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습관이 만든 아침

당신의 아침은 어떤가요?

by 매실

작은 습관이 만든 아침

당신의 아침은 어떤가요?


습관을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한 강연에서 작은 거라도 좋으니 매일 할 수 있는 한 가지를 해보라고 했다. 달력 날짜를 지우는 것처럼. 그럼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날짜를 잘 지울 수 있을지, 어떻게 그날을 잘 보낼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고. 매일 아침, 책 문구를 엽서에 옮기는 사람이 있다. 송다혜.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습관적인

일상


Q: 아침에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고요?


아침에 일어나면 스탠드를 켜요. 제 방이 아파트 복도 쪽에 있어서 빛이 잘 안 들어오거든요. 그리고 책을 읽습니다. 많이 읽진 않아요. 짧게는 15분 길게는 1시간 정도 읽어요. 읽다가 좋은 문구나 와 닿는 글을 보게 되면 엽서에 적어서 아무 책에 꽂아놔요. 가끔 책 정리를 하는데 그럴 때마다 발견하는 문구들이 기분 좋게 해 주거든요.


Q: 아침에 읽는 이유가 있나요?


짧게라도 좋은 글을 보면 그 날 기분을 좋게 시작할 수 있어요. 에세이, 소설, 잡지 다 섞어서 보는데 잡지를 보는 날에는 그 주제에 맞는 생각을 시작으로 하루를 맞이하기도 해요. 하루가 더 알찬 기분이에요.


Q: 아침형 인간인가요?


아니요. 전 새벽형 사람이에요. 새벽에 더 글이 잘 써지고 그때 더 활동적이에요. 그런데 아침에 책을 읽기 시작한 뒤로 아침형으로 바뀐 것 같아요. 아침형이라고 말하기 조금 민망하지만 8~9시 사이에 일어나요. 아침형이 아닌가요? (웃음) 일어나는 규칙을 정했어요. 만약 9시에 일어나야 한다면 8시 30분에 알람을 맞춰요. 그다음 8시 45분에 한 번 더 맞춥니다. 원래 알람이 울리고 잠깐 잠든 그 5분이 가장 꿀잠이잖아요. 5분은 너무 짧아서 15분으로 정했어요. 15분 동안 다시 잔 뒤에 15분 동안 책을 읽어요.


Q: 오늘 읽은 책은 뭐였어요?


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 책이에요. 좋은 문장을 보면 글 쓰는 것뿐만 아니라 인덱스로 표시해놓는데 이 책은 어떤 부분을 표시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공감되고 좋은 책이에요.


Q: 어느 부분이 가장 좋았어요?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 그것이 내 삶의 미의식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죽기 전까지 막연히 흘러가는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저항하기보다는 당당하게, 그리고 묵묵히 주변 사람들과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고 싶다.”


이 부분이에요. 항상 시간이 흘러가는 게 신기하면서도 어렵기도 해요. 너무 빠르게 흘러가면 무섭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가끔 이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 게 맞는지 불안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흘러가는 대로”라는 말이 좋았어요. 매 순간마다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잘 살았다고 생각할 날이 오지 않을까 해요.


Q: 감성적인 사람일 것 같아요.


맞아요. 진지하지 않아도 될 때도 진지해요. 친구들이 항상 그만 진지하라고 말할 정도예요. 그래도 진지한 순간이 필요할 때가 있잖아요. 일을 그만두고 싶거나 다른 일을 하기 전에 불안한 마음에 들 때. 그럴 때 제게 상담 요청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 거 보면 감성적인 제 모습이 좋을 때도 있어요. 그 친구로 인해 제자신도 다시 되돌아보고. 그 친구에게도 도움이 되었다면 더 좋고요.


강아지와의

일상


Q: 책 읽는 거 외에 아침에 하는 일들이 있나요?


아침에 스탠드를 켜면 저희 강아지가 스탠드 옆으로 와서 다시 잠들어요. 불빛 때문에 자기 어려울 것 같아서 스탠드 불빛을 옮기는데 그럼 또 스탠드 쪽으로 오더라고요. 아마 자기를 봐달라는 거 같아요. 그 귀여움에 집중 안 될 때도 있죠. 책을 다 읽으면 강아지도 같이 일어나요. 함께 기지개를 켜고 방을 나가면 간식 있는 쪽으로 향해 뛰어요. 너도 달콤한 아침으로 시작했으니 나도 달콤하게 시작하게 간식 좀 줘라는 눈빛으로요. 아침마다 간식을 주고 저도 물 한 잔 마십니다.


