새가 날아가서 새를 찍을 순 없었지만, 창문 열면 전깃줄 위에 앉아 있다 날아가는 모습조차 좋다. 오늘도 역시 찍지 못했지만 덕분에 멀리 있는 구름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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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09:00

제주도 숙소 옆에 멍멍이가 산다. 뭉이를 멍하게 보는데 우리 집 막내 똘똘이가 생각났다.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아직도 꿈나라겠지. 똘똘이가 코 고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내 베개를 차지하면서. 너무 곤히 자고 있어서 깨우지 못하고 일어나지 못한 채 강아지 뒷모습만 본다. 너무 귀여워서 웃음 나온다. 내가 악몽 꾸면 강아지가 내 허리 쪽으로 와 온기를 나눠주고, 강아지가 악몽을 꿀 때면 내가 손을 잡아준다. 침대에서 일어나면 나는 물 한 잔을, 강아지는 간식 하나를 먹으며 달콤한 아침을 맞이한다. 눈떴을 때 강아지가 없으며 이미 엄마와 아빠가 달려가 간식을 얻어먹고 있다. "역시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아이야"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사회생활 잘했을 것 같다. 강아지에게 간식 주는 일로 아침에 할 일이 생겼다. 제주도가 아닌 집에 있었다면 오늘도 사회생활 잘하는 아침형 똘똘이를 만났을 텐데. 보고 싶다. 하루 중 아침이 제일 빠르게 지나간다고 생각했는데, 하루를 일찍 시작하니 그만큼 내 시간도 길어지고 여유로워지는 기분이다. 종종 일찍 일어나 아침을 만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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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심플 6월 '아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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