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트 왓슨> 전시 리뷰
1970년, 알버트 왓슨은 가족과 함께 런던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후 취미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화장품 브랜드 맥스 팩터의 의뢰로 진행한 성공적인 첫 테스트 촬영으로 알버트 왓슨은 본격적으로 사진 찍는 일에 뛰어든다. 1973년 겨울, 하퍼스 바자의 크리스마스호에 실릴 전설적인 영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을 촬영한 것으로 그는 패션사진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패션 잡지 보그의 첫 번째 촬영을 시작한 1977년부터 올해까지 알버트 왓슨은 100회가 넘는 보그 표지를 촬영했고, 보그와 가장 오랜 기간 협력한 사진작가가 되었다.
화려한 패션사진계의 정점에 오른 그였지만, 알버튼 왓슨은 단지 유명인과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패션사진작가로 머무르지 않았다. 오히려 진정한 아름다움을 포척하는 사진 예술을 추구하는 그는 동시대의 작가와 다른 행보를 이어간다. 태어날 때부터 보이지 않던 한쪽 눈 대신 카메라 렌즈로 세상의 아름다운 것을 포착한 그는 패션과 예술 사이에서 상업 사진 외에도 중국부터 모로코로, 라스베이거스에서 그의 고향 스코틀랜드의 스카이섬으로 이어지는 세상의 풍경을 담았다. 그 밖에도 자연과 인물, 정물 등 장르와 주제를 가리지 않고 다수의 개인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디지털 프린팅이 팽배한 시대에 아날로그 수작업으로 작업하며 피사체를 투과하는 빛의 양과 온도를 이용하여 담백하게 인물을 표현하는 그의 사진은 오늘날 이미지가 지향하는 방식과 대조적이나 필름으로 누구보다도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중략) 80세를 넘긴 지금도 뉴욕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며 끊임없는 모험과 여행에서 얻는 영감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요즘에는 갤러리와 미술관 전시 준비를 위해 순수 예술 사진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데, 그 일부를 이곳 서울에서 소개한다.
<알버트 왓슨 소개 중에서>
심리를 좋아하고 브랜드 및 마케팅을 공부해서인지 알버트 왓슨 소개를 보자마자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았다. 성취를 즐기는 호기심 많은 모험가 스타일. 누군가가 인정해 주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한계를 넘어 다양한 도전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 1960년대에 제작한 초기작부터 최초로 외부에 공개되는 최신작까지 50년 넘게 쌓아 온 알버트 왓슨 사진 연대기에서 그 시도를 볼 수 있었다. 빛과 그림자, 그래픽을 활용하여 그만의 스타일을 구축하였고 사진을 향한 독특한 접근법으로 영감을 주었다.
LA로 간 스코틀랜드인
알버트 왓슨에게 이 시기는 개인의 취향을 알아가는 시간이자 다양한 사진 표현 연구를 실험하며 추후 고유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준비 기간이었다. 그림자의 극명한 대비와 피사체를 프레임 안에 미니멀하게 구성하는 감각은 사진 속 모델의 형태를 돋보이게 하여 조형성을 강조하고, 작품 내 잠재되어 있는 내러티브의 발현을 이끌어낸다.
핸드폰 카메라 기술은 날이 갈수록 좋아진다. 시중에 가성비 좋은 카메라부터 성능 좋은 카메라까지 다양한 제품이 있다. 즉 많은 사람이 카메라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런 환경을 보고 사진작가의 직업이 사라질 거라 예언한 사람도 있었다. 사진의 각도, 보정 등을 쉽게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고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자신의 사진과 생각을 자랑할 수 있는 채널도 잘 갖춰져 있다. 즉 누구나 사진작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나 사진작가가 될 수 없다는 걸 알버트 왓슨 전시를 보면서 알았다. '예쁜 것'과 '영감을 주는 작품'은 확실히 다르다. 포토샵이 없던 때에도 자신만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 생각하고 그 생각을 풀어낼 방법에 집중했다. 물론 생각의 차이가 있고 취향이 달라서 무슨 의도인지 모르는 것도 많이 있었지만.
히치콕
히치콕은 잡지 내지에 본인의 크리스마스 특별식인 거위요리 레시피를 공유하고 본인이 직접 요리사 콘셉트로 모델이 되었다. 기존 촬영 콘셉트는 거위 요리가 담긴 접시를 들고 있는 것이었으나, 알버트 왓슨은 히치콕 감독과 좀 더 어울리는 촬영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털이 뽑힌 채 크리스마스 장식 리본을 단 거위의 목을 쥐고 뚱한 표정을 짓는 감독의 모습이 나왔다.
레시피라고 하면 완성된 요리, 요리하는 모습 등을 떠올리기 쉽다. 쉽다는 건 튀지 않다는 것, 유명 모델이 아닌 이상 그냥 지나칠 수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뚱한 표정과 털이 뽑힌 거위에 눈이 갈 수밖에 없었다. 사진을 이해하고 있는 걸 넘어서 사람을 이해하고 그 시장의 흐름까지 꿰뚫고 있는 사람임이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았다.
