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공간을 만드는 과정

나와 맞는 공간, 내가 좋아하는 공간

by 매실

좋아하는 공간을 만드는 과정

나와 맞는 공간, 내가 좋아하는 공간



고등학교 때 친구 집에 놀러 갈 때가 가장 설레었다. 친구 방은 어떻게 꾸며져 있을지 궁금했고 나보다 방은 큰지, 예쁜 소품들이 많을지 상상하며 방문을 열었다. 벽지가 꽃무늬로 되어있으면 엄마한테 벽지를 바꿔달라고 졸랐고, 피규어 모으는 친구를 보면 피규어를 모이기 시작했다. 정리할 때마다 누군가에게 기부하거나 서랍 안에 넣곤 했지만. 누군가를 보고 따라 하는 것은 좋은 시도다.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내 취향을 구분해내기도 한다. “이건 예쁘지만 내 방과는 어울리지 않아” 그렇게 내 방이 만들어졌다.


내 취향이 담긴 공간

여행을 좋아한다. 새로운 곳을 보고 새로운 숙소에 묵고, 그곳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 나와 비슷할 것 같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채워진 하루가 좋다. 친구와 여행하는 날이면 여행지는 친구가 찾고 난 숙소를 찾았다. 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을 공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특유의 향내가 나고, 큰 창문이 있고 매트리스의 푹신함과 방 분위기를 본다. 숙소를 눈여겨보는 것은 앞으로의 내 공간을 만들 때 도움받기 위함이다. 내 방은 깨끗하지 않다. 항상 이불이 깔아져 있고 주변엔 연필, 책들, 노트, 물 등이 있다. 손만 펼치면 한 자리에서 해결된다. 좁은 공간에 많은 물건이 있어서 더 답답해 보인다. 방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 나와 맞는 공간을 만든다고 하면 돈을 먼저 생각한다. 지금 있는 가구를 다 버리고 새로운 가구를 사야 할 것 같고, 인테리어 소품들을 구매하다 보면 돈이 많이 들어갈 것만 같다. 하지만 가구를 바꾼다고 해서 처음부터 내 공간을 만들기 어렵다. 그 공간에 머물면서 필요한 소품들이 채워지고 내 취향이 쌓이면서 비로소 내 공간이 만들어진다. 드라마에서 좋은 집을 많이 봤다. 편안한 집이라기보다 예쁜 집. 저런 집에서 살고 싶단 생각을 드라마 볼 때마다 한다.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집으로 돌아왔을 때 편안한 느낌이 우선이다.


요즘 인테리어 어플을 통해 적은 돈으로 스스로 방을 꾸미고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50만 원으로 내 방 꾸미기. 꾸미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청소다. 손이 닿지 않아 잘 닦지 않던 곳을 닦고, 곰팡이를 제거하고, 필요 없는 옷과 물건을 버리는 일. 더 많은 물건을 들이기보다 지금 있는 물건을 정리하면서 나에게 필요한 물건과 필요 없는 물건을 구분해내는 일. 쉽지 않다. 정리하다 보면 언젠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 버리는 물건들이 많지 않다. 나중이 아닌 지금 필요한 것을 구분해내는 것부터 시작하자.


내 행동에서 채워지는 것들

아침에 눈뜨자마자 물을 마신다. 하루 전날 책꽂이 위에 물이 든 컵을 놓고 잠에 든다. 컵만 놓기에 밤새 물속에 먼지가 쌓일 것 같아 뚜껑이 있는 컵을 샀다. 이렇게 내 생활에 맞는 소품들을 구매하면서 공간이 만들어진다. 방에서 꽃냄새가 나길 바라며 캔들을 구매해서 집으로 왔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씻은 뒤 캔들을 켰다. 불빛이 흔들리면서 방안에 꽃냄새가 천천히 퍼졌다. 내 방에 있으면 분위기가 좋아질 것 같은 소품을 구매하면서 내 공간에 애정이 생긴다.


여행 가거나 전시 볼 때마다 엽서를 구매한다. 발자취 같은 것. 전시가 좋았다면 방 안에 엽서를 붙였다. 가끔 그 전시를 되새김한다. 혼자 제주도로 여행 갔다. 날씨가 좋아 바다를 걸었고 작은 소라를 발견했다. 물로 씻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기분 좋게 걸었던 그때의 분위기를 그 작은 소라가 말해준다. 내 이야기로 만들어진 소품들로 내 공간이 만들어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 옆에 있는 스탠드를 켠다. 물 마신 후 잡지 한 부분을 읽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책상 위에 있는 스탠드를 자기 전에 이불 옆으로 옮기고 펜과 노트, 잡지를 베개 옆에 놓고 잠든다. 습관적으로 나의 아침과 저녁이 만들어졌다. 예전에 습관의 중요성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작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매일 달력 날짜에 X 표시했다고 한다. 매일 지우면서 어느 순간 X를 더 쉽고 잘 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난 매일 물 한 잔 마시고 잡지를 읽은 뒤 씻는다. 그 잡지 문구가 오늘 하루를 다르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눈에 보이는 쓰레기는 바로 정리하면서 방을 최대한 깨끗하게 유지하려 노력한다. 내 생활습관에 맞게 내 취향에 맞게 천천히 나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비치된 물건이 많으면 방 안이 답답해 보인다. 최대한 서랍장 안에 넣자. 예전에 친구들이 내 방에 놀러 왔을 때 이것저것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많은 물건을 꺼내놨다. 사진부터 시작해서 피규어, 인형, 간식 통 등등. 먼지가 쌓여서 청소하기 어렵고 오히려 더 복잡해 보인다. 심플하게 살자. 하지만 이것도 각자의 취향이 있겠지. 근데 내방도 이것저것 많이 꺼내져 있다. 정리해도 계속 채워지고 버려진다.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정리해야지. 난 나를 알기 위해서 여행 해야 하고, 더 많은 걸 보고, 많은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그만큼 혼자 있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 그렇게 내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간다.


월간심플 2월 '공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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