어느 책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동물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고 길고양이가 베란다로 들어왔대요. 처음엔 내쫓으려 했지만, 길고양이가 자신처럼 안쓰러워 보여서 밥을 주기 시작했고. 그렇게 매일 아침 주는 일로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되고, 그 일이 하루의 시작이 된 거죠. 저도 이와 같은 것 같아요. 강아지가 항상 자기만 봐달라고 애교 부리고 제 배 옆에서 잠들면서 저를 쳐다보곤 해요. 그럴 때마다 귀여워서 하던 일을 멈추고 강아지를 안아줘요. 그럼 저희 강아지는 거실로 도망가요. 놀아달라는 줄 알고 같이 뛰는데 간식 옆에 있더라고요. 결국, 간식 달라는 뜻이었어요.


책으로

바뀐 일상


Q: 책을 읽기 전 아침은 어땠어요?


5분 만을 외치며 더 자려했던 것 같아요. 많이 자면 허리가 아플 때가 있잖아요. 항상 허리가 아프도록 잤어요. 쉬는 날엔 12시는 기본이었던 것 같네요. 그렇게 12시가 지나있으면 하루의 아침을 잃어버린 기분이었어요. 그럴땐 그날 자체가 다 안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하는 일마다 안 되는 것 같고.


Q: 언제부터 책 읽기 시작했어요?


글 쓰고 싶다고 하면 처음부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실 텐데. 전 아니에요. 전 책을 22살까지 읽지 않았어요. 아무리 얇은 책이어도 읽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가만히 앉아서 읽는다는 게 괴로운 일이었죠. 제가 22살 때 대학교 전공을 마케팅으로 바꿨어요. 다른 학생보다 2년이 뒤처졌기 때문에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시켜서 읽는 것이 아닌 제 필요로 인해 시작했죠. 꾸준히 읽다 보니 제 생각이 전보다 성장한 걸 느꼈어요. 다른 사람에게 제안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전 의견이 없었거든요. 제 의견들이 생기는 것들이 재미있었어요. 그때부터 책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많이는 아니더라도 시간 될 때마다 책을 읽었어요.


Q: 역시 스스로 무언가를 시작할 때 의지가 쏟는 것 같아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공부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엄마가 왜 공부 안 하냐고 하면 공부할 마음이 사라질 때가 있잖아요. 엄마 말을 핑계 삼아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찾은 것 같긴 하지만요. 그래도 누군가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것보다 스스로 궁금해하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책이든 뭐든 재미있게 보이는 것 같아요. 한 가지 예로 고등학교 때 음악회 가서 음악 듣고 느낀 점 쓰는 숙제를 했어요. 그땐 클래식만 들어도 졸린데 뭔가 느낀 점을 적으라고 하니 얼마나 어려웠겠어요. 느낀 게 없는데 적으라니. 억지로 썼죠. 그 뒤에 노다메 칸타빌레라고 클래식을 다루는 일본 드라마가 있었는데 그 드라마를 통해 클래식에 흥미가 생겼어요. 사실 화장실만 가도 익숙한 클래식이 나오잖아요. 어느새 클래식이 익숙하게 들렸어요. 제 돈 주고 음악회를 들으러 갈 때가 있어요. 억지로 느낀점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듣기만 하지만, 그조차도 좋아요.


Q: 아침에 책을 읽으면서 하루의 시작이 좋아진 거 외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조금 여유로워진 것 같아요. 심적으로요. 전에는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받았어요. 일만 하고 잠만 자기엔 제 하루가 너무 아깝기도 하고. 그래서 취미를 하려 하거나 친구들을 만나거나 했어요. 제 체력을 너무 끌어 쓴 탓인지. 체력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취미가 취미가 아니었던 거죠. 책을 읽으면서 그 책 속에서 던진 질문이나 작가의 생각을 통해 잠시라도 생각하게 돼요. 내가 지금 고민하는 것들을 좀 더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고. 압박감보다 저를 좀 더 풀어주려 하는 것 같아요.


Q: 당신의 아침이란 무엇인가요?


어려운 질문 같은데. ‘시작’ 같아요. 눈 뜨면 책 읽기 전에 천장을 보면서 생각해요. 오늘은 이 영화를 봐야지, 오늘은 이 전시를 가야지, 오늘은 이 친구를 만나야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시작할지 정하고 책을 읽어요. 아직 하루를 보내기 전이라 제가 생각 한 계획을 잘 실행할 수 있을지, 어떤 변수가 생길지, 오늘이 뿌듯할지 아직 모르잖아요. 그래서 기대도 되고 오늘 하루가 천천히 흘렀으면 하고 그래요. 늘 설레는 것 같아요.


월간심플 6월 '아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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