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하며 사진을 찍었어요. 3초 동안 경직된 미소와 포즈를 유지하니 사진에 어색한 모습이 담겼어요. 예쁘게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 친구들끼리 어떤 포즈를 취할지 아이디어를 모아 보지만 딱히 생각나는 건 없었어요. 10초 타이머를 맞추고 "아, 근데 어떻게 찍을까?, 이렇게 해?" 하는 사이에 이상한 포즈가 찍혔어요. 잘 나온 사진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이런 사진이 더 좋았어요. 자연스러우면서 왜 이런 모습이 담겼는지 알 수 있고 나중에 봐도 웃으면서 대화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때부터 3초를 세지 않고 찍는 습관이 생겼어요. 서로 이상하게 나온 사진을 확대하여 웃으며 '짤'로 만들고 말없이 사진으로 대화하곤 해요.
이번 film 주제로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는 친구를 인터뷰하고, 필름 카메라 들고 여행하며 기록했어요. 오랜만에 사진 앨범을 꺼내 내 어린 모습을 추억하고 여행한 사진 속 분위기를 생각하게 했어요. 좋아하는 사진집 윤미네 집과 비비안 마이어를 다시 한번 읽었고, 내셔널지오그래픽 멸종 동물 사진전을 통해 사진의 의미까지 생각할 수 있었어요. 지금을 기억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인 사진은 젊은 나를 기억하고, 그 분위기를 기억하며, 앞으로 찍고 싶은 장소와 사람을 생각하게 해요. 이 주제를 통해 앨범을 만들었고 한 달에 필름 카메라 2 롤로 산책하며 내가 본 무언가를 기록하기로 했어요. 글 쓰면서 좋아하는 일을 계속 만들어내는 지금이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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