왓슨 연대기
히치콕 감독을 찍은 이후 LA와 뉴욕을 오가며 본격적인 패션 사진작가의 길을 걷는다. 패션 사진을 찍지만 패션 사진만 찍는 작가가 아니다. 어제는 스튜디오에서 유명 배우를 찍었다면, 오늘은 다른 대륙에 있는 박물관에서 셔터를 누른다. 1978년 세계에서 가장 큰 로데오 중 하나인 캐나다의 캘거리 스탬피드 촬영을 시작으로 알버트 왓슨은 틈틈이 여행을 하며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한 분야에 익숙해지면 무료함이 찾아온다. 물론 같은 일을 해도 매번 다른 문제가 생기긴 하지만, 갈수록 의욕을 잃다가 재미마저 잃는 달까. 새로움에 대한 갈증이 생긴다. 호기심에 다른 일을 시도하다가 새로운 영감이 생길 때도 있다. 본업무와 취미로 눈을 돌린 일 모두, 서로에게 시너지를 주고 또 다른 새로움을 찾아 고민하고 여행을 떠나기도 하면서. 이건 가치관의 차이일 수 있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사람과 안정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랄까.
인물을 촬영할 때 지리학적 관점으로 얼굴을 들여다보세요.
얼굴은 언덕과 계곡의 풍경을 담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이 조명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리고 메이크업과 헤어는 어떻게 할지에 도움을 줄 겁니다.
머리를 묶을 것인지 풀 것인지,
약간의 바람을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머리카락은 지리학의 일부입니다.
광고 홍보를 배울 때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침대 옆, 와인잔에도 이유가 있다.' 알버트 왓슨 사진을 보면서 장소, 배경, 소품, 모델의 시선 처리 등의 이유를 생각하면서 관람했다. 의도를 파악하고 싶었다. 그냥 지나칠 법한 사진도 사진 옆에 적힌 설명 덕분에 숨은 이야깃거리를 찾을 수 있었다. 덕분에 더 깊이 있는 관람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열악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있는 소품을 최대한 활용해서 찍은 사진이다. 역시 장인은 장비를 탓하지 않지. 아날로그 사진이라 그런지 빈티지스러움과 색감에 자꾸만 사진을 들여다보게 된다.
잘 찍은 사진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잘 모른다. 사람마다 좋은 작품의 기준도 다르다. 영감 주는 작품이 좋다, 색감 좋은 작품이 좋다, 누가 봐도 이해하기 쉬운 작품이 좋다 등. 나는 사진 볼 때 내가 경험했던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을 좋아했던 것 같다. 나름 의도를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작품. 너무 난해하면 그냥 지나게 된다. 보는 사람에 따라 사진이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이번 사진을 보면서 아련하고 당차하고 쓸쓸함이 보였다.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 일부러 비 오는 날을 택했다는 글을 봤다. 우린 주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손떨림 방지를 추가하고 날씨를 확인하며 맑은 날을 찾는데, 좋은 사진에 대한 고민과 이를 표현하기 위한 프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신발 신은 사람을 촬영하기 마련인데 이렇게 확대해서 촬영하니까 신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이힐을 가까이에서 찍으니까 사람보다 커 보였다. 새로운 시선이다. 영화의 한 장면을 연기하면서 촬영했다는데, 사진은 표현의 예술이면서도 현장의 분위기를 기록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포토샵이 없던 때 컵을 직접 만들어 촬영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동시에 이를 허락한 클라이언트도 깨어있다고 생각했다. 불필요하다고 여길 수 있는데 시도할 수 있게 도움 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니 말이다.
역동적인 사진, 흔들림 덕분에 색감이 더 좋아 보였다.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달까. 쨍한 색감이 여름의 분위기를 떠올리게도 하고. 매일 다른 하늘을 촬영하면 행복 지수가 올라갈 것만 같다. 넓은 하늘, 예쁜 주황빛 일몰. 자연의 색깔은 너무 아름답다.
비하인드 더 씬
가장 아이코닉한 여덟 가지 작품과 그와 연관된 에피소드, 제작 배경과 촬영 과정 등을 소개한다. 역광이라 표정이 보이지 않는데 표정이 보인다. 사진과 자연을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임원과 아침회의 중이라고 생각해 봐요. 내 의견을 반대하는 그들 사이에서 내가 옳다는 것을 확신에 차서 말하고 있는 본인을 상상해서 포즈를 취해보면 어떨까요? 오 그런 거라면 아주 쉽겠네요. 그건 내가 매일 아침 겪는 일이니까요.
대부분 사람들은 카메라 앞에 서면 머뭇거리고 어색해진다. 모델이 카메라 앞에서도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사진작가의 역할이다. 신뢰 관계가 쌓여야 가능한 부분도 있겠고 상대에 대한 배려 또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인터뷰 내용을 읽고 고릴라와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을 보다 보면 이 코너가 재미있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상으로 전시에서 관람했던 사진을 다시 보여줬다. 사진 보면서 떠올렸던 생각을 정리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전시를 봐서 너무 재미있었다. 사진으로 내가 느낀 무언가를 전하고 싶어졌다. 그게 뭐든.