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공간, 꿈
무의식 공간, 꿈
꿈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라 생각했다. 내가 보고 느낀 그대로를 설명하려 해도 설명할 수 없는, 나만 알고 있는 가상세계. 아침에 꿈 얘기하는 게 좋지 않다고 하여 하루가 지날 때까지 기다리다 잊어버리는 게 다반사다. 생생했던 내용도 몇 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 꿈을 통해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매번 다른 꿈
항상 피곤하다. 매번 다른 꿈을 꾼다. 꿈속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서, 일어나면 개운하지 않다. 오늘도 역시 피곤하다. 꿈이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싶어 꿈 해석을 찾아봤다. 여러 종류의 해석이 있지만 방금 내가 꾼 꿈과 맞는 건 없었다. 처음엔 그 꿈을 버리기 아까워서 일어나자마자 적었다. 어제는 친구와 큰 폭포 너머에 있는 동사무소에 가서 명찰을 받았다. 친구는 검사 명찰을 받았지만 난 얼굴도 이름도 잘못 새겨진 명찰을 받았다. 어디선가 본 것 같다. 꿈은 나의 무의식이라고. 내가 나와 맞지 않는 길을 가고 있는 건 아닐지 불안해졌다.
생각해보면 꿈속에서 나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었다. 같은 종류의 꿈을 꾸기도 한다. 스트레스받을 때 꾸는 꿈이 있다. 이빨 빠지는 꿈. 꿈 해몽을 찾아보면 어느 이빨이 빠지느냐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고 하는데, 난 그 해몽과 맞은 적이 없었다. 다만 스트레스받을 때 이빨 빠지는 꿈을 꾼다. 신기하게도 꿈에서도 꿈이란 걸 안다. 하지만 제어할 수 없다. 스스로 있는 힘껏 힘주어 이빨이 부러진다. 꿈속이지만 아프다. 천장을 보며 생각한다. 내가 어떤 문제에 놓여있는 걸까. 하고 싶지 않을 일을 어쩔 수 없단 이유로 참고 있는 걸 내 무의식도 알아버린 걸까.
황당한 꿈도 있다. 초능력 영화를 보고 잠들면 내가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서 나타난다. 공간이동이 주된 나의 초능력이다. 이동하는 장소가 늘 비슷하고 거기서 혼자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초능력 가졌을 때 의미 있는 행동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나조차도 통제할 수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세상을 구경한다. 꿈 해몽은 꿈꾼 사람의 그날 기분이나 심리상태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내가 그 날 초능력 영화를 인상 깊게 본 걸까. 영화를 이해하려고 곱씹었던 그 생각이 꿈까지 이어진 게 아닐까.
없다고 할 수 없는 공간, 꿈
어쩌면 꿈은 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공간인 것 같다. 없는 공간이라 생각했지만 없지만은 않은 공간. 꿈을 꾸면 기록한다. 거기서 느낀 기분을 적고, 과연 그 꿈과 내 현재 생활에서 어떤 부분과 관련 있는지 찾는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어쩔 수 없다는 말이다. 싫어하는 말인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참고 산다. 나와 맞지 않은 일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끌려 억지로 하고 있거나, 지금은 어쩔 수 없으니 나의 공백 기간을 만들지 않으려 다른 일을 하거나. 그 어쩔 수 없는 걸 무시한 채 살아가려 하지만 악몽으로 돌아온다. “네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니잖아, 잘 생각해봐” 나를 쫓아다니며 말한다. 이게 맞는 일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내 꿈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인가 보다. 참는 일에 익숙해 나의 선택에 헷갈릴 때가 많으니.
항상 악몽만 꾸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공간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편안하다고 생각할 때 어떤 공간이 꿈에 나온다. 그 공간에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해보라고 하면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어떤 공간이 있었고 그 공간이 나에게 편한 기분을 준 건 분명하다. 꿈에는 항상 공간이 있다. 어떤 공간인지 알 수 없는 형태로 등장할 때가 대부분이지만. 그것도 공간이다. 난 항상 내 취향에 맞는 집을 꿈꿨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초등학교 때부터 살던 집이라 방도 좁고 벽에 액자를 걸면 더 좁아 보인다. 그래서 종종 내가 그린 공간을 꿈꾸나 보다. 그 공간에서 편안하게 쉬고 싶은 가보다.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싶어서 내가 원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상상했다. 어떤 분위기였으면 좋겠는지, 어떤 가구를 사용할 것인지, 어떤 콘셉트로 운영할 건지. 그날 꿈을 꿨다. 비바람이 불었고 온몸에 힘주지 않으면 내가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꿋꿋이 어떤 집으로 가려고 혼자 한발 한발 힘을 주며 걸어갔다. 근데 내가 가려는 방향에서 두 사람이 현장 중계를 했다. “과연 이 비바람을 뚫고 갈 수 있을까요?” 이렇게 바람이 부는데 왜 저기 있는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내가 가려는 길을 걸으면서 깼다. 그 전날에 부동산에 다녀왔다. 내가 얼마 정도 돈을 모아야 운영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바로 시작할 수 없어서 비바람이 불었던 걸까. 집 안에 들어가는 것까지 보지 못했지만 꿋꿋하게 걸어가면 집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당장 게스트하우스를 할 순 없지만 돈과 같은 심리적 압박감에서도 꿋꿋하게 그 길을 걸어가기 위해 적금을 시작했다.
월간심플 2월 '